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아닌 이야기가 있을까
사랑이 아닌 이야기가 있을까
“요즘에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뭐예요?”
“미스터 플랑크톤, 트렁크.. 제일 최근에 본 건 대도시의 사랑법이요. 어제 봤어요.“
“멜로를 좋아하시나 봐요.”
내가 멜로를 좋아했던가. 크게 선호하는 장르 없이 두루두루 보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말이었다.
"몰랐는데 그런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세상에 사랑이 아닌 이야기가 있을까. 사랑이 아닌 영화, 드라마, 소설, 만화가 있을까. 어느 이야기에나 사랑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사람에 대한 사랑이든, 가족에 대한 사랑이든, 친구에 대한 사랑이든, 동물에 대한 사랑이든 사랑 없이 만들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고 믿었다. 사랑은 가장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감정이니까. 사랑이 있어야 인물이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그 힘이 이야기를 더 나아가게 하니까. 하지만 누군가가 사랑이 아닌 이야기도 있지 않냐고 말한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멜로일지도 모르겠다고.
여전히 어리고, 서툴고, 부족하지만
멜로 무비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한없이 불안하고 불완전하다. 자신을 떠난 겸이 다시 찾아와 흔들리는 무비와, 형과의 일로 괜찮지 않은 나날들을 보내는 겸, 꾸준히 음악을 하면서도 이게 내 길이 맞나 끊임없이 고민하는 시준과, 긴 시간동안 만난 시준과의 관계를 완벽히 끊어내지 못하는 주아, 살아가기 위한 이유를 조금씩 찾아가는 준까지. 오히려 성숙하고 완전한 인물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멜로 무비를 보는 나는 때로는 무비가 되었다가, 겸이가 되었다가, 시준이 되었다가, 주아가 되었다가, 준이 되기도 한다. 이십 대 후반이 되면 저절로 멋진 어른이 뿅 하고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아직 그대로다. 여전히 어리고, 여전히 서툴고, 여전히 부족하다. 그래서일까.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불안한 청춘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위로가 되는 마음이다.
끝내주는 멜로 무비
나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랑이 잔뜩 담긴 드라마를 보고, 사랑을 꾹꾹 눌러 글을 쓰고, 사랑 노래를 부르며 언제나 사랑을 노래했다. 내가 주는 사랑은 항상 돌려받지 않아도 되는 대가 없는 사랑이었기에, 이별하고 나서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사랑을 주곤 했다. 각진 곳 하나 없이 참으로 동그란 사랑이었다. 내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을 때면 아이돌이나 배우처럼 화면 너머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사랑을 주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온 힘껏 사랑이 닿기를 바랐다.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사랑이 없으면 안되는 사람이었다. 지드래곤의 삐딱하게처럼 영원한 건 절대 없어라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 영원한 것이 사랑이기를 바랐다. 사랑한다는 흔한 말을 쉽게 못했던 때가 있다. 지금은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그 순간을 오롯이 사랑으로 채운다. 아무래도 그게 훨씬 좋은 것 같다. 오늘도 어김없이 사랑이 넘치는 나는 끝내주는 멜로 무비의 한 장면을 그린다. 그렇게 곧 찾아올 사랑을 꿈꾸며 사랑이 흐르는 글을 적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