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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 Mar 14. 2024

나는 가장 우울하고 모순적인 나라에 살고 있다

"한국 사회는 도덕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다"

- 오구라 기조, 교토대 교수이자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의 저자 -


최근 미국의 작가이자 인플루언서 마크 맨슨은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로 한국을 지칭하였다. 그는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 정신과 전문의, 심리학자 등을 만나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확인하고는 이와 같이 지칭한 것이다.



오구라 기조와 마크 맨슨이 이야기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도덕'에 민감하고, 그러한 도덕성 때문에 자신을 숨기고, 개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개인은 집단이 되고, 집단에서 발생한 평균주의 속에서 우리는 본연의 모습을 감추고 있다.


도덕()은 '길 도'와 '덕 덕'이라는 한자를 합친 말이다. '덕'의 한자는 갑골문자인 걸을 척()과 곧을 직()의 합쳐진 형태로 '도덕'이라는 말을 풀어말하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혹은 가고자 하는 길을 걸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도덕은 ''가 주체가 아닌 '다수'가 주체이다. 즉 앞서 말했듯이 개인주의 보다 평균주의가 만연한 곳이 우리나라이다. 그리고, 그 평균주의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평가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아파트이다

예전에는 복도형 아파트와 우리말로 된 아파트 단지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 복도형 아파트와 우리말로 된 아파트 단지, 그리고 수도권에서 벗어난 지역의 주택은 노후화되거나 값이 수도권 평균 가격보다 싼 곳이라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비교한다

그리고, 그 평균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자 어떤 곳은 아파트 명칭 변경 소송을 제기(신정뉴타운롯데캐슬의 경우, 단지명에 '목동'을 넣으려다 양천구청에 반려당했다)하고, 어떤 곳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라틴어, 독어, 불어 등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여 아파트 명을 짓는다. 항동 중흥에스클래스 베르데카운티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렇게 평균주의에서 우리가 서로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비교하며 상하를 나누게 된 것은 아마 유교와 자본주의의 부조화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조선시대에는 집 다섯 채를 하나로 묶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함으로써 세금 탈루자, 강도, 절도를 예방하려고 하였고 이를 위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되었다.


오가작통법 시행 원칙 (일부)

1. 사계절의 마지막 달마다 각 통에서는 통패 속에 기입된 각 집 평수, 남성의 직업, 부녀자 수 등을 조사하여 지역 담당자에게 보고하고, 담당자는 이를 수령에게 보고한다... 그리고, 통 내에 의심스러운 사람이 보이면 수시로 수령에게 보고하도록 한다. (제9,15조)
2. 통패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은 호적에 들어있지 않으니 살해되어도 살인죄로 묻지 않는다 (제13조)


이러한 오가작통제를 통해 우리는 집단에 갇히게 되었고, 자신의 모습을 숨기게 되었다. 또한 유교 사상을 기반으로 한 조선시대에서는 자본을 쫓는 것을 천하게 여겨 양반들은 청빈한 생활을 하는 것이 양반의 길이라고 생각하였지만, 훗날 자본주의 사상이 들어오며 우리 사회에는 물질주의가 강조되게 되었다.

그러한 물질주의 속에서 우리는 유교의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모든 것이 비용인 사회에서 돈이 많은 사람은 가족과 이웃을 보살필 수 있지만, 가난하면 아무리 성품이 좋고, 양반이어도 가까운 가족조차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서로를 항상 비교하며 평균 속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며 남들이 봤을 때 나 자신이 도덕적으로 완벽해 보이고 트집 잡히지 않기 위해 자신을 철저히 숨긴다. 


2014년부터 이케아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라이프 앳 홈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사람 10명 중 4명은 '쉬는 날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겁다'라고 응답하였으며 집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보다는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고 싶다고 밝혔다.


평균주의 속 비교에서 잠시나마 쉴 수 있는 곳이 집이지만, 그 속에는 모순이 담겨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응답자 35%가 집의 중요 요소로 지속가능한 생활이라고 밝혔으나 가계 경제와 비용 때문에 집에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조사됐다. 



SNS에서 우연히 한 사진을 발견했다

그 사진 속 문장으로 이야기를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은 모두 부업일 뿐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본업이다
부업에 목숨 걸지 말고
본래의 할 일로 돌아오라
재가 되기 전에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걸어가고 싶은 길을 걷는 것이 진정한 도덕의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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