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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Nov 19. 2024

가을이라고 우울한 법은 없잖아

오늘의 러닝 Playlist를 나눕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귀에 하얀 콩알을 끼우고

운동화 끈을 단단히 동여맸다.


오늘은 어떤 playlist를 재생할까.




굳은 몸을 쭉 늘려주는 것으로 운동을 시작한다.

팔을 뻗어 올리면 어깨와 등에서 두둑 소리가 나고

허리를 숙여 손바닥을 바닥에 닿게 하면 허벅지 뒤쪽이 비명을 지른다. (입에서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양쪽 발목을 살살 돌리다

콩콩 뛰며 손을 마구 털어준다.

마지막으로 목을 오른쪽 왼쪽 돌려주면 워밍업 끝.


아직 귓속 하얀 콩알이 광광 울리기 전.

러닝머신 속도를 최저로 하고

유튜브 playlist를 검색해 스크롤을 올려본다.



갑자기 추워진 가을 날씨가 왠지 반갑다.

수능 날 따뜻한 날씨 예보에

수험생들이 가뜩이 긴장이 많이 될 텐데

날이라도 좋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러다가도 이때쯤 핫팩을 쥐고 죽통을 어깨에 맨

수험생들이 수능시험장으로 돌진했던 때를 떠올려보면

새삼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가 걱정되었다.

하~ 입김을 불며 일주일 만에 제 날씨를 찾았구나 했다.


추위는 등을 굽게 하고 몸을 움츠리게 한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거기다 가을.

마음까지 작아지기 좋은 때이다.


'가을이라고 우울하란 법이 어딨어?

춥다고 움츠러들 필요 있어?'


평소 피아노 재즈음악을 즐겨 듣지만

오늘은 다른 단어를 검색했다.


사랑


Isn't she lovely~~~

땀을 줄줄 흘리는 나에게 사랑스럽다 말해준다.


L is for the way you look at me

누군다는 L.O.V.E.로 사행시를 지어 불러준다.


그렇게 첫 소절만 겨우 따라 부르는 올드팝을 들으며

므흣한 표정을 머금은 채 러닝을 이어갔다.


30분이 다 되어간다.

내 귀를 간질이던 콩알과 안녕하기 아쉬워지던 찰나


Dreams are my reality~

안 돼, 이 음악을 끊으면 오늘 이 기분도  끊기는 거야.

그렇게 항상 뛰던 30분을 넘겨버렸다.

가사처럼 꿈속을 뛰는 기분이었다.

당연히 힘듦은 잊은 지 오래였다.



5분 25초간의 꿈에서 깨어났다.

Stop.



음악의 향기가 지나간 자리

채 덜 마른 땀냄새가 진하게 코끝을 스친다.

얼른 가서 씻어야겠다.


Dream~ 이 지나간 자리에 다른 단어가

내 귀를 간질인다.


She ~

아, 더 뛸 걸 그랬나.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유튜브 영상캡처


사랑Playlist

https://youtu.be/HiSaLVPl0J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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