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피아 Jan 28. 2024

이별은 항상 어렵다

남편의 해외파견 출국


떠나는 사람의 소중함은 이별을 통해서 다시금 한 번 느끼게 된다. 그동안 회사일로 수 많은 동료들을 떠나보냈는데, 그저 숫자로, 날짜로, 돈으로 무감각한 일로만 느껴졌다. 가면 가고 오면 오나보다, 페어웰은 어찌나 많은지 귀찮기만 했는데. 잘 가라고 인사하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 싫었다. 이 포지션은 그대로고 너가 가면 또 새로운 놈이 오겠지.


하지만 실제로 '내 사람'을 공항에서 배웅하는 것은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주체가 필요해지는 감각세포가 요동치는 일이었다.


-

남편이 들어간 후 ㅎ

공항 배웅을 위해 회사에 반차를 냈다. 오후 3시 비행기. 아이 유치원 등원버스를 함께 태우고 창가에 앉은 아이에게 인사를 한다. 아이는 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러번 말을 해주긴 했는데 그걸 소화 했는지. 엄마와 아빠가 동시에 배웅해 주는 이 아침에 어안이 벙벙한지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남편에게 방긋 웃어보인다. 남편이 손을 펴 창가에 갖다대자 아이도 그 손에 고사리같은 손을 펴 마주친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버스가 시동을 건다. 안녕, 계속 손을 흔들고 하트를 그리는 아이다. 아이를 태운 버스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남편은 그 뒤를 쳐다본다.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아이를 보내고 짐을 챙겨 공항버스를 탔다. 마치 같이 여행 다니던 신혼으로 돌아간 것 같은데. 오랜만의 이별이다. 공항을 너무도 좋아하는 나이지만, 이제 확실히 알겠다. 공항의 설렘을 좋아하는 것이지 공항의 이별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환송객 출입 금지. 티켓을 받고, 짐을 부치고, 부모님께 전화를 하고, 이제 마지막 순서다. 정말 못 보는구나. 나 없이 애 키우니 얼마나 억울해서 우는 거냐고 농담하는 남편이 밉다. 그래, 나 억울해서 우는거다!


들어가면 읽어보라고 손에 쥐어 준 고디바 한상자와 나와 아이가 각각 쓴 편지를 보고 그도 많이 울었다고 한다. NFJ인 당신도 어쩔수가 없다구. 내 앞에서 센 척 하느라 눈물을 참았던 것이지.  비상구 좌석을 얻어 편하게 간다고 했는데, 빨간 외투를 입고 빨간 눈을 하고 엉엉 우는 덩치큰 아저씨가 댄공 승무원 언니랑 마주보고 이륙한다고 하니 너무 웃겼다.


요즘 세상이 좋아져서 플라잇레이더 같은 앱으로 비행기위치를 실시간으로 트래킹 할 수 있고, 도착하며 공항 와이파이로 바로 연락도 된다. 회사에 복귀하여 오후 업무를 하면서 그의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 목적지를 향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퇴근 후 아이와도 지금쯤 필리핀 상공을 지나고 있고 경로를 보며 코딱지나라(코타키나발루) 같은 나라 이름도 외우고 이야기 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할머니가 띵동 한 대문소리에 아빠야? 하며 뛰쳐나간 아이를 보며 또 울었지만, 그래도 우리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잘 부탁한다. 그리고 닥치면 다 하는거다.


독박 워킹맘 24/7 시작!


작가의 이전글 삼청동에서의 어느날, 과거로의 시간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