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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an 27. 2023

"친구들은 천재고 나는 바보야."

아이가 배워온 사회생활의 쓴맛

아이의 첫 사회생활인 바다반에서의 생활.

엄마눈엔 다 고만고만한 귀염둥이들이지만 그 속에 속해서 이리치이고 저리 치이는 아이 입장은 그게 아닌가 보다.


"맨날, ㅇㅇ이랑 나만 못해. 수영도 우리만 못해. 그래서 우리 둘은 바보고, 친구들은 천재야."


아직 아는 어휘가 몇 개 없다 보니, 

무언가를 잘하는 걸 '천재'라고 하고, 잘 못하고 뒤쳐지는 걸 '바보'라고 이분법적으로만 표현하는 아이.


열 명 남짓한 교실에서도 누군 잘하고 누군 못하는 게 눈에 확연히 보이다 보니,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위치가 그렇게 정립되어 가는 것 같은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엄마로서 마음이 좋지 않다.


아무리 "너 바보 아니야. 친구들보다 훨~씬 늦게 태어나서 아직 작고 모르는 게 많아서 그래. 배우고 연습하면 천재 될 수 있어."라고 해도, "아니야 그래도 바보는 맞아."라고 고집을 부려 듣는 엄마 마음을 더 속상하게 한다.


뭐 어른인 우리도 마찬가지다.

누구든 괜히 나보다 잘 나가는 것 같고, 행복한 것 같고.


개그맨 김국진 씨가 말했듯이, 사람들은 냄비와 같아서 다들 멀쩡해 보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다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평탄해 보이는 사람의 삶을 열어서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고, 비교했을 때 내 삶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닌데

쉽사리 한스러워하거나 자기 연민에 빠진다. 나 역시 그렇다. 


아이와 표현만 다를 뿐이거나 혹은 어른이랍시고 아이처럼 유치한 말로 표현조차 못할 뿐이다. 



혹시 퇴근을 앞둔 금요일 사무실에서 "나만 바보고 다들 천재야"라고 생각하며 한숨 쉬고 있지는 않은지.


감히 말해본다. 우리는 바보가 아닙니다.

살아남기 위해 혼신을 다해 바보연기 중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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