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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Apr 08. 2024

역행자가 대체 뭐길래

<역행자>. 회사 도서관에 대출 예약을 해두고 한 달이 넘어서야 받아본 책이다.

이미 여러 명이 치열하게 봤는지 손때가 타있고 페이지가 반들반들해졌다. 중간중간 연필로 체크 표시로 낙서도 되어있어서 지우개를 들고 지워가면서 봤다. 여러 명이 보는 책이니 깨끗하게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낙서들을 지우면서 보는 건 오랜 습관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은 왔다 갔다 했지만, 남는 줄은 자의식 해체다. 필자는 자의식을 떨쳐내야 것이라고 정의한다.

꽤 많은 불행과 가난이 ‘나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자의식은 인간을 크게 성장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면서, 인생을 불행과 가난으로 떨어뜨리는 아주 무서운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나의 경우, "나는~"으로 시작하는 화법을 구사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편이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야, 무조건 나는~!"이라는 말들로 핏대를 세우는 사람들.


본인 스스로는 자신만의 밀도 있고 싶은 철학일지 몰라도, 듣는 이들에게는 협상불가한 똥고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나는~" 화법을 구사하는 사람을 지켜보면 긴 시간 아무 발전이 없다. 주변에 대한 불만과 증오만 나날이 커진다. 


나처럼 뛰어난 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몰라주는 세상에 대한 분노다. 그런 사람에게 남는 건 피하고 싶어질 만큼 어두워진 인상과 하나 둘 떨어져 나가는 주변인들 뿐이다. 이런 생각을 <역행자>의 필자는 아래와 같이 '순리자'라고 표현했다. 

종종 사람들은 ”나는 MBTI가 I형이라서 내향적이야 “, ”나는 신경성이 높아서 예민해 “, ”나는 공 운동은 못 해 “, ”나는 A형이라 소심해 “라고 본인을 틀에 가둬버리곤 한다. 정체성을 변화시킴으로써 본인만의 틀을 깨버려야 한다. 정체성을 본인의 한계에 가두는 건 순리자들의 특징이다.
매일 인스타그램에 디저트 사진을 찍어 올리는 대학생. “언니, 여기 어디예요?” 매일 이렇게 드시는데 왜 자꾸 날씬하세요! “ 이 한 줄의 댓글을 얻기 위해 신상 맛집 찾아다니면서 돈과 시간을 쓴다.

슬픈 건 내가 순리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자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설사 내가 아닌 타인이 그 점을 알아차리고 지적한다고 해도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나도 경험해 봐서 아는 것이다. 


지적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어렵고 대단한 일이다.


지적은 하는 사람 또한 큰 맘을 먹어야 할 만큼 유쾌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걸 감내하고 나에게 무언가 알려준다는 것에 대한 깊은 고마움을 느끼기 까지가 꽤 긴 고행의 시간을 거쳐야 아는 것 같다. 물론 나 또한 여전히 지적보단 칭찬을 듣고 싶은 사람이지만 말이다. 


확실한 건 입바른 칭찬보다 무거운 지적이 훨씬 더 품이 많이 드는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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