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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ca Feb 07. 2024

'단' 한 사람을 구해!

최진영의 <단 한 사람>

최진영의 소설 <단 한 사람>의 프롤로그에서는 소설의 근본적인 태생에 대한 이야기가 마치 어느 나라의 신화처럼 시작된다. 두 어린 나무는 '서로를 거울처럼 바라보며 같은 속도로' 성장한다. 300년이 지나고 다시 300년이 지나 거대한 태풍을 만나고, 300년에 300년이 더 지나 사람들에 의해 나무 한 그루가 '강제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두 나무는 뿌리로 연결되고 죽은 나무는 다시 작은 나무로 생명을 얻지만 100년에 100년이 더 지나 큰 나무가 다시 사람들에게 잘려 나간다. 작가는 "숲의 모든 존재가 그 죽음을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되살아난 그는 되살리는 존재. 그는 그 자리에서 사람에게 파괴된 적이 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사람을 파괴한 적이 있다."'라고 마무리한다.


그 나무는 장미수 일가에게 저주 같은 임무를 준다. 장미수의 엄마 임천자도, 장미수도, 그의 넷째 딸 목화도 꿈속에서 '단 한 사람'을 구한다. 그 세 사람은 그 임무를 수행하면서 서로 다르게 받아들인다. 이 소설의 주인공 목화는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 그 속에서 정해진 '단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이 괴롭고 힘들다. 자신이 구하는 단 한 사람보다 죽어가는 많은 다른 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괴롭다. 그 임무를 주는 나무의 기운을 느끼며 자신의 숨통을 쥐고 있다고 느끼는 목화는 나무를 찾기 위해 애쓴다.


"목화의 질문과 호소에 개의치 않고, 고통스러워하거나 안도하거나 상관없이, 악하든 선하든 관심 없이 나무는 영원히 거기 있다.
어쩌면 그저 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너를 보고 있다고. 생명체라는 전체가 아니라, 인류라는 종이 아니라 오직 너라는 한 존재를 바라보고 있다고"(p.233)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최진영 작가는 2023년 <홈 스위트 홈>으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같은 해 여덟 번째 장편 <단 한 사람>을 출간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이야기하면서 신은 인간을 구원하는 존재인지 파멸하는 존재인지를 계속 질문한다. 그녀의 질문의 기저에는 신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느껴진다. 그 속에서 인간이 인간을 구원하는 이야기를 통해 "영원한 건 오늘뿐"이며 "세상은 언제나 지금으로 가득" 하다고, 또한 죽음이 삶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이 소설은 계속 달리면서 쓴 책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여백이 없다고나 할까. 문장이 짧아서 그런 것도 같고, 그 빠른 호흡이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보였다. 숨 가쁘게 읽히기 때문에 잠시 쉬어갈 공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만큼 흡입력이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조금 아쉬운 부분은 초반에 강조되었던 인물들이 어느 순간 사라져서 그들의 뒷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


소설적인 재미는 분명하고 마지막 반전도 꽤 흥미로웠다. 소설은 이렇게 허구라는 명백한 팩트를 독자들에게 던져주며 즐거움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두운 것은 작가가 가진 고유한 특징으로 보인다. 책을 읽는 동안 힘에 부치는 삶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소설 속의 인물들이 목화가 만든 팔걸이가 매끈한 의자에 앉아 오래도록 쉬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했다.


내가 목화라면 어떨지 조금 상상하다가 그만두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도 무수한 생명 중 단 하나라면 곤란하다. 세월호 사고가 떠올랐다. 이태원 참사도 떠올랐다. 그 수많은 죽음을 지켜봐야 한다면, 그것도 수시로 그래야 한다면 시름시름 앓다가 임무 따위는 져버리고 앓아누울 것 같다. 그렇게 가혹한 일을 맡긴 나무는, 아니 작가는 어떤 의도였을까? 작가의 상상력에 일단 감탄했고 그럼에도 그런 힘겨운 일을 주인공에게 맡기는 가혹함에 원망스러웠다. 책을 읽는 동안 무수한 삶과 무수한 죽음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 부분에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점점이 뿌려져 있는 느낌도 들었다. 그 모든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인지도 궁금하다. 어느 부분은 설득당하지 못하는 문장들도 있었고 몇 번을 읽어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그런 부분은 시적으로 읽히는 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작가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강점인지 더욱 깨달았고 그녀의 다음 상상력의 결과물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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