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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Sep 23. 2023

가을, 북클럽 덕에 다시 책을 잡아 봅니다.

사라진(살아진) 나의 봄


9월인 아직까지 매미의 우렁찬 소리가 낮을 점령하지만 해가 일찍 기울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가을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눈을 감고 있노라면 가을의 문턱에 서 있음을 느낀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하지 않았던가. 나 역시 아들 생일을 맞아 집 근처 캠핑장에 오면서도 내 책 두 권과 아이들 책 몇 권을 챙겨 왔다.


<베테랑의 공부> 임종령 지음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과 잘 어울리는 이 책은 "사브작 북클럽" 다음 책으로 선정되었다.




 작년 겨울, 직장다니며 시간을 쪼개어 쓰던 나에게 물었다. 시간이 생기면 무얼 가장 하고 싶을까. 나는 '읽고 쓰는 시간'이라 답했다. 육아휴직이 코 앞이 었던 나에게 곧 생길 황금같은 시간을 나는 읽고 쓰는데 보내고 싶었다. 이왕이면 제대로 하고 싶었다. 그렇게 도전하게 된 브런치.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누구나 통과하지 못하는 문. 감사하게도 브런치 글작가에 통과하고, 같은 시기 함께 도전했던 워킹맘 작가 분들과 북클럽을 결성했다. 그것이 우리 "사브작 북클럽"의 시작이었다.


휴직과 동시에 아이들의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직장을 다닐 때와는 별 다를 것이 없는 생활이 이어졌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대신 부엌이라는 공간에서 돌밥을 해냈다. 업무시간이 끝날 때 쯤 육아의 연속이 되던 것 또한 별 다를 것 없었다. 틈새시간을 이용하여 북클럽 책을 읽고 주 1회 글 한 편 쓰는 것도 말이다. 조금은 정신없지만 내가 바라던 읽고 쓰는 일을 이어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해보였다.


그러다 어김없이 개학 날이 되었다. 아이들이 등교하고 난 오전 시간도 선물처럼 찾아왔다. 그러나 그 선물이 그리 달갑지 만은 않았다. 갑자기 생긴 많은 시간을 나는 어찌 보내야 할지 모르고 방황했다. 용돈을 처음 받아 본 아이가 돈을 어찌 쓸지 몰라 편의점 물건 앞에서 허둥거리는 모습과 같았다.


개학하고 두 달이 지나도록 브런치 마지막 글 3월 4일. 결과는 참혹했다. 나의 봄은 그렇게 사라는 듯 했다.




하지만 나를 다시 읽도록, 쓰도록 해준 힘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사브작 북클럽"이었다.


https://brunch.co.kr/magazine/sabzakbookclub


아이들이 없는 오전시간, 조용히 식탁에 앉아 나도 모르게 휴대폰부터 켰다. 오히려 시간이 많아지니 읽고 쓰는 것은 나중에 해도 되겠지 싶은 안일한 생각이 들었다. 안되겠다 싶어 열심히 스케줄러를 작성해 봐도 입맛대로 차려주는 유투브 알고리즘 앞에서는 한 없이 무너졌다. 1년권을 결제한 OTT는 제대로 뽕 뽑겠다는 의지 없이도 속절없이 빨려들어갔다. 그러다 사브작 톡이 울리면 나는 떠올렸다.


'아, 맞다! 나 읽고 쓰기로 했지?'


같은 목적을 위해 모인 우리의 대화는 항상 같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바쁘지만 도서관에 갔고 그 사이 만난 반가운 책을 대출해 쌓은 사진을 공유했다. 책 표지만 예뻐도 사진을 찍어 보내주고 다 읽고 나서 드는 시시콜콜한 생각도 안물안궁 톡으로 전했다. 각자의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울 땐 함께 쓸 수 있는 글감도 나누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글쓰기가 뒤로 밀리지 않도록 모두의 '숙제'를 만들었다. 그 숙제가 바로 <사브작 매거진>이다. 나 또한 이 매거진을 통해 두 달만에 글쓰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3월 4일의 글 이후 6개월이란 시간을 되돌아봤다. 방황했다. 아니, 어쩌면 안주했을 지도 모른다.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하루 안에서 그저 그렇게 살아진 만큼 읽고 쓰고자 하는 마음도 조금씩 사라져갔다. 하지만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과 함께 했기에 읽고 쓰고 싶다는 마음의 불씨에 부채질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려면 그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들어가라는 말이 있다. 읽고자 하는 생각만 하고 있다면, 쓰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두고만 있었다면 당장 북클럽을 검색하자. 깊어가는 가을을 그냥 가게 두지 말고 나와 함께 할 멋진 동지를 찾아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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