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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un 27. 2023

1학년 아들에게 제일 중요한 한 가지

"1학년 1반 친구들이 놀리지 않을까?"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가끔은 눈치 없이 행동함.


이것이 아이의 특징이라고 생각했었다. 올해 8세가 된 아들도 입학 전까지는 다른 사람의 입장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했다.


그러나 최근 유독  많이 하는 말이 있다.


(그렇게 하면) 1학년 1반 친구들이 놀리지 않을까?


미키마우스가 달린 신발이 귀여워서 "이거 사자!"라고 말해도, 처음엔 좋아하다가 다시 쭈뼛대며 내려놓기에 왜 그러냐고 물으니 "친구들이 미키마우스 신었다고 놀릴 것 같아서 안 살래."라고 한다.


엄마 입장에서는 디자인도 귀엽고 본인도 좋아하는 건데도 친구들이 놀릴까 봐 선뜻 사지 못하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무언가를 살 때뿐만이 아니라, 그렇게 좋아하는 로봇 장난감도 가지고 놀다가 흠칫하면서 "헬로 카봇은 아기들만 좋아하는 거지? 친구들이 놀릴 것 같은데..."하고 흥분(?)을 애써 누르며 취향을 숨기기도 한다.


물론 정작 본인도 반에 누군가 핑크퐁을 좋아한다고 하면 그건 아기들이 좋아하는 거라고 놀리기도 하는 것 같다.




내가 좋은 것보다 남의 눈치를 봐가면서 행동하는 것,

아들이 사회화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천둥벌거숭이처럼 굴 수 있는 인생에서 짧디 짧은 시기를 이미 지나버린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지금의 나를 아는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하겠지만, 나도 어울리지 않게 핑크 홀릭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냥 내 눈에 예뻐서 과할 정도로 핑크로 온통 치장을 했다.


정말 최악이었을 땐 핑크색 빵모자+핑크색 숏패딩에 핑크색+어그부츠+핑크색 가방까지 풀 착장으로 하고 다니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미쳤나 싶은데 심지어 유치원 때가 아니라 대학교 입학한 첫 해까지 그랬었다. 그러다 불현듯 홍학과 다를 바 없는 현실을 깨닫고 황급히 핑크템들을 다 갖다 버리고 블랙, 화이트 등 단조로운 컬러와 디자인들로만 입기 시작했다.


핑크에 미쳤던 시절만 해도 나에게 어울리고 남들이 보기에 적당한 것보다는, 내 눈에 좋은 걸 다 갖다 걸치면서 내 인생에서 다소 마지막 유아기 같은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에도 까만 피부라 어울리지도 않는 형광색, 총 천연색 옷을 골라 입고 그랬었다.

'남들이 보기에도 이상하지 않고 어울리는 것을 입어야 한다.'는 개념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함의와 개념을 뒤늦게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 때문일까,

결정을 하기 전 "1학년 1반 친구들이 놀리지 않을까?"라고 매번 묻는 아들이 귀여우면서도 짠하다.


조금 더 맘대로(원하는 대로) 살아도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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