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찾은 도서관
책 배치가 뭔가 이상했다.
제일 아랫칸의 책이 세로로 꽂혀있는 것이 아니라
전부 가로로 누워있는 것이다.
뭔가 전등이 켜지는 듯한 감탄이 나왔다.
늘 서점을 가고 도서관을 가면서도 제일 아랫칸 책을 쪼그리고 앉아서 보면서도
이것을 눕혀두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제일 아랫칸에 꽂히는 책은 그만큼 시선을 못 받을 텐데, 손해를 보는 건 아닌까 혹은 저자가 알면 정말 실망하겠다 정도의 생각만 했다.
사실 불편을 느끼고 불평을 하는 건 누구나 밥 먹듯 하지만,
방법을 고민하고 또 그것을 실천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도서관은 그것을 고민하고 조용히 실천하고 있었기에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괜한 감동까지 들었다.
그런 도서관에서 앉은자리에서 다 읽게 된 책.
『떡볶이 팔면서 인생을 배웁니다』
실제로 대전에서 오랜 시간 떡볶이 장사를 하는 사장님이 쓴 책이다.
남동생이 세상을 떠나고 남편이 실직하고 본인도 투자 실수로 삶을 포기하려 했지만
결국 마음을 고쳐먹고 세상을 긍정하게 된 이야기다.
특히 떡볶이 집을 찾던 단골 아이가 집에 불이 났다며 소화기를 빌리러 뛰어왔는데,
장사를 하다 말고 소화기를 들고 같이 뛰어가 불을 끄고 배고팠을 아이들에게 떡볶이를 챙겨준 이야기나
단순히 떡볶이를 사가는 손님이 아닌 그 손님이 가는 길까지 생각해 본다고 하는 배려들이 잔상을 남겼다.
물론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힘들겠구나, 덥겠구나 하는 공감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고 행동하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걸 이 책의 저자는 기꺼이 해냈다.
비싼 양주로 일당을 날리고 막걸리로 허한 속을 달래려는 아저씨에게 영업이 끝난 시간에 순대를 내어주고
긴 머리가 불편할 학생들을 위해 머리끈을 챙겨 주고,
소풍 간식으로 떡볶이를 포장하는 손님들을 위해 피크닉용 비닐이나 쓰레기봉투를 챙겨주는 일들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움직여 행동하니까 일상이 변했다고 한다.
장사는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닌 경험을 나누는 일이라고 말이다.
나 또한
못 뛰어, 안 해, 아니 못해, 나는 못 달리는 사람이야 라고 확신하며 30년을 살았지만
지금은 매일 뛰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몸을 움직이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그리고 뛰고 나서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마음과
내 몸에 대해 더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가장 큰 수확은 뛰기 전 나를 분노케 한 사람도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다. 덜 미워하게 된다는 점이다.
생각은 가볍고 행동은 무겁지만
움직여 행동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