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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공간은 나를 살게 한다

암요!

by 지니


이리저리 가구를 옮기는 건 오래전부터 취미였다.

일을 다니던 곳의 월요일은 정기휴무였다.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나면 턴테이블에 바늘을 살포시 올려놓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뜨겁고 진한 커피 향과 함께...

그리고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기 시작한다.


문득 작가의 공간을 다르게 꾸며보고 싶었다.

작가의 공간을 바꾼 지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았지만 내 취미가 공간 꾸미기니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 보았다.

책장과 책상을 붙여보고 싶었고 쌓아두어 잘 듣지 않게 되는 CD들을 책처럼 꽂아두고 싶었다. 하나하나 구상한 대로 하는데 계획이 변경되었다. 책상이 책상이 아닌 식탁이다 보니 책장과 사이가 멀어 책을 꺼내는데 불편했다. 다시 책상을 반대방향으로 돌려놓았다. 책상 왼편으로는 간이 책상을 하나 두어 노트북을 올렸다. 노트북으로 글을 쓸 때면 이 자리로 와서 하면 딱이다 싶은 공간이 하나 완성되었다.


책장을 다시 정리하고 마지막 남은 공간인 책상엔 여러 가지 물건들로 한 가득이다. 좀 쉬어가자 하고 안방으로 가니 미처 정리되지 못한 이불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정리하려고 보니 이불속이 따뜻했다. 이 시간까지 저온상태로 전기장판이 켜져 있었던 거다. 정리하다 말고 따뜻한 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온기가 가실 때까지 누워있어 보자 하고.

시간이 멈추었으면 했다. 오랫동안 누워만 있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잠시지만 말이다. 한동안 누워있다가 어떤 영감이 떠올라 기분이 살아났다. 사람은 움직여야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가만히 누워있으면 시체와도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이부자리를 하나 둘 정리했고 미처 정리되지 못한 작가의 공간으로 나왔다.


오른쪽 책상은 아직 미정리 상태이지만 노트북을 켜고 글을 적기 시작했다. 따가운 햇살이 하늘하늘한 하얀 커튼 사이로 노트북을 비추어 주었다.


과일로 점심을 대체한다.

미뤄 둔 설거지를 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님 대신 약 처방을 받으러 병원에 가야 한다.

마음이 살짝 바쁘다.


작가의 공간이 새로 업그레이드 됐으니

이제 열심히 쓰는 일만 남았다.

새로운 작가의 공간이 탄생되어 기쁘다.

그리고 필사와 책 읽기, 음악 듣기, 피아노 연습, 칼림바 연습, 노래 연습 등 모든 것이 최적화되고 있다.

새로운 공간으로 말이다.


새로운 공간은 오늘도 나를 살게 하고 숨 쉬게 한다.

새로운 공간아, 파이팅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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