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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dust Jul 19. 2023

협의이혼신청서 앞에서 1

모르고 했다기엔 배려가 없던, 남편의 이기심






남편은 집에 사람을 재우는 것을 당연하다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같이 사는 사람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전혀 모르던 사람이었고, 본인이 피해를 줄 의도가 없었으면 나도 피해를 받았다 생각하면 안되는 사람이었다.

나는 남편 마음을 몰라주는 옹졸한 아내였고, 남편이 노는 꼴을 못보는 못된 아내였다.




결혼한 지 6년차, 남편의 그 견딜 수 없는 이기심에 치를 떨었던 아내에서 졸업하고 싶었다.

사람은 바꿔쓰는거 아니라고 했다. 포기해야 살아진다면 나는 이 결혼 생활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남편은 내게 첫 아이를 낳은지 고작 오십일도 채 되지 않았을때, 회사 직원들을 데려와 술상을 차리게 했다.

나는 잠을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했고, 아기가 언제 잠에서 깨어 수유를 해야할지 감이 없어서 아기를 재우고도 쉬지를 못했던 초보엄마였다.

또, 아이를 출산한 지 백일도 안된 산모였기에 뼈가 온전히 다 붙지도 않아서 최대한 몸을 보호해야 하는 시기였었다. 남편은 그저 본인 성을 가진 아이가 나온 것이지 아내의 몸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도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도 그럴듯이 아기를 재우고 먹이는 것은 당연히 엄마몫이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결국 그 날, 회사 직원들은 잠을 자고 갔고, 과음을 하여 아기가 쓰는 거실 화장실에 술과 함께 먹은것까지 모두 게워내곤 남편과 나란히 출근했다.











남편은 친구와 술을 마시면 꼭 마지막 코스로 우리집에 재우는 것을 좋아했다.

결혼하기 전의 행동이 습관으로 남아, 결혼했다고 본인의 습관이 고쳐져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기를 키우는 집이면 알것이다. 아기를 재우고 나서는 티브이 소리마저 발자국 소리보다 작게 틀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기가 깨면 엄마는 쉬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6년이다. 6년간 아이가 둘이 있는 집에 친구를 데려와 재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집에 친구를 재우는 일로 수없이 많이 다퉈왔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친구를 재우는 일은 남편에게 "친구를 향한 배려"였다.

대리비 쓰지 말고 술만 깨고 가라는 취지였는데, 남편의 배려엔 친구만 있고 나와 아이들은 없었다.



어릴적부터 남편은 그래왔다고 했다.

차가 없는 친구 집에 자기 차로 데려다주는 배려가 좋았다고.

본인이 좋은 사람이 된 기분을 느끼기 위해 지금은 아내와 아이를 희생시키는 사람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변하질 않았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잠을 재우는 동안, 나는 술취한 남편 친구의 코고는 소리에 아이들이 깰까 노심초사했고,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기 전이면 술 냄새를 빼느라 유난을 떨어야 했다.

차라리 여름이라면 괜찮았다. 겨울에는 찬바람들어 아이들이 감기걸릴까 환기를 하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었다. 아이가 태어나서 고작 3살, 5살때까지 남편은 술마시고 친구를 재우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남편에게 나와 아이들은, 본인 안에 속해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본인이 괜찮으면 우리 모두 괜찮은 것이다. 적어도 남편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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