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맛 나던 오트밀이 이제는 내 식탁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내가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자주 권하는 이 슈퍼푸드, 어떻게 하면 건강에도 좋고 맛도 있게 즐길 수 있을까?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을 위해 의사이자 오트밀 애호가로서 '슈퍼 푸드로 만드는 슈퍼 레시피' 시리즈를 시작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오트밀이다.
오트밀, 맛없다고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
오트밀은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슈퍼 푸드 중 유일한 곡물이다. 과거 서양에서는 가난한 농민들이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먹던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건강식의 대명사가 되었다. 우리네 보리밥이 과거 보릿고개의 상징에서 건강 음식으로 재평가받은 것과 비슷하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식품인 셈이다.
처음 오트밀을 맛봤을 때, 나도 그 '무(없을 무) 맛'에 놀랐다. 구매 후 찬장에 쌓아두기만 하다가 유통기한이 지나 버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과 의사로서 오트밀의 놀라운 효능을 알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오트밀의 베타글루칸이라는 식이 섬유는 심장 건강과 혈당 조절에 탁월하고,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으로 다이어트와 체중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저 포드맵 식품으로 예민한 장에도 부담이 적어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오트밀과 친해진 결정적 이유
내가 오트밀과 진정으로 친해진 결정적 계기는 다양한 레시피를 통해 '밥'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였다. 밥만 먹으면 별 맛이 없지만, 반찬과 함께 먹으면 맛있듯이 오트밀도 마찬가지다. 이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환자부터 다이어터, 장 트러블러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오트밀 레시피 5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 10분 완성! 만능 토핑 오트밀 한 그릇
건강 효능: 빠른 조리 시간,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은 오래, 다양한 재료와 토핑으로 지루할 틈 없는 영양 한
준비 시간: 5분 | 조리 시간: 10분 | 난이도: ⭐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배는 고픈데 밥솥에 쌀이 똑 떨어졌을 때, 외식하거나 배달시키는 것조차 귀찮을 때 나는 오트밀을 찾는다. 10분이면 완성되는 이 요리는 마치 한 그릇 비빔밥처럼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한 끼가 된다. 참치와 야채의 풍미와 영양이 어우러져 허기를 달래주는 응급 식사 중 최고다.
✅️ 준비 재료
압착 오트밀(올드패션) 1/2컵(45g)
물 1컵(200ml)
다진 마늘 1작은술
주재료: 참치캔 (또는 계란 / 냉동 새우 등)
부재료: 자투리 야채 (당근, 애호박, 양파 등)
간: 소금, 간장, 참치액
토핑: 쪽파, 김가루, 참기름, 통깨, 후추, 아마씨 가루
✅️ 조리 과정
1. 올리브오일이나 아보카도 오일에 다진 마늘 1작은술을 달달 볶아준다. 이때 향이 올라오면 식욕을 자극하는 첫 신호다.
2. 냉장고 사정에 따라 당근, 양파, 애호박 등 각종 야채를 잘게 썰어 넣어준다.
3. 오트밀 1/2 컵, 물 1컵을 넣어준다. 물이 끓어오르며 오트밀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4. 주재료인 참치캔을 넣고 원하는 농도가 될 때까지 잘 저어준다. 이때 오트밀의 종류와 부재료에 따라 물 양을 조절한다.
5. 소금 2~3꼬집으로 간을 맞춘다. 참치액으로 감칠맛을 더해도 좋다.
6. 쪽파, 후추, 아마씨 가루 등으로 토핑 하면 완성이다.
✔️ 맛있게 만드는 포인트
메인 재료가 오트밀의 맛을 결정한다. 참치, 계란, 새우, 닭가슴살 등 다양하게 시도해 본다. 나는 참치와 계란을 섞어 넣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부재료 다진 마늘과 각종 야채를 기름에 볶으면 단맛이 올라와 맛이 훨씬 다채로워진다.
간장이나 참치액으로 간을 하면 감칠맛이 올라가고, 소금은 깔끔한 맛을 낸다.
토핑에도 신경 쓰면 완성도가 높아진다. 후추, 쪽파, 아마씨 가루, 참기름 한 방울이 풍미를 확 올려준다.
두 번째. 이탈리안 감성 버섯 오트밀 리소토
건강 효능: 버섯의 베타글루칸과 오트밀의 식이섬유가 만나 면역력과 콜레스테롤 관리에 더블 효과
준비 시간: 10분 | 조리 시간: 15분 | 난이도: ⭐⭐
오트밀 죽의 변형으로 두유나 우유를 활용하여 리조또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리조또의 크리미 한 식감을 오트밀로 재현한 요리다. 쌀 대신 오트밀을 사용해 혈당 스파이크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 주말 브런치로 만들어 먹으면 이탈리안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한 끼가 된다.
✅️준비 재료
버섯(표고, 양송이, 느타리) 100g
양파 1/4개(60g)
다진 마늘 1작은술
올리브오일 1큰술
압착 오트밀 60g
무가당 두유 1팩(190ml)
물 100ml
간장 1큰술
치즈 1장
발사믹 글레이즈 또는 사과 초
✅️ 조리 과정
1. 버섯은 잘게 썰어 마른 팬에 볶아 수분을 날리고 감칠맛을 농축시킨다. 익는 내내 퍼지는 버섯 향이 식욕을 돋운다.
2. 버섯 몇 개는 따로 빼놓는다. (토핑용)
3. 버섯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잘게 썬 양파와 다진 마늘을 볶는다.
4. 오트밀을 넣고 살짝 볶아준다.
5. 100ml와 두유 190ml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준다. (우유도 사용가능)
6. 치즈 1장을 넣고 간장 1큰술로 간을 맞춘다. (간장 대신 참치액 사용 가능)
7. 접시에 담고 토핑용으로 빼두었던 버섯을 올린다.
8. 어린잎 채소, 발사믹 글레이즈 또는 사과초를 뿌려 산미를 더해준다.
✔️ 맛있게 만드는 포인트
버섯은 마른 팬에서 볶아 수분을 날려야 감칠맛이 극대화된다.
간장으로 간을 하면 버섯의 감칠맛이 더욱 살아난다.
두유와 치즈의 조합이 크리미 한 리조또 식감을 만들어준다. 치즈가 다 녹으면 부드러운 식감이 완성된다.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발사믹 글레이즈나 사과 초는 필수! 산미가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잡아준다.
세 번째. 다이어터 필수 음식, 혈당 잡는 오버나이트 오트밀
건강 효능: 밤새 불린 오트밀은 소화가 잘 되고 혈당 반응이 낮아 당뇨 관리에 효과적
준비 시간: 5분 | 불리는 시간: 6시간 이상 | 난이도: ⭐
다이어트의 계절, 여름이 오면 생각나는 오버나이트 오트밀이다. 오버나이트 오트밀은 오트밀을 우유, 두유, 요거트에 담가 불려 먹는 음식이다. 전날 밤에 준비해 두면 아침에 바로 먹을 수 있는 간편함이 매력적인 요리다. 2019년 캐나다 연구에 따르면 오버나이트 오트밀은 일반 죽보다 혈당 상승 폭이 낮고 인슐린 분비도 안정적이었다. 아침 진료 전 급하게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아침 식사다.
✅️준비 재료
압착 오트밀 1/2컵
우유(또는 두유) 1/2컵
치아씨 1큰술
냉동 블루베리 1/4컵
토핑: 무가당 요거트, 신선한 과일, 견과류, 햄프시드, 땅콩버터 등
✅️조리 과정
1. 오트밀과 우유(또는 두유)를 같은 용량으로 섞어준다. 마치 예술작품 준비하듯 재료들을 유리병에 층층이 쌓는 재미가 있다.
2. 냉동 블루베리와 치아시드를 넣고 잘 섞어준다. 블루베리가 녹으면서 자연스럽게 보라색 물이 들어 시각적으로도 매력적이다.
3. 뚜껑 있는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최소 6시간 이상 보관한다. 밤새 치아시드는 젤리처럼 변하고, 오트밀은 부드럽게 불어난다.
4. 먹기 전에 토핑으로 무가당 요거트, 신선한 과일, 견과류, 햄프시드 등을 올려 함께 먹는다.
✔️ 맛있게 만드는 포인트
우유 대신 두유, 아몬드 밀크, 코코넛 밀크 등 다양한 식물성 음료로 시도해 본다. 코코넛 밀크는 특히 열대과일과 궁합이 좋다.
치아씨드는 포만감과 식감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밤새 부풀어 오른 치아시드의 탱글탱글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냉동 베리류는 해동되면서 자연스럽게 단맛과 색감을 더해준다.
토핑은 먹기 직전에 올려야 신선함이 유지된다. 땅콩버터를 한 스푼 올리면 고소한 맛이 극대화된다.
뻑뻑하다면 우유를 조금 더 추가해도 좋다. 개인 취향에 맞는 농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네 번째. 건강한 시리얼, 홈메이드 그래놀라
건강 효능: 시중 제품보다 당 함량을 조절할 수 있어 건강하고, 견과류와 함께 먹어 좋은 지방 섭취 가능
준비 시간: 5분 | 조리 시간: 20분 | 난이도: ⭐⭐
그래놀라는 오트밀, 견과류 등의 통곡물, 말린 과일에 식물성 오일과 꿀이나 메이플 시럽을 첨가하여 오븐에서 구운 것이다. 시리얼과 비슷하지만 시리얼보다 통곡물의 비율이 높아 건강식으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시중에 파는 그래놀라는 첨가당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단맛을 직접 조절하는 방법으로 오트밀을 이용한 그래놀라 만들기 추천한다. 집에서 직접 만들면 당 함량을 조절할 수 있고, 취향에 맞게 견과류와 씨앗을 추가할 수 있다. 집에서 구워내는 그래놀라의 고소한 향기는 집안 전체를 채우는 행복한 냄새다.
그래놀라는 오븐과 에어프라이어 모두 이용해서 만들 수 있다. 에어프라이어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 준비 재료
압착 오트밀 100g
올리브오일 1큰술
꿀(또는 메이플 시럽) 1큰술(기호에 따라 조절)
소금 약간
견과류(아몬드, 피칸, 캐슈너트 등)
햄프시드, 볶은 아마씨 가루(선택사항)
✅️ 조리 과정
1. 오트밀 100g을 에어프라이어 용기에 평평하게 펼쳐준다. 마치 작은 황금빛 담요를 펼치는 듯한 모습이다.
2. 올리브오일 1큰술을 골고루 뿌려준다. 기름이 오트밀 알갱이 하나하나에 코팅되는 것이 중요하다.
3. 꿀(또는 메이플 시럽)과 소금을 넣고 잘 섞어준다.
4. 에어프라이어 170°C에서 10~15분간 구워준다.
5. 중간에 오트밀을 뒤집어주고, 필요하다면 꿀을 조금 더 추가해 단맛을 조절한다.
6. 두 번째 굽기 전에 견과류를 함께 넣고 5분간 더 구워준다.
7. 식힌 후 볶은 아마씨 가루와 햄프시드를 추가한다.
8.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하며 샐러드, 요거트, 우유, 두유와 함께 즐긴다. 바삭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 맛있게 만드는 포인트
올리브오일과 꿀을 오트밀에 골고루 섞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삭한 식감의 비결이다.
견과류는 타지 않도록 처음부터 함께 굽지 말고, 중간에 추가한다.
소금 약간을 넣으면 단맛이 더 풍부하게 느껴진다.
오븐이 있다면 에어프라이어 대신 오븐(160°C, 20분)으로 구워도 좋다. 양이 많다면 오븐이 더 효율적이다.
다섯 번째. 밀가루 대신 건강한 오트밀 영양전
건강 효능: 밀가루 대신 오트밀을 사용해 혈당 조절에 도움,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균형 잡힌 식사
준비 시간: 10분 | 조리 시간: 10분 | 난이도: ⭐⭐
밀가루를 끊고 싶은데 전은 먹고 싶다면? 오트밀로 만드는 영양 전을 추천한다. 밀가루 대신 오트밀로 콜레스테롤 걱정 없이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내가 당뇨환자들에게 가장 자주 추천하는 레시피 중 하나로, 바삭한 겉면과 부드러운 속은 일반 전과 다를 바 없는 맛이다.
✅️ 준비 재료
참치캔 1개
각종 야채(당근, 애호박, 양파) 각 20g씩
계란 2개
압착 오트밀 4큰술
소금, 후추(선택사항)
초간장: 진간장 1큰술, 화이트 발사믹 식초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선택: 식초, 고춧가루
✅️ 조리 과정
1. 참치캔의 기름기를 제거한다.
2. 당근, 애호박, 양파를 잘게 다져서 참치와 섞는다. 색색의 야채가 참치와 어우러져 비주얼도 좋아진다.
3. 계란 2개를 넣고 잘 섞어준다.
4. 압착 오트밀 4큰술을 넣고 고루 섞는다.
5. 잠시 시간을 두고 오트밀이 수분을 흡수하도록 기다린다. 5분 정도가 적당하다.
6. 아보카도 오일을 두른 팬에 동그랗게 한 숟갈씩 떠서 부쳐준다. 노릇노릇 익는 소리가 식욕을 자극한다.
7. 참치의 짠맛으로 간이 충분하지만, 부족하다면 소금을 약간 추가한다.
8. 초간장을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다. 상큼한 초간장이 느끼함을 잡아준다.
✔️ 맛있게 만드는 포인트
오트밀은 수분을 흡수하며 반죽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뭉쳐지지 않으면 오트밀을 조금 더 넣어본다.
오트밀을 넣고 시간을 두셔야 오트밀이 물기를 잡아준다.
야채는 잘게 다져야 전이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중불에서 천천히 구워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얻을 수 있다.
참치 대신 두부로 대체하면 채식 버전으로도 가능하다. 두부는 물기를 꼭 짜서 사용하자.
✅️오트밀 구매 팁
오트밀 종류 선택하기
▪️스틸컷 오트: 가장 가공이 적고 영양가가 높지만, 조리 시간이 길다(20-30분)
올드패션/롤드 오트: 영양과 편의성의 균형이 좋아 추천하는 제품(5-10분)
▪️퀵 오트: 조리가 빠르지만(1-3분) 당지수가 약간 높다.
▪️인스턴트 오트: 가장 간편하지만 당지수가 높고 첨가물이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
✅️ 오늘 소개한 모든 레시피는 혈당 스파이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착 오트밀(올드패션)을 기준으로 했다. 가공이 적을수록 건강에 더 좋다.
사람들에게 단순히 슈퍼 푸드인 오트밀을 추천할 때보다 오트밀로 만드는 요리를 소개할 때 더 성공적이었다. 오트밀은 효능뿐 아니라 맛있고 간편한데, 단순히 오트밀을 맛없다고 포기하는 이들이 안타까웠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슈퍼 푸드도 만들어 먹어야 진짜 슈퍼 푸드가 된다.
오트밀 슈퍼푸드는 어렵고 맛없다는 편견을 깨는 슈퍼 레시피를 통해 쉽고 간편하게 즐기는 오트밀의 매력에 빠져보면 어떨까? 무심코 지나쳤던 마트의 오트밀 한 봉지가 당신의 식탁과 건강을 바꿀 수 있다. 오늘 저녁, 당신의 주방에서 오트밀의 새로운 변신이 시작된다.
궁금한 슈퍼푸드가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다음 편에서 만나 뵙겠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이 저를 계속 글 쓰게 합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 작가 소개 : 닥터 키드니
내과 전문의 & 워킹맘이다. SNS에서 내과 의사의 건강한 잔소리 채널을 운영하며 건강에 대해 잔소리한다. 저서로는 에세이 <봉직 의사>가 있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doctorkidney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OZtZEv_llHWQ0jLpmhVV5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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