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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키드니 Oct 05. 2023

내과 의사의 스트레스 관리 습관  

스트레스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

나의 환자들은 주로 스트레스때문에 아팠다. 혈압, 혈당, 체중 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들을 살펴 보면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을 먹고 담배를 피웠다. 야식을 즐겨 먹었기도 했다.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맵고 짠 음식을 찾았고, 간식 디저트 따위를 자주 집어 먹었다. 스트레스로 밤에 잠을 줄이기도 했다. 그 결과 혈압과 혈당을 올랐고, 살은 더 찌기만 했다. 스트레스를 관리 하는 나쁜 습관이 병을 키운 셈이다. 나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나의 환자를 많이 닮았다.   


' 내가 뭘 잘 못했나? '


작은 바람에도 일렁이는 것이 있다면 내 마음이다. 환자가 한 의미 없는 말에도, 병원 직원들이 나만 빼고 간식을 먹어도 마음이 불편했다. 불안하고 소심하게 마음을 졸이던 유리 멘탈 소유자였던 나는 무의미하게 던지는 작은 돌에도 바사삭하고 깨지곤 했다.


밤잠을 줄여가며 걱정했고, 달콤한 것들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술에 의지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1년간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며 과거와는 사뭇 다른 패턴으로 해결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연약한 유리도 고열과 급랭을 반복하다 보면 강도가 3~5배가 세진 강화 유리가 될 수 있다.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유리멘탈에서 어느덧 강화유리 멘탈이 된 내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7가지 습관을 소개한다.


1. 스트레스 인지하기


스트레스의 종류를 인지한다.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이 무엇인가. 바꿀 수 있는 것인가, 바꿀 수 없는 것인가를 생각한다. 상황을 바꾸려는 마음이 걱정을 부르고 스트레스를 키운다. 만약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바꿀수 없다면 받아들인다. 작년 <봉직의사> 에세이 책을 냈을 때 출간 후 걱정 증후군에 빠졌다. 살면서 겪어본 스트레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곡기를 끊고 밤을 지새우고는 했던 습관이 곧바로 나왔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어두운 음영을 드리우고 다녔다.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술 생각이 났다. 술기운에 마음이 풀어지기도 했지만 잠깐 뿐이었다. 다음날이면 걱정과 불안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이 더 크게 몰려왔다. 저녁마다 술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음주와 같이 건강하지 못한 방법은 나를 해치는 일이다. 자칫 스트레스로 인해 몸과 마음이 크게 아플 수도 있었다. 당시에 나는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상황을 인지했다. 나는 왜 힘든가. 출간 후 나는 내 책이 잘 팔렸으면 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사람들에게 책을 강매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했다. 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알리는 일, 그뿐이었다. 주변사람들에게 출간 소식을 알리고 도서 인플루언서에게 서평을 부탁했다. 모든 일을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흔쾌히 서평에 응해준 분들도 있었지만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했던 행동이 또 다른 스트레스를 불러오기도 한다. 만약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내 마음을 통제해야 한다. 아무런 반응이 없어도, 타인이 작성한 서평이 별로여도, 1쇄가 다 안 팔려도 괜찮다. 이미 책을 낸 것만으로도 남들이 하지 못하는 큰일을 치른 것이라고 내 마음을 단단히 동여맸다. 그렇게 한 달 만에 스트레스 구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대상의 실체를 파악할 것, 그리고 내가 할 일을 찾을 것, 그것이 첫 번째 할 일이다.  


 2. 세상을 둘러보기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일이 ‘나에게만’ 일어난 일이다. 운전 중 끼어들기도 꼭 내 앞에서만 하는 것 같고, 나만 부모를 잘 못 만난 것 같다. 남들은 다 건강한데 나만 아픈 것 같아 속상하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란 없다. 다른 사람도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나만 힘들다는 감정이 사그라진다. 궤양성 대장염을 진단받았을 때 가장 위안이 되었던 것은 의사의 조언이 아니라 여러 환우들이 속해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이 아픔과 슬픔이 꼭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되었다. 출간 후 온라인에서 나와 같은 출간 후유증을 경험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출간 후기를 읽으며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동지를 만날 때마다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세상을 둘러봐야 한다. 드라마, 독서, 영화 감상,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하여 세상과 소통한다. 세상을 둘러보면 나만 예외라는 오만함도 벗게 된다. 나만 예외인 일, 나에게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나에게도 일어난 것뿐이다.  


 3. 몸을 사용하기


마음의 문제는 몸이 해결한다. 스트레스란 마음이 방황하여 틈이 생긴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 틈은 점점 더 커진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장 쉬운 것은 두 다리를 사용하는 것이다. 걱정이 있거나 불안하면 무작정 나가서 걷는다. 걷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정리된다. 가끔은 달리기도 한다. 달리면 오롯이 들숨과 날숨에만 집중하게 된다. 날숨에 걱정과 불안을 내뱉었다. 들숨으로 들이마시는 공기에 긍정적 기운을 붙였다.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고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게 되면 마음이 떠돌 빈틈이 없어진다. 다리 대신 입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결하기도 한다. 입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입말로 풀어내는 것이다. 친구와 함께 하는 수다, 가족과 대화한다. 내 입을 통해 나온 말로써 내 마음의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다. 수다는 시간을 빠르게 흐르게 한다. 사회적 관계, 유대를 강화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4. 일기 쓰기


매일 아침마다 글을 쓴다. 타닥타닥 두드리는 키보드 소리에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일기 쓰기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는데 상당한 이점이 있다. 일기를 쓰면 스트레스 관리 능력이 향상된다. 스트레스를 받는 유발요인과 패턴을 인지할 수 있다.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말' 때문이었다. 상대의 한 말 마디에 크게 상처를 받았다. 상대방의 의도와는 다르게 다르게, 꼭 나쁘게 해석했다. 글로써 억눌린 감정을 처리하고 해소한다. 긴장감을 줄여주고, 내 감정을 명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정기적으로 나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며 스트레스와 불안의 원인에 대한 통찰력도 얻는다. 경주하는 생각을 늦추고, 반추를 줄여준다. 내가 받았던 스트레스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변화를 볼 수 있다. 과거에 쓴 일기를 다시 보며 깨닫는다. 결국 모든 건 해결 되게 되어 있다. 당시에만 안달복달할 뿐이다. 그러므로 영원할 것 같은 오늘의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5. 나를 관찰하기


스트레스를 해결하는데 가장 건강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걸 취미라고 한다. 취미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하며 다른 일에 몰입하게 한다.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 우리 몸은 이완반응이 유발된다.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하고, 엔도르핀 생성이 증가한다. 스트레스와 관련된 불안함과 우울증을 감소된다. 달리기, 요가 등 일부 취미 활동은 하는 것 자체가 신체 활동으로 이어진다. 활동량을 높여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하지만 모든 취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상시에 취미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것에 시간, 돈, 마음을 써야 한다. 나를 관찰하여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실력을 키워야 한다. 참고로 나는 취미 부자다. 그림 그리기, 뜨개질, 피아노, 글쓰기, 미싱 등 내가 여러 취미를 가졌다는 건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다는 방증이다.  


6. 호흡  

호흡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기능이다. 숨이 끊어지면 죽는다. 반대로 숨이 붙어 있으면 '살아 있다'고 한다. 숨만 잘 쉬어도 살아갈 수 있다. 과호흡 증후군 환자는 빠르고 얕은 과호흡으로 스스로 죽을 것 같은 느낌 만들어 낸다. 세상의 공기가 나를 짓누르는 공포를 느낀다. 스트레스는 과호흡 증후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저산소증에 빠져 실신, 부정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트레스 관리에 필요한 것은 과호흡 증후군 환자의 호흡과 정확히 반대다. 느리고 깊은 호흡이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쉼으로써 자율신경계를 조절하고 스트레스 호르몬 방출을 감소킬 수 있다. 깊은 호흡은 의도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호흡근을 조절하고 강화하는 요가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요가라고 하면 흔히들 자세를 떠올리고는 하지만 요가는 자세보다 호흡을 강조한다. 요가는 마음의 평온함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요가를 통해 마음 챙김도 가능하다. 반추와 불안을 줄여준다. 요가를 통한 명상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리고 현재에 머물 수 있도록 한다. 그 어떤 호흡법이든 상관없이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 심지어 부정적인 기운을 부른다고 알려져 있는 한숨도 꽤 괜찮은 호흡법이다. 미국 스탠퍼드 연구진에 의하면 날숨을 길게 내쉬는 주기적 한숨은 명상 호흡보다 효과가 좋았다. 1) 한숨 호흡법은 여러 호흡법에 비해 호흡수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 긍정적인 정서를 향상해 스트레스를 푸는데 가장 큰 효과를 나타냈다. 한숨은 날숨을 길게 하는데, 이는 심박수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몸과 마음을 진정시켜 준다. 아휴,라는 한숨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봐도 좋다.


7. 습관


스트레스로 불면증에 시달린 다음날에도 나는 어김없이 5시에 일어난다. 수년간 만들어진 기상 습관 덕분이다. 조금 더 수면 시간을 위해 누워보지만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눈을 비비고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한다. 타닥타닥 거리는 키보드 소리에 여러 잡생각이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복잡할 때면 나가서 걷거나 뛰었다. 집에서는 요가로 나의 호흡을 살폈다.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나를 잡아 주었던 것은 평상시 만들어두었던 나의 규칙, 습관이었다. 습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일이다. 몸과 마음을 사용하는 습관이 나를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게 했다. 삶의 단단한 습관이 나를 잡아준 것이다.


스트레스는 분명 삶의 위기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을 잘 극복하면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게 된다. 매일 하던 습관,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 했던 것들이 나를 더 강하고 유연하게 만들어 준다.   


※ 참고 문헌

1) Melis Yilmaz Balban, et al. (2023) Brief structured respiration practices enhance mood and reduce physiological arousal. Cell Report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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