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 키드니 May 15. 2022

프롤로그

여든을 앞둔 노인이 폐암을 진단받았다. 의학적으로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노인이 이런 과정을 거친다. 다들 그렇게 생을 마감한다. 세상에는 이보다 더 가련한 이야기가 많았다. 30대에 위암을 진단받고 5살 아들 몰래 병실에서 숨죽여 울던 아이 엄마. 자신이 왜 아파야 하는지, 왜 팔에 주사를 꽂고 고통스러워해야 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소아암 환자들.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기억날 만큼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그에 비해 80세 노인의 암 진단은 의학적으로 보통의 일로 치부되며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아닐 것이다.



생의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이렇게 애통한 일이 될 줄은 몰랐다. 

시아버지. 그는 소멸하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떠나기로 작성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환자들 앞에서 늘 무감한척했던 나는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사람들은 의사에게 의학 정보만을 기대하지 않는다. 환자가 연륜이 있어 보이는 의사에게 호감을 보이는 이유는 의사의 삶도 쌓아진 나이만큼 인생의 다양한 맛, 심지어 쓴맛까지도 경험해 본 사람이길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종착점을 향해 가는 시아버지를 보며, 끝내 떠나 버린 아버님을 통해 나는 인생의 쓴맛 하나를 추가했다.


의사 그리고 며느리로서. 냉정하면서도 애틋할 수밖에 없었던 2년간의 기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