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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Jan 25. 2024

워킹맘의 휴가는 바쁘다

하원은 왜이리도 이른걸까?


아이를 깨워 등원셔틀을 태워 보내면 집을 잠시 정리하고 그동안 못했던 운동 - 이라기보다는 겨우 스트레칭- 의 호사를 누린 후, 밀렸던 개인 어드민 업무를 본다. 가령 치과방문이라덜지, 5개월만의 파마라던지.


내가 집에 있기 때문에 식사준비와 청소도 오롯이 내 몫이다. 시간이 정말 부족하다. 역시나 시간은 상대적인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회사에 있었으면 엄청난 업무를 다 끝내고 회의까지 2번 하고도 고작 점심시간일텐데.


휴가라는 마인드가 무의식에 있어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행동한걸까? 수타 짜장면집 쇼윈도에 보이는 주방장의 밀가루 반죽 마냥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가늘어졌다 넓어졌다 하는 게 시간이다. 하긴 고등학교 쉬는 시간 10분동안 화장실도 가고, 쪽잠도 자고, 심지어 매점도 갔었는데!


시간이 금방 흐른다. 벌써 아이 하원 시간.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가서 문 앞에서 기다린다. 썰물과 밀물같이 물갈이 되는 유치부 아이들과 초등부 아이들. 그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픽업하는 수많은 이모님, 태권도 선생님, 미술학원 선생님들, 그리고 엄마 아빠들.


문을 나오는 아이들의 얼굴과 표정을 보게 된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어떤 아이들은 표정이 어둡다. 반면 정말 신나서 노래 부르며 나오는 아이들도 많고. 영어로 종알거리며 나오는 아이들도 있다. 우리 아이의 표정은 어떨까, 내가 와서 반가울까, 내 허리춤에 오는 아이들의 까만 머리들 속에서 삐쭉 튀어나온 우리 아이가 보인다. 손을 흔들고, 아이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번진다.


아이의 가방을 받아 내 등에 메며 나는 학부모가 된다. 가방이 좀처럼 무거워서야. 가벼운 날도 있지만 오늘은 책을 많이 줬나보네. 묵직한 책가방은 오늘 아이와 공부로 씨름할 것이 많다는 마음의 무게다.


아이와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은 없을까? 내 나름 최선을 다해서 스트레스 주지 않고 휘리릭 시키고 있긴 하지만 오늘도 고민한다. 받아 먹는 애한테 하면 더 즐겁게 할 텐데 말이지. 쩝. 반은 질질 흘린 줄 알았는데 나중에 다 아웃풋이 나오는 아이를 보며 보내던 원을 끊는 객기는 없는 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아이에게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물어본다. 아이는 엄마라는 존재가 온 것 자체에 기분이 들떠 보인다. 종알종알 어찌나 하고 싶은말이 많은지. 자주 못 와 주어 미안한 마음 반 뿌듯한 마음 반이다. 괜한 미안함에 아이에게 묻는다.


아이스크림 먹을래?


오늘은 (엄마가 등하원 해준) 특별한 날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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