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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의 법칙

질서에서 무질서로 그리고…

by 뢰레 Mar 0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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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흐트러진다

열역학 제 2법칙, 엔트로피의 법칙.


지구 깊은 곳에서 생성된 원유는 정제 과정을 거치며 물과 열을 만나 변형된다.

무거운 찌꺼기는 남고, 가벼운 부분은 휘발유가 되어 세상으로 흘러나간다.


이 휘발유는 자동차의 연료가 되고,

실린더 안에서 폭발하며 열에너지로 전환된다.

이 에너지는 피스톤을 밀어 운동에너지로 변하고,

차는 앞으로 나아간다.


그럼 에너지는 100% 활용되는 것일까?

아쉽지만 그렇지 않다.

연료가 연소될 때, 옅은 사방으로 흩어진다.

공기 중으로, 도로 위로, 지구 대기로.

이렇게 흐트러진 에너지는 다시는 모일 수 없다.

이것이 엔트로피다.


모든 것은 흩어지고, 모든 것은 소모된다.

휘발유가 불타면 다시 원유로 되돌릴 수 없듯이,

세상에 질서를 유지하는 데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


우리는 실생활에서 엔트로피를 마주할 수 있다.


뜨거운 커피는 시간이 지나면 식는다.

하지만 차가운 커피가 저절로 뜨거워지는 일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에너지는 항상 한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모든 것은 점점 더 무질서해진다.

깨끗한 방은 치우지 않으면 어지러워지지만,

어질러진 방이 저절로 깨끗해지는 일은 절대 없다.


이것은 우주의 법칙이며,

우리의 삶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리다.


공정한 세계란 존재하는가


이제 막 시작된 세계는 질서 정연했다.

모든 것은 균형을 이루고, 모든 것은 나름의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균형이 생겨났다.

한쪽은 뜨거워지고, 한쪽은 식어갔다.


누군가는 운이 좋았다.

누군가는 운이 나빴다.


그들은 같은 출발선에 있었다.

하지만 열은 한 방향으로 흐르고,

따뜻한 곳은 더 뜨거워지고, 차가운 곳은 더 식어갔다.

처음에는 미미했던 차이가,

시간이 지나며 걷잡을 수 없는 격차가 되었다.


모든 것은 한 방향으로 흐른다.

질서는 무너지고, 균형은 깨지고,

차이가 점점 더 커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말한다.

“이것은 공정한 게임이다.”


과연, 그럴까?


엔트로피는 되돌릴 수 없는가


휘발유가 연소되어 자동차를 움직이면,
그 과정에서 일부 에너지는 도로를 덥히고, 공기를 데우고, 소음이 된다.


이것은 되돌릴 수 없는 과정이다.
한 번 흐트러진 열은 결코 다시 연료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이를 거스르려 한다.
냉장고는 뜨거워진 공간을 차갑게 만들고,
발전소는 엔트로피를 역행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 과정에도 대가는 있다.
냉장고가 방 안을 차갑게 하면, 그만큼 더 뜨거운 열이 밖으로 방출된다.
발전소는 전력을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엄청난 열과 부산물을 남긴다.


결국, 질서를 유지하려면 더 큰 희생이 필요하다.
어떤 이는 그 비용을 감수하고,
어떤 이는 그 비용을 떠넘긴다.



급조된 시장, 설계된 격차


대한민국은 최근 전세사기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일명 ‘빌라왕’으로 불린 임대업자는 수도권 일대에 수천개의 빌라와 오피스텔을 소유하며,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해 수많은 임차인이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사기 행각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정보 비대칭성,

감정평가사와 공인중개사 등의 비윤리적 행태,

그리고 허술한 법과 제도로 인해 발생했다.


게다가,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들은 근저당권이 있어도 걱정할 필요 없다며 세입자들을 안심시키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책임을 지겠다는 ‘이행확약서’를 작성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서는 법적 효력이 없어, 세입자들은 보호받지 못했다.


더욱이, 사기범이 사망하면 형사재판은 공소기각으로 종료되고,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도 차질이 생겨 피해 임차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된다.

또한 최근에는 사망한 사기범의 주택을 경매로 싸게 사들여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기범이 검거되어도 형량은 길어야 15년 정도이며,

피해 보증금의 완전한 환수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사기범에 대한 처벌과 피해 회복의 한계를 보여준다.


사기 공화국의 엔트로피


대한민국의 전세 시스템은 하나의 거대한 열기관이었고,

세입자들의 보증금은 그에 대한 연료로 투입되었다.

그 돈은 빌라왕의 계좌 속으로 증발했다.


임대업자들은 보증금을 받아 더 많은 빌라를 매입하고,

중개업자들은 그 흐름을 방관하고 조장하며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엄청난 이익을 챙겼으며,

누군가는 이익을 본 이와 같이 부수적인 이익을 챙겼으며,

누군가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리고, 자신마저 잃었다.


그렇게 결국 한 사람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던 열 기관은 멈췄다.

보증금과 함께, 지난 인생, 피해자 모두 사라졌고, 버려졌다.


사기범이 사망하면 공소기각과 경매,

경매를 낮게 입찰한 후 모르쇠로 일관,

민사소송은 끝없는 지연,

정부는 사후 약방문.


무너진 질서는 되돌릴 수 없는가?

혹은, 그들에게는 내 일이 아니기에 되돌릴 이유가 없는가?



당신이 택할 길은?


자동차는 연료가 없으면 멈춘다.

그러나 세상은, 연료가 없어도 굴러간다.


누군가는 연료를 쏟아부으며 질서를 유지하려 하고,

누군가는 그 에너지를 남들에게 떠넘긴다.


질서가 무너진 방을 그냥 둘 수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방은 더 어지러워질 것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치우기 시작할 수도 있다.

그것은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 에너지가 없다면, 방은 영원히 어지럽혀질 것이다.


또한 나 혼자로 바뀌지 않는다는 비관적인 생각아래

내버려두었다간 점점 방은 더러워지고 겉잡을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린다.


이제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당신은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다른사람의 눈치를 보며 흐름을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다른사람의 선행을 오지랖이라 말하며 비관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흐름을 거스를 것인가?


엔트로피 속에서, 우리는

우리는 질서에서 태어나, 무질서 속에서 살아간다.

세상은 공정한 듯 보이지만, 한 방향으로 흐를 뿐이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흐름을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흐름을 거스르는 사람을 비난하며,

누군가는 흐름을 거스른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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