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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덕 Apr 24. 2024

인도네시아 수카르노하타 공항 도착

2009년 2월 19일 아내와 내가 탄 항공기는 7시간 만에 자카르타 근처에 있는 수카르노 하타 공항에 도착했다인도네시아의 독립영웅이자 초대 대통령과 부통령을 지냈던 분들의 이름을 공항의 이름으로 한 것이다공항에는 초콜릿 색 피부를 가진 사람들과 질밥(인도네시아 이슬람 여성이 머리에 두르고 몸에 두르는 의복)을 한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드디어 인도네시아에 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설레었다짐 검사를 마치고 개찰구로 나오자 인도네시아대학교(UI)에 근무하는 두 명의 여사무원과 남자 대학원생이 내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그들을 대하자 마치 낯선 곳에서 아주 잘 아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차를 타기 위해 밖으로 나오자 덥고 습습한 밤공기가 느껴졌다. 한국은 추운 겨울이었고 비행기 안도 역시 추울 것 같아 겨울옷을 입고 왔었기에 더욱 훈훈했다. 우리는 ‘끼장’이라는 승용차에 짐을 싣고 차에 올랐다. 에어컨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시원하고 좋았다. 

‘끼장’이란 인도네시아어로 ‘사슴’이라는 뜻이다. 이름의 뜻을 알고서는 사슴이 아주 잘 뛰는 동물인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차는 인도네시아 한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본산 차라고 했다. 토요타에서 만든 밴 같은 차인데, 뒤쪽은 좌우 두 개의 문으로 나뉘어 있어 모양이 특이했다. ‘끼장’이 인기 있는 이유는 여러모로 장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선 이 차는 중고로 팔 때 좋은 가격으로 팔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이외에도 바퀴가 커서 도로가 물에 잠겨도 지나갈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선호한다고 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살다보면 우기에 비가 많이 와서 도로가 물에 잠기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것을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반지르’라고 한다. 사전에서는 홍수라고 번역하고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홍수와는 차이가 있다. 어쨌든 인도네시아에서는 도로가 수시로 물에 잠기기 때문에 벤츠 같은 승용차보다 ‘끼장’이 훨씬 실용적이라고 했다. 2,000cc 이상의 차인데, 당시 가격은 220,000,000 루피아 정도였다. 이를 당시 한화로 계산해 보면 2,800만 원 정도 해서 생각했던 것보다는 비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자동차를 자체 생산하지 않아서 지금도 모두 외제 차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일본산 차를 사용하고 있다. 2020년에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에 들어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앞으로 자동차 판매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

차가 인도네시아대학교를 향해 가는 동안 우리는 영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덕분에 대화는 즐겁고 유쾌했다. 인도네시아에 와서는 참 많이 웃었다. 말을 이해하지 못해도 그때마다 되물어 보기가 민망해서 웃으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야경이 근사한 공항을 벗어나자 곧 자카르타 시내가 나타났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고속도로를 ‘똘’이라고 하는데, ‘똘’이 자카르타 시내 중심을 통과하고 있어서 자카르타 시내의 모습이 잘 보였다. 도로 양쪽에 세워진 건물들은 밝은 네온사인 때문인지 서울의 건물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느껴졌다. 내가 생각했던 인도네시아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인도네시아대학교는 ‘데뽁’이라는 곳에 있어서 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정도 가야 했다. 물론 길이 막힐 때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당시 인도네시아에는 도로가 많지 않아 종종 길이 막혔다. 이것을 인도네시아어로 ‘마쯧’이라고 한다. 자카르타는 정체가 심해서 홀짝제를 시행하기도 하는데, ‘코로나 19’때에는 교통이 조금 원활해지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한인들은 인도네시아대학교가 한국의 서울대학교와 같은 곳이라고 한다. 물론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한국의 서울대학교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해마다 이루어지는 대학 평가를 보면 조금씩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도네시아대학교는 족자카르타에 있는 가자마다대학교(UGM)와 함께 매번 1, 2위를 차지하고 있어 인도네시아 최고의 명문 대학임은 분명하다.

우리가 탄 차는 드디어 인도네시아대학교 입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입구에는 열거나 닫는 문이 없고, 조그만 검문소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다. 그 안에 있는 직원들은 학교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주차 카드를 준다. 학교 안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대단히 크게 느껴졌다. 

우리는 인문대 근처에 있는 일본연구소(PAJ)로 안내되었다. 일본연구소는 일본이 투자하여 지은 시설물이라고 했다. 손님들이 이곳에서 묵으면서 세미나를 할 수 있게 만든 건물이었다. 지정해 준 숙소 문을 여니 테이블 위에는 예쁘게 생긴 용과일과 몇 가지 다른 과일이 담겨 있는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바구니에는 우리를 환영한다는 문구가 적힌 테이프가 달려 있었다. 정성이 느껴져 감사했다.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시작해 보자고 속으로 다짐했다.    

                                                      수카르노하타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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