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맛집 한 군데 찾았어요! 어서 오이소!
“어제 작성한 전라도 여행글이 날아가버렸습니다. 수정으로 만지작거리다 말이지요.
과한 욕심은 화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알게 된
제가 태어나 먹은 국수 중
손에 꼽을만한 집을
발견했답니다.
이제부터 잘 따라오셔요!!
지 지난주 주일 볼일을 보고 난 후 아직은 낯선 동네를 걸어보기로 했다. 걸으면서 낯선 동네를 찬찬히 알아가는 것도 참 매력 있다. 어차피 처음 가는 길이니 대충 방향을 그리며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개울이 흐르는 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발견했는데 작은 산책로가 나왔다. 그리고 지름길이 되는 셈이었다. 앗싸, 새로운 길 발견! 뿌듯함이 밀려왔다.
자연스럽게 그 동네들을 누비고 다녔다. 버스가 자주 다니는 곳이 아니라 버스 기다리는 시간에 걸어 다니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모르는 길을 따라가다가 맞은편 빨갛고 노란 간판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으흠, 바로 저거지! 하며 보이는 길을 따라 따라갔더니 건널목이 보이질 않는다. 뭐지? 뭐지? 잠시 멘붕이 왔다. 저길 간다고 쳐도 다시 거슬러 가야만 했다. 금방 나올 것 같았던 간판의 집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더 멀어졌다. 맥. 도. 날 드. 여. 바이바이.
다시 발걸음을 돌려 다음 길 탐색. 바리케이드가 아무렇게나 쳐진 큰 부지가 나왔는데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었고 쓰레기들도 간혹 보였다. 아마도 건물을 지을 요량이었던 것 같다. 그 길을 지나는데 괜히 으슥해졌다. 이리저리 걷다가 다정한 골목을 발견했다. 이리로 가보자 하고 들어갔는데 익숙한 길이 나오는 듯 보였다. “아, 여기? 알 것도 같은데... 자주 보던 버스노선이 다니네” 하며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익숙한 도로가 나오니 안심이라도 된 듯 긴장이 풀렸다.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기다 발견한 신발가게의 비옷이 눈에 들어왔다. 비옷은 언젠가 한번 갖고 싶었는데 저 비옷이다 싶었다. 갈색 + 자주색 바탕에 작은 흰색 땡땡이 무늬였다. 우선 들어가 겉옷을 벗고 걸쳐보았다.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안에 니트 조끼를 입은지라 맞는지 잘 모르겠어서 조끼를 벗고 블라우스 차림에 다시 입어보았다. 다행히 사이즈는 맞는 듯 보였다. 어차피 비옷은 여름에 많이 입으니 반팔 소매의 티랑 입으면 문제 될 게 없었다.
마음에 드는 비옷을 고르고 나니 이제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저것 맘에 드는 것들을 신어보고 난 뒤 가격이 아주 착해 단화랑 슬리퍼 두 가지를 사가지고 나왔다.
아, 이쯤 되면 뭐 좀 먹어줘야 되지 않을까 하여 발견한 국숫집으로 냉큼 들어왔다. 바로 여기다.
상호가 <국시사랑 고기 김밥>이다. 잠시 눈을 의심했다. 국수 고기? 그러고는 찬찬히 둘러보니 뚝배기 양념고기가 메뉴에 있었다. 뭐지? 이 집 분위기 벌써, 맛있다. 한쪽 테이블에는 남자 어르신 세 분이 국수를 드시고 계셨다. 나도 국수 한 그릇을 주문해 본다. 나이가 지긋하신 부부께서 운영하고 계셨는데 아주머니 사장님이 아저씨 사장님께 “국수 한 그릇요!”하고 말씀하시니 이내 아저씨 사장님이 국수를 말고 계신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기다리니 국수가 짠! 하고 식탁에 차려졌다.
요로코롬 말이다. 맛있어 보이는 비주얼에 빨리 맛보고 싶어서 처음 나왔을 때 사진을 찍지 못하고 먹다가 찍게 되었다. 후루룩 짭짭. 이 집 국수는 한마디로 깔끔 그 잡채다. 국수가 맛나 허겁지겁 먹다가 뭐가 들어갔는지 자세히 고명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 집은 또 별미가 김치다. 사장님이 직접 담그시는데 우와, 김치가 정말 맛났다. 레시피가 막 궁금해질 정도로.
이틀 전 볼일이 있어 다시 이 동네로 왔다. 자연스럽게 이 국숫집을 방문했다. 고명은 단 두 가지였다. 숙주와 부추. 뭔데, 뭐야? 정말 두 가지라고? 근데도 이리 맛나다고? 바쁜 일을 끝내시고 두 사장님이 나오셔서 축구경기를 시청하셨다. 아주머니 사장님께 “국수장사하신 지 오래되셨나요?” 하니까 “국수 육수 뽑은 지 30년 됐어요!” 그러시는 거다. 오로지 멸치 육수만을 사용한다고 하셨다. 멸치 육수 내는데도 옆에 딱 붙어서 불조절을 잘해야 하신단다. 이 집 국수맛이 여기에 있었구나 하고 무릎을 탁 쳤다. 국수 하시기 전엔 냄비우동을 하셨단다. 국수 하나에도 사장님만의 노하우와 오랜 내공이 숨어있었구나를 알게 되었다. 섞박지 모양의 무김치는 색다른 달콤함을 선사해 주었고 배추김치에선 멍게향이 났다. 맛있다고 여쭈어보니 새우젓으로 담으셨다고 한다. 어찌 김치에서 멍게향이 났을까 신기했다.
이날도 길 따라 맛 따라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음 시간에 더 맛나고 재밌는
맛. 잘. 알 언니로 찾아올게요.
행복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