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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더달 Nov 08. 2020

Beautiful Day

내일은 인류 멸망... <지구로부터의 카운트다운>_12


현석 씨는 신들이 머무는 히말라야 어디쯤에 있었다. 그는 몇 시간 전에 내일 벌어질 일을 전해 들었다. 이 시대에는 아무리 높은 곳이라도 휴대전화가 터지기 때문이다. 믿을 수 없게도 휴대전화 속의 세상은 인류 멸망의 소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친구와 가족들에게 연달아 전화와 문자가 왔다. 현석 씨는 마지막으로 7살짜리 딸에게 축복의 말을 건네고, 휴대전화를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던져버렸다.

휴대전화와 함께 발밑의 소란한 세계도 그에게서 사라졌다. 

그는 조용히 신들이 사는 땅을 둘러보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안나푸르나의 꼭대기를 향해 전진해 나갔다. 바람은 따뜻했고, 눈밭은 솜처럼 폭신하게 느껴졌다. 현석 씨는 하얀 입김을 뿜으며 혼잣말을 했다.      


“오늘은 참 멋진 날이군.”       



<지구로부터의 카운트다운>  슬프고 비장하고 아름다운 우리들의 86,40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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