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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해결해 줬어

고생했지만 잘 해냈다

by 지니




그러니까 5월 28일 아침을 함께 먹는데 어머님께서 “무슨 소리 안 들리더제? 어제 내 넘어졌디라 “ 하시는 거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식사도 잘하시고 그날 목욕도 씻겨드렸다.


하루가 지나고 어머님은 통증을 호소하셨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도 통증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스스로 화장실도 이용하고 양치도 혼자 하시던 분이 꼼짝도 못 하셨다.


토요일이 되어 짝지와 함께 어머님을 모시고 인근 제일 큰 병원으로 갔다. 차례가 되고 의사 선생님의 진찰로 시작해서 엑스레이까지 꼼꼼히 찍었다. 결과는 MRI를 찍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하신다. 의사 선생님이 일주일치 약을 챙겨드릴 테니 이거 다 먹고 계속 아프다 하시면 MRI를 찍어보던지 입원을 하던지 해서 치료해 봅시다 하셨다.




2년 전 어머님은 형님댁에 한 달 가까이 가 계시면서 이동변기를 이용하다가 중심을 잃고 폭 주저앉으면서 허리가 내려앉은 적이 있었다. 어머님 연고지가 울산으로 되어 있어서 울산 집으로 모시고 다음날 인근의 큰 병원에 입원을 하셨더랬다. 그때 둘째 형님과 번갈아가며 어머님을 돌봐드렸다. 형님이 한 달간, 내가 10일간 병원에 있었다. 요즘 병원 간병비가 얼마인지는 몰라도 그때 당시 하루 간병비가 13만 ~ 15만이었다. 40일간 간병인을 썼다면 13만 원으로 계산했을 때 520만 원이 환산된다. 그땐 무슨 생각이었을까? 딸인 둘째 형님이 한 달간 계셨으니 390만 원이 아껴진 셈이고 내가 10일 있었으니 130만 원이 아껴진 셈이다. 도합 520이다.




나는 그때 어머님 기저귀를 채워본 건 두 번째였다. 22년 코로나에 걸려 입원하신 적이 있었다. 그때 코로나 병동이 따로 있었는데 음압 격리실이었다. 거기에서 일주일을 어머님과 함께 보내게 되었다. 아.. 거기는 정말 감옥 같았다. 창문을 열 수도 없었고 이상한 기계만이 계속 돌아갈 뿐이었다. 거기서 발 무좀이 심하게 걸려 고생했더랬다. 거기서는 밥도 때마다 도시락이었다. 먹고 나면 비닐봉지에 꼭꼭 싸매 지정되어 있는 쓰레기통에다 버렸다. 그 일주일을 어떻게 견뎠을까... 일주일 뒤 4일간은 일반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무사히 퇴원하실 수 있었다. 여하튼 중요한 건 거기서 기저귀 채우는 걸 처음 해 봤다. 그때는 잘 몰라서 영상을 보면서 배우면서 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기저귀를 채워보는 건 두 번째였다는 거다. 두 번째라서 그런지 뭔가 수월한 느낌이 들었다. 여하튼 그런 경험을 했었다.


당분간은 어머님을 모셔야 하기에 작년 12월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지금은 1시간 요양으로 본인 부담금을 뺀 금액을 받고 있다.


길고 긴 여정을 돌아 돌아와 오늘이 딱 3주째, 병원에서 돌아온 뒤 그 뒤로 누우신 채로 꼼짝도 못 하시는 어머님을 돌봐드렸다. 웬만하면 일으켜 세워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 드리고 싶었는데 아마도 뼈에 실금이 간 거 같기도 하고 여하튼 오늘이 6월 21일이니 3주간을 그렇게 돌봐드렸다.

남들이 보면 뭐 저렇게까지.. 병원으로 모시지.. 할 수도 있겠지만 병원에 가도 어차피 뼈가 붙으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이니.. 나는 그 전의 경험이 있어서 자신은 있었다. 형님이 주말마다 와 주셔서 그래도 그 하루만큼은 자유할 수 있었다.


결론, 어제부터 식탁에 나와 함께 식사를 하신다. 어머님 방에서 거실까지 나올 때 내 허리를 감싸시고 나는 어머님 손과 허리를 감싸고 그렇게 나온다. 지금은 식사도 잘하시고 다리에도 힘이 붙은 게 느껴졌다. 모르겠다.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겠지만 환자와 간병인 사이에 그동안의 끈끈한 정은 더 깊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더하고 빼고 없이 있는 그대로 찐 어머님을 모시는 이야기들로 풀어보았다. 그동안의 힘들고 고됐던 시간들이 보상이라도 되는 듯 마구 주절주절하였다. 언제 좋아지시려나 했지만 어느 순간 차도를 보이신 어머님.


“우리 쪼금만 더 고생해 보아요”


sticker sticker



*5월 28일에 그런 일이 발생하였고 6월 21일에 차도를 보이신 어머님. 지금은 다행히도 건강하게 일상 생활하십니다. 6월 21일에 적은 글이었는데 그때는 차마 공개하지 못하고 오늘에서야 올려봅니다. 그때는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지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는지 연재북 <그냥 꺼내보는 이야기 2>에 넣어봅니다. 어제는 어머님께 “저, 바닷가에 놀러 갔다 올게요” 했는데 “그래, 어디든지 가라”시며 힘을 보태주셨어요. 사시는 동안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그렇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바람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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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