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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소예 May 25. 2022

언니! 우리 집에서 밥 먹고 가요!

일상 기록 - 풍경


"내가 좋아하는 삶의 풍경"


두런두런, 둘러앉아 밥 먹는 풍경이다.




"언니~! 우리 집에서 밥 먹고 가요!

나 요리 못하는 거 알죠?

대충 있는 반찬으로 같이 한 끼 때워요!"


나의 말에 '동네 언니'는 눈이 동그래진다.

의심을 잔뜩 품은 눈으로 동네 구석 골목길을 따라  

한 동짜리 작은 빌라의 우리 집으로 함께 왔다.


마침, 육수가 있었던 지라

소시지, 햄, 라면을 투하시켜서 부대찌개를 급히 끓여 냈다.


시골에서 보내 준 반찬에, 갓 한 밥에, 부대찌개로

언니와 나, 아들과 딸(언니의 딸, 아들 녀석 친구)이

한 끼를 순삭 했다.


그 기억이 좋았던 걸까?


언니 딸은 언니에게 꼭 은혜를 갚으라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어찌나 웃었던지..


그도 그럴 것이, 언니는 나를 신기하게 생각했다.


"00 엄마는 어떻게 집에 오라는 소리를 그렇게 자연스럽게 해?"

"그리고 집밥 차려준다는 말도 그리 쉽게 하고?"

"음식 하는 것도 안 좋아한다면서?"




그렇다.

나는 집밥 먹는 관계에 좀 목숨 거는 편이다?


그러나,

서울 살이 하며,

다시, 경기도로 이사와 수도권 살이 하면서,


"밥 먹으러 와~!"

라고 쉽게 말하는 이웃을 만나보지 못했다.


나의 지나간 30대.  

외로움의 근원은 집밥을 나눌 관계가 없다는 것에 기인했는지도 모른다.


갓 대학에 입학했던 시절,

엄마는 그랬다.


남자 친구 생기면, 언제든 데려와!

엄마가 밥 해줄게~!


그렇게 밥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엄마가

화장을 안 하고 학교 가려는 딸에게 등짝 스매싱을 날린다.


어서, 화장 하구 와~!

그러고 어딜 나가려고!!


그래서,  

화장하고 나서,  

학교 지각할까 봐! 밥을 안 먹고 나가면!

현관까지 따라 나와서! 신발 신고 있는데! 강제로 입에 한 숟갈 밥을 들이민다.


대학 입학하자마자,  

화장품 세트를 장만해준 엄마!

우리 엄마의 극성도 알만하다.


그런 엄마가 위암으로 돌아가시고..


새로 오신 새어머니는,  

내가 친구를 집에 데려와서 기껏 해놓은  

밥과 반찬을 축 내는 걸 싫어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저녁에 모여서 먹으려고 장만하신 건데

내가 허락도 없이 친구들과 해치웠으니 얼마나 얄미웠을까?


하지만, 그런 어머니도 세월이 지나니 이것저것

다 내어주는 어머니로 숙성되셨다.


물론, 나도 그때보다 철이 들었고.


어쨌든, 나는 그때부터

눈칫밥이라는 것을 알았고, 늘 배가 고팠나 보다.


두런두런, 둘러앉아 밥 한 끼를 나누는 관계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내가 되었나 보다.


나는 지금도 지인들에게 얘기한다.


우리 집에 놀러 와.

근데 나 요리 안 하는 거 알지?

맛집 배달시켜 줄게~!




나의 집밥에 초대받았던 그 언니.


지금은 세상에 없다.


언니도 젊은 나이에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 언니가 끓여준 된장찌개와  

손수 담가 준 장아찌를 잊을 수가 없다.


완벽주의인 언니는

나에게 초대받은 몇 달 후,

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그 몇 달 사이,

집을 리모델링하고 나를 초대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서로 벽을 치고 사는지..

자신을 드러내기를 겁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쨌든!

그 이후, 나는 주 1회에 한 번 꼴로  

언니와 형부가 구워주는 한우며,  

온갖 언니표 훌륭한 요리들을 맛볼 수 있었다.


학부모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학교 앞 아파트에 살면서

집밥을 나눈 이웃이 없었다는 게 너무너무 신기했고,

그 수혜를 내가 다 받고 있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하지만, 그렇게 친정 언니처럼 요리를 해주던  

언니를 잃고 나서 나의 상실감은 너무도 깊었다.


집밥을 나누는 관계의 상실.

식구를 잃어버린 아픔.


언니를 생각하면,

너무 배가 고프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전화를 걸어..


"언니! 밥 먹으러 와요!"


라고 말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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