유부남 사랑 고백 퇴치법 3탄
굶자! 제발 굶자!!
대망의 3탄을 들고 왔습니다. 1, 2탄에서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았었는데 성인반 강의하는 6년 동안 소개할 진상이 세 명에 지나지 않는단 사실에 의의를 두며 긍정적으로 자판을 두드려 볼게요.
마지막 진상을 소개하기 전에 잠시 로맨틱 정상적인 일화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어디까지나 복선을 깔기 위함이지 절대 자랑질 아니니까 청심환 먹고 갈게요.
30대 초반 핫했던 정자동 카페거리를 보고 반한 저는 영끌하여 분당으로 생애 첫 독립을 감행했어요. 좌 롯데 우 AK 백화점이 자리잡아 성공한 여성으로 오해받기 쉬운 주변 환경에 자신감이 상한가를 쳤었죠. 바로 그때 여섯 살 연하의 남자 수강생이 저에게 어마어마한 문장을 날리는 거예요. “선생님도 분당 사세요? 저도 분당 살아요.” 공감대를 공략하시게똬아? Under the 천당이라더니만 역시 분당 만세~!
대학 졸업반이었던 수강생은 대학원을 갈까, 취업을 할까 고민하는 와중에도 선생님이 행여나 분당에서 길을 잃지나 않을까 시도때도없이 안부를 물어왔어요. 연하남은 나이에 비해 성숙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저 또한 만만치 않은 노안이라 여섯 살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기에 설마 나를 여자로 보겠냐며 편한 마음으로 대략 다섯 번 정도 사적으로 만났지요. 꺄아~ 소름 질러~~
근데 묘한 기류라는 게 있잖아요. 제가 소개팅을 한다니까 다짜고짜 성난 목소리로 꼬투리를 잡으며 반대를 하는 거예요. 공대생이라 안 된다나? (네 이놈! 뜯어 말렸어야지! 그 공대생이랑 결혼했잖아!) 그걸 계기로 약간 거리를 뒀더니 작심하고 어느 날 고백 아닌 고백을 하더라고요. “쌤~제가 세 살만 더 많고 산업은행 정도만 다녔어도 선생님한테 대쉬했을 거예요.” 이 오그라드는 분위기 어쩔 거예요. 어우야아~ 너는 학생이고 오호호~ 나는 선생이야 푸하하~ 너무 난감해서 저도 막 던졌어요. “아니야. 산업은행만 다녔어도 돼.”라고... 연하남은 식겁했고 그렇게 그 만남은 상큼하게 막을 내렸죠.
죄를 지으니까 진짜 벌을 받더라고요. 그 무렵 수업이 거의 끝날 때쯤 교실 문짝에 달린 작은 유리창 사이로 어떤 얼굴이 나타나더니 제 실물을 확인하고 있는 거예요. 왜 어학원 홈페이지에 강사소개란을 보면 프로필 사진이 있잖아요. 사진은 믿을 수 없으니까 직접 발품 팔며 선생님들 얼굴을 확인하던 거였죠. 넙데데한 얼굴에 구리구리한 피부, 깊게 패인 팔자 주름에 큰 눈망울을 가진 이 중년 남성은 약간 강아지상이었어요. 시츄랑 프렌치 불독이랑 시고르자브종을 고루 섞어 흔들어 놓은 것 같았달까? 편의상 개셰이크라고 부를게요.
개셰이크님은 다음 달로 제 수업을 신청해 맨 앞자리에서 노골적으로 하트를 뿜었어요. 시바견셰이크! 천만다행으로 제 수업이 두 달 코스라 존버 정신으로 버텨냈지요. 종강 날 개셰이크는 그리 크지 않은 상자를 선물이랍시고 내밀었거든요. 말랑말랑 토나오는 편지와 샘플 화장품, 쓰고 남은 것 같은 얼굴팩 두 개, 갱년기에 먹는 것 같은 각종 영양제 등 뭐 하여튼 딱히 값나가는 물건마저 없는 그런 걸 주고 갔어요. 개슈레기셰이크!
우려와 달리 종강 이후로 개셰이크는 종적을 감췄어요. 더이상 학원도 다니지 않아 철벽 수비했던 제가 민망할 정도로 말이죠.
두둥~
6개월 뒤, 새벽반 강의를 해서 마지막 수업이 점심 12시였는데 12시 30분쯤 갑자기 강의실 뒷문이 열리는 거예요. 문이 열리네요~ 진상이 들어오죠. 첫 눈에 난 개셰이큰 줄 알았죠~ 왜 영화에서 주인공 빼고 세상이 멈추는 장면 있잖아요? 그거 특수 효과 아니다? 찐이다~ 내가 겪어봐서 알아요. 저와 수강생들이 다 멈춰서 이게 무슨 상황일까 연구하는 동안 그 개셰이크만 저벅저벅 교탁으로 걸어와 작은 종이 하나를 주고 나가더라고요. 종이엔 ‘밖에서 기다릴테니 점심 같이 하죠.’라 적혀 있었고 뒤집어 보니 그것은 명함이었는데 산업은행 개셰이크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DREAMS COME TRUE like this☆
☆ 꿈은 이따구로 이루어진다☆
까닥하다간 소문 이상하게 나겠다 싶어서 수강생들한테 양해를 구하고 복도로 나갔어요. 진짜로 기다리고 있는 개셰이크한테 두성으로 외쳤어요 “지금 뭐하는 겁니꽈아? 수강생이랑 둘이 밥 안 먹슘미다! 그리고 누가 수업 중간에 들어옵니꽈아?” 소리를 지르고 돌아와 학생들한테 겁나 친절한 목소리로 “지금 이 상황이 궁금하시죠?”라며 썰을 풀었더니 특히 유부녀들이 많았던 클래스라 어찌나 찰지게 개호로비치셰이크, 도레미친셰이크를 날려주시던지 속이 다 후련하더라고요.
개가 한을 품으면 하울링을 하듯 여자가 한을 품으면 구글링을 하거든요. 증거 수집을 위해 명함에 있는 정보로 찾아봤더니만 이 개셰이크는 기독 신문에 딸에게 책 읽어 주는 자상한 아빠로 기사도 났었고 당시에는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었던 거더라고요. 그 사건 이후로 저는 우발적 범행을 매우 지지해요. 욱하는 거 못 참고 날뛰는 사람 머시써~! 롤모델!
3탄까지 진상 이야기를 하면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진상은 진상짓을 하고 난 뒤에 어떤 불이익이 없잖아요? 그럼 성공한 줄 알고 더 진화하죠. 진상이 보이거든 참지 말고 눈 치켜뜨고 꼭 때려!!잡읍시다! 월드 피스를 위하여~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