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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덕 Jun 26. 2024

객원교수 활동 소감

내가 해외 대학 파견 교수로서 인도네시아에 온 것은 2009년 2월 19일이다. 인도네시아에 온 지 14년 반이 되는 셈이다. 그동안 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이외에 강연, 한인신문 기고, 다양한 프로젝트 기획 및 수행, 저서 출판, 논문 작성, 한국학연구소 설립, <인도네시아 한국어 교육자 협회(AJARI)> 창립 등의 활동을 하였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많은 기쁨과 보람을 느꼈는데,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한 소감을 간단히 밝히고자 한다. 

나는 공군사관학교에서 24년간 생도들을 가르치다가 2008년 6월 공군 대령으로 명예 전역을 하였다. 이후 무언가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에서 한국어 혹은 한국학을 가르칠 객원교수를 선발하여 해외 대학에 파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원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인도네시아 대학교(UI) 객원교수로 선발되었다. 

인도네시아대학교에 근무하면서 나는 여러 기관으로부터 강연 초청을 받았다. 인도네시아대학교에서는 물론이고 한국문화원, 한국대사관, 자카르타 한국인학교, 가자마다 대학교, 나시오날 대학교, 세종학당, 인도네시아 고등학교 등에서 한국문학, 한국어교육, 한국 문화, 한류, 청소년 진로 문제 등에 대해 강연하였다. 그리고 여러 기관이나 단체가 주관하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심사를 맡기도 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유명한 문학잡지 『호리손(HORISON)』에 문학평론을 게재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 로스티뉴 교수가 한국전쟁소설에 대한 나의 글을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해 주어서 잡지사에 보냈더니 게재되었다. 인도네시아 문학잡지에 실린 최초의 한국문학 평론이 아닐까 싶다.  

이외에도 나는 국내외 학술대회에 참여하여 논문을 발표하기도 하고, 인도네시아 한인신문과 잡지 등에 글을 게재하였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문화를 한국에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도네시아 사람들 이야기』를 기획 편집하여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20여 대표 종족과 그들의 문화를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도네시아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나는 중국의 복단대학 및 전남대 교수들과 공동으로 연구하여 두 권의 교재 『한국명작의 이해와 감상』, 『한국문학사』를 제작하였다. 이 책들은 3년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이후 한국 출판사 민속원에서 출판되었다. 외국 대학생들이 한국문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인도네시아 교육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에서 근무할 때에는 아내도 정식 강사로 채용되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활동을 거의 함께했다. 커리큘럼을 만들고 수업 계획서도 작성하였다. 그리고 8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어와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한국학교육학회(AKSEIN)>를 결성하여 교수 간 학술정보 교환 및 친목을 도모하였다. 여러 차례의 한국어, 한국학 교육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여 인도네시아에서의 한국어, 한국학 교육의 발전을 꾀하였다. 

2017년에는 인도네시아 교육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의 발전을 위해 특별한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주관하고 있는 <해외 대학 한국학 씨앗형 사업>에 지원했다.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어 인도네시아 교육대학교에서는 매년 4,700만원 정도의 예산을 3년간 지원받았다. 

사업책임자였던 나는 2017년 7월 1일부터 2020년 6월 30일까지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였다. 인도네시아 교육대학교 내에 한국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소에서 일하는 학생들에게 3년 동안 근로장학금을 지원하였다. 그리고 한국어와 한국학 교육 관련 워크숍, 컨퍼런스 등을 매년 개최하여 논문을 발표하고 논문집도 발간하였다. 또한 인도네시아 설화와 한국 설화를 비교한 논문을 경희대 박사과정에 다니는 제자와 함께 공동 작성하여 이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하였다. 

2018년 2월에는 인도네시아 교육대학교 교수인 넨덴 릴리스 교수와 함께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2018)를 인도네시아어로 공동 번역하여 인도네시아에서 출판하였다. 3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의 한국어교육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는 한국어 교수, 교사, 학원 강사 등과 함께 <인도네시아 한국어교육자 협회(AJARI)>를 창립하였다. 이때 회장으로 선출된 나는 한국어교육의 발전을 위해 매년 세미나와 워크숍 등을 개최하면서 논문집을 발간하였다. 

또한 인도네시아 교수들과 함께 인도네시아어로 된 교재 『한국사 이해』(2019), 『한국문학 이해』(2020)를 공동 집필하여 인도네시아 출판사에서 출판하였다. 인도네시아로 된 교재를 발간하고자 했던 숙원의 사업이 11년 만에 이루어진 셈이다. 이외에도 나는 가자마다 대학교(UGM)의 요청으로 학생들에게 한국문학에 대한 특강을 하였다. 이후에는 한 학기 강의 내용을 2주 동안 매일 6시간씩 강의하기도 하였다. 힘들었지만 보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2019년에는 수라바야에 있는 세종학당에서 <윤동주의 생애와 시>라는 제목으로 강연하였다. 이때 한 학생의 시 낭송을 듣다가 감동이 되어 눈물이 나서 당황했던 일이 기억난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교육부 주최 한국어 말하기 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였다가 인도네시아의 유명한 소설 『라스까르 쁠랑이(무지개 군단)』의 무대인 블리뚱에 갔던 일, 아세안 문학자 대회에 한국 문인 대표로 참석하게 된 일 등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는 한국문학번역 동아리를 만들어서 학생들과 함께 한국소설을 번역하였다. 왜냐하면 번역가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11명의 3학년 학생들과 함께 한국 현대소설 이태준의 <복덕방>을 번역하였다. 그런데 학생들이 너무 어렵다고 해서 두 번째부터는 좀 더 쉬운 황순원의 <소나기>를 번역하였다. 번역 동아리 활동 소감을 들어보니 모두 자신의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으며, 한국 문화를 많이 이해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였다. 그러나 장소나 시간 문제 때문에 온라인으로 번역 활동을 해서 다소 아쉬웠다고도 했다. 

이처럼 나는 해외 대학 객원교수로 파견되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내가 가르친 제자들이 한국에서 유학한 후 돌아와 교수가 되고, 나와 함께 공동으로 논문을 발표하거나 저서를 출판한 일 등이다. 2020년 12월에 나와 아내는 인도네시아 교육대학교로부터 제1회 공로상을 받았다. 학교에서는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이 상을 마련했다고 하면서 앞으로도 많은 협력을 기대한다고 하였다. 

우리 부부는 인도네시아에서의 한국학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소장하고 있던 1,500권의 책과 8개의 책장을 인도네시아교육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 기증했다. 정든 책을 떠나보내는 것이 아쉬웠지만 앞으로 후학들에 의해 많이 활용될 것을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하였다. 

귀국하기 전 인도네시아교육대학교에서는 우리 부부를 위한 송별식을 마련해 주었다. 이때 우리는 많은 선물을 받았다. 감사 인사를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서 더 이상 원고를 읽을 수 없었다. 나는 할 수 없이 아내에게 원고를 대신 읽어줄 것을 부탁했다. 아마도 이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2023년 8월 20일 한국에 도착한 우리는 지금 청주에서 살고 있다. 14년 6개월 만에 돌아오니 많은 것이 변해 있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가 돌아오면 흔히 문화적 역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인도네시아교육대학교 교수로 적을 둔 채 강의를 계속하고 있어서 그런지 큰 충격은 면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인도네시아에 가끔 가려고 한다. 인도네시아를 좀 더 알고 싶고 그리운 사람들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니 모든 일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이 글을 통해 감사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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