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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덕 Jun 05. 2024

인도네시아의 부정부패 문제

무슬림이 대부분인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한국문화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인도네시아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책과 글을 조금 읽어보았다. 그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도네시아의 부정부패를 다룬 <두 마리의 고래와 프랑크톤>이라는 글이었다. 이 글의 저자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의 군인과 중국 상인이 고래이고, 나머지는 고래의 먹이인 프랑크톤이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인도네시아대학교 언어교육원(LBI) 교수가 소개해 주어서 읽게 된 이 글은 인도네시아어로 되어 있어서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빈부격차가 심한 인도네시아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세상에 부정부패가 없는 곳은 없을 것이다. 인도네시아 역시 부정부패 척결을 최우선적 과제로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 관련된 일화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인도네시아대학교에서 가르쳤던 한 여학생이 어느 날 나를 찾아 왔다. 공부도 잘하고 똑똑해서 졸업 후 교수가 되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 학생은 한국 유학 후 돌아와서 공무원이 되겠다고 했다. 그래서 속으로 아쉬워했었는데 그 여학생이 지금은 생각이 변했다고 했다. 공무원인 오빠가 ‘공무원이 되면 부정을 안 할 수 없어서 위험하니 공무원이 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사업을 하는 한국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한 사업가가 말하기를 공무원들이 너무 부패해서 사업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랬더니 다른 사업가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그래서 자기는 사업하기가 너무 쉽다고 했다. 자신의 경쟁자를 인도네시아 공무원들이 알아서 다 막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농담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서 웃고 말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가 인도네시아에서 직접 경험한 것은 교통경찰들이 운전자에게 부정한 돈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자카르타는 교통이 복잡한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빤쪼란’이라는 곳은 항상 복잡하다. 교통경찰이 항상 지키고 있는 곳이다. 현지인 운전기사들도 이곳에 오면 긴장을 한다. 그런데 2015년 어느 날 우리 차가 경찰에게 잡혔다. 신호등이 초록색이어서 전진했는데 이내 빨간색으로 바뀌는 바람에 어정쩡한 위치에 서 있게 된 것이다. 경찰에게 걸린 운전기사는 나에게 5만 루피아만 달라고 했다. 내가 10만 루피아밖에 없다고 하자 기사는 탄식하면서 그 돈을 가지고 나갔다. 그는 경찰과 이야기하면서 함께 고가도로 밑 으슥한 곳에 가더니 이내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나에게 5만 루피아를 돌려주었다. 거스름돈을 받아 온 것이었다. 경찰이 거스름돈도 주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기사는 나에게서 빌린 돈이라 나중에 갚아야 한다고 하면서 좀 깎아 달라고 했더니 경찰이 깎아 주더라는 것이었다.

인도네시아에 오기 전 비자 문제 때문에 서울에 있는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 근무하는 인도네시아인 여성 사무원이 말하기를 인도네시아에 가면 관공서에 직접 가서 일을 처리하지 말고 ‘아겐(중개인)’에게 부탁하라고 했다. 나는 내가 인도네시아어를 잘 모르니까 그래야 하는 모양이라고만 생각했다. 인도네시아에 온 지 1년이 되어 비자 연장 문제 때문에 이민국에 갔다. 이민국 건물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비자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더욱 후덥지근하게 느껴졌다. 

학교에서 소개해 준 ‘아겐’은 이미 나와 있었다. 나는 반갑게 인사를 한 후 그녀를 따라 이민국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사무실 앞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던 한 서양인이 우리를 따라 들어왔다. 늦게 온 내가 사무실로 들어가니 그도 따라 들어 온 것 같았다. 그러자 사무실에 있던 직원이 그에게 큰소리로 나가라고 했다. 그는 말 한마디 못하고 그대로 나갔다. 그 광경이 우습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도 그 서양인처럼 민망한 일을 당한 적이 있다. 운전면허를 연장하러 갔을 때 일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산 지 5년이 넘었고 인도네시아어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아겐’ 없이 혼자 갔다. 그랬더니 직원이 서류 준비가 미흡하다고 다시 해 오라고 했다. 다음 날 갔더니 또 다른 요구를 했다. 할 수 없이 다음 날 준비해서 다시 갔다. 직원이 서류를 보더니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사무실로 들어가 보았다. 그러니까 직원들이 나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나와서 다시 기다렸다.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짜증이 나서 다시 들어가 볼까 했는데 마침 이웃에 사는 한국인 여성을 만났다. 그녀는 운전면허를 연장하기 위해 ‘아겐’과 함께 왔다고 했다. 나는 ‘아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내 일도 부탁했다. 그랬더니 얼마 안 되어 새로운 면허증을 받아 왔다. 

인도네시아 공무원들은 외국인이 직접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보통 인도네시아 ‘아겐’들은 사무실에 들어가면 직원에게 약간의 돈을 준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그것을 잘 모르니 아무래도 거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는 요즘 많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공항이다. 예전에는 인도네시아에 입국할 때에는 항상 불안했다. 직원들이 무슨 트집을 잡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당시 직원들은 무언가 하자가 있다 싶으면 으슥한 곳으로 가서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다. 물론 흥정도 가능했다. 요구하는 금액이 너무 많아서 깎아 달라고 하면 깎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공항에서는 이러한 광경을 거의 볼 수 없다. 인도네시아가 많이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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