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방도시에 공장을 지으러 나갔던 초기였습니다. 주재원이라고 해봐야 법인장, 재경 주재원, 인사 주재원 딱 세명만 있었고, 가족도 아직 나오지 않았었죠. 외국 기업이 진출하지 않았던 곳이라, 외국인을 위한 식당, 한인식당조차 아직 없던 시기였습니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을 먹는 게 가장 큰 일이었죠.
그 도시에 도착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는데, 저와 재경 주재원은 퇴근 후 이불 등 물건을 사러 마트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법인장님을 혼자 두고 갈 수 없어 같이 밥을 먹고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먼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응, 난 숙소로 가서 밥 먹을 테니 둘이서 가세요"
벌써 식사를 할 걸 준비하셨을 리가 없는데... 의아했지만 더 묻지 않고 재경 주재원과 둘이서 장을 보러 갔습니다. 그리고는 마트 앞에 있는 맥도널드에 가서 햄버거를 주문했습니다. 당시에 현지인의 도움 없이 주문할 수 있는 건, 그리고 맛을 예측할 수 있는 건 맥도널드밖에 없었죠.
둘이서 한참을 먹다가 순간 얼음이 되었습니다. 먼저 와서 햄버거를 드시던 법인장님과 눈이 마주친 거죠. 이내 어색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먹고 들어가' 하며 먼저 나가셨습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전에 젊은 시절에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 주재원 생활을 했는데, 그때도 당시처럼 가족들과 떨어져서 생활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매일 법인장과 식사를 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며, 자신이 나중에 법인장이 되면 절대 그러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했었다 합니다. 그래서 법인장이 된 지 이틀 만에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혼자 맥도널드를 간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