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폭싹 속았수다> 에서 관식은 시장에서 애순이네 양배추를 대신 팔아주면서 이렇게 외친다. "양배추 달아요."
양배추가 진짜 달까?
양배추가 어떤 맛이 나느냐고 물어본다면,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할 것이다. 양배추는 실제 단맛보다는 다양한 맛이 느껴지는 채소이다. 조리 방법에 따라 맛이 다르다. 생으로 먹으면 아삭한 식감, 알싸한 향과 함께 은은한 쌉쌀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열에 조리하면 단맛이 서서히 드러나고 식감이 부드러워진다. 양배추는 다양한 맛의 변주를 선사하는 마법 같은 식재료다.
양배추가 가진 항산화, 항염증, 항암 효과는 쌉쌀함에서 나온다. 생으로 먹었을 때 양배추 특유의 향과 쌉쌀한 맛은 주로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s)라는 화합물 때문이다. 양배추의 황 화합물도 특유의 냄새에 기여한다. 이러한 물질은 양배추를 포함한 십자화과 채소들(브로콜리, 케일, 방울양배추 등)에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양배추를 건강하게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양배추 속 글루코시놀레이트를 보존해서 먹는 것이다. 어떤 음식이든 생으로 먹을 때 가장 효과가 큰 법이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적절한 조리 방법이 필요한 때가 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관식이가 말하는 달큰한 양배추를 만들 때가 그렇다.
전자레인지 괴담 VS 과학이 증명한 진실
한때 전자레인지로 조리된 음식을 먹으면 암을 유발한다는 괴담이 퍼졌던 적이 있었다. 그 소문이 꽤나 그럴싸해서 당시 시아버지는 전자레인지를 돌려 먹는 것을 극히 꺼려왔고, 며느리인 나에게도 전자레인지를 멀리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하지만 최신의 과학적 연구들은 이런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한다.
최신 연구로 본 전자레인지 돌린 양배추의 놀라운 효과
1. 항암 효과 보존 및 증가
2021년 발표된 연구 "Analysis of Processing Effects on Glucosinolate Profiles in Red Cabbage by LC-MS/MS"에서는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적양배추를 끓이기, 전자레인지로 조리하기, 증기로 찌기, 튀기기, 볶기 등 여러 조리법으로 처리한 후 글루코시놀레이트 (항암 성분) 함량을 측정해 보았다. 실험 결과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끓이기: 총 글루코시놀레이트 32.36% 감소
전자레인지: 총 글루코시놀레이트 24.83% 감소 ✓
증기로 찌기: 총 글루코시놀레이트 25.27% 감소
튀기기: 총 글루코시놀레이트 81.11% 감소
볶기: 총 글루코시놀레이트 84.29% 감소
연구 결과 전자레인지와 증기에 찌는 방법이 글루코시놀레이트 보존에 가장 효과적이었다. 특히 볶거나 튀기는 것보다 전자레인지 조리가 항암 성분 손실이 훨씬 적었다.
본 연구에서는 전자레인지 조리를 위해 1000W의 출력으로 3분간 가열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는 높은 출력에서도 짧은 시간 조리하면 양배추의 영양소를 잘 보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참고로 보통 가정식 전자레인지의 출력은 700~1000 W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낮다.
전자레인지 조리에 관한 또 다른 연구 <"Glucosinolates and myrosinase activity in red cabbage (Brassica oleracea L. var. Capitata f. rubra DC.) after various microwave treatments>에 의하면 전자레인지 처리한 양배추의 글루코시놀레이트 총량은 생 양배추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적절한 전자레인지 조리(저출력 180W에서 24분, 중간출력 540W에서 8분)는 미로시나제 효소 활성을 유지해 항암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들은 전자레인지의 열처리 방식이 식물 세포벽을 약화시키거나 파괴하여 추출 과정에서 글루코시놀레이트가 더 쉽게 방출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보았다.
2. 영양소 손실 최소화
전자레인지는 기존의 가열 방식보다 식품의 성분 변화가 적다. 양배추가 가진 비타민과 미네랄 손실을 최소화한다. 특히 수용성 비타민 C의 손실은 물에 끓이는 것보다 적다.
3. 유해 물질 생성 감소
일반 조리법과 달리 전자레인지는 온도가 100 도 이상 상승하지 않는다. 고온조리할 때 합성되는 벤조피렌이나 아크릴아마이드 같은 유해 물질 생성이 적다.
4. 조리 시간 단축
양배추는 전자레인지에서 빠르게 조리되어 바쁜 일상에서 건강한 식사를 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불 앞에서 서성일 필요도 없다. 전자레인지 돌려놓고 딴일이 가능하다.
5. 특유의 향 감소
양배추의 특유의 향은 가열 조리하면 사라진다.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양배추의 향은 줄어들고 맛은 더 부드러워진다.
6. 소화율 향상
살짝 데워진 양배추는 생 양배추보다 소화가 더 잘된다. 소화 불량이나 가스 발생을 줄일 수 있다.
7. 균일한 조리
전자레인지는 겉부터 가열되는 일반적인 열처리 방식과 달리 재료의 속부터 가열하는 방식이다. 적절히 사용하면 양배추를 균일하게 데워 식감과 맛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전자레인지 3분 돌려
'달아요 양배추 덮밥'
건강 효능: 항암 작용, 포만감 증진, 혈당 안정화
준비 시간: 5분 | 조리 시간: 3분 | 난이도: ⭐
준비 재료
양배추 (채 썬 것) 150 그램
밥 100 그램
참치캔 50그램
간장 1큰술
화이트 발사믹 식초 1큰술
들기름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오이 고추 (다진 것) 1~2큰술
토핑 : 깻잎 / 통깨 / 아마씨 가루 약간
조리 방법
1. 양배추는 전자레인지에 3분간 조리한다.
2. 그릇에 밥을 담는다. 양배추를 듬뿍 넣어 먹을 거라 밥은 평상시에 비해 절반만 넣어준다.
3. 밥 위에 전자레인지에 익힌 양배추를 올려준다.
4. 기름기 뺀 참치캔을 올려준다.
5. 간장 1T, 발사믹 식초 1T, 들기름 1T, 다진 마늘 1t, 오이 고추 1~2T 양념장을 끼얹는다.
6. 토핑으로 깻잎과 아마씨 가루를 뿌려준다.
요리 의학적 팁
양배추를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면 글루코시놀레이트가 잘 보존되지만,
너무 오래 조리하면 영양소가 파괴될 수 있다. 3분 미만으로 조리하는 것이 좋다.
참치의 오메가 3 지방산과 양배추의 항암 성분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
발사믹 식초는 혈당을 상승하는데 도움을 준다.
양배추를 얇게 채 썰면 더 부드러워지고, 비슷한 크기로 자르면 더 균일하게 조리된다.
양배추의 건강 효능과 맛을 동시에 잡는 방법
전자레인지 돌려 항암 성분 살리고 달큰해진 '달아요 양배추 덮밥'
부드럽고 달아진 양배추와 든든한 참치, 쌉쌀한 깻잎이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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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소개 : 닥터 키드니
내과 전문의 & 워킹맘이다. SNS에서 내과 의사의 건강한 잔소리 채널을 운영하며 건강에 대해 잔소리한다. 저서로는 에세이 <봉직 의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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