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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한중 Apr 01. 2022

'낙지' 일까? '주꾸미' 일까?

주꾸미가 말합니다. "열 낙지 안 부럽다고"


하지만 국민은 궁금해하지 않는다.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뼈가 없는 물고기로 ‘낚지’가 맞을까? 「낙지」가 맞을까? ‘쭈꾸미’라고 쓸까? 「주꾸미」라고 쓸까?가 잠시 고민이 될 뿐, 그렇지만 이것 또한 걱정할 일 아니다. 사람들은 알고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주꾸미는, 짜장면과 자장면처럼 어떤 것이 표준어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짬뽕은 짬뽕이 맞는데 짜장면은 왜 자장면이어야 하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많지만, 같은 의미로 낙지는 낙지라고 잘 표기하는데 주꾸미는 쭈꾸미로 잘못 표기되어있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그렇지만 “낚지 또는 쭈꾸미”라고 적힌 간판을 발견하면 더 반갑고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아마도 ‘OK, Thank-you, Yes, No, On-line, Off-line처럼 외래어를 사용해도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듯이 낙지를 낚지로, 주꾸미를 쭈꾸미로 잘못 표기한 들 다른 물고기로 이해하거나 불편함이 전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뼈가 없는 물고기이자 같은 연체동물로 주꾸미와 비슷하게 생겼으며 팔이 8개(8완류로 여기서 완腕은 팔이라는 뜻)로 똑같은 ‘문어’가 있다. 지난해 바닷가에 갔을 때 5살 손자 녀석이 낚시객이 잡아온 주꾸미를 보더니 바로 ‘문어다’라고 외친다. 반가웠던 모양이다. ‘문어가 아니라 주꾸미야’ ‘아니에요, 문어예요’라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문어 사진을 보여주자 “아! 그럼 아기 문어인가?”란다. 아마도 어린이집에서 문어만 보고 배웠나 싶어 그 이상 아이의 생각을 꺾지 않았다. 생김새나 팔의 개수만으로 구분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다만, 팔의 모양이 긴 것은 '낙지', 짧은 건 '주꾸미', 굵은 건 '문어'로 구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일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낙지와 주꾸미는 오징어, 문어 등과 함께 ‘먹물’을 가진 바닷물고기로 적으로부터 습격을 당하거나 위험이 닥칠 때 방어의 수단으로 토해내는 물질이다. 시야를 가리는 연막효과가 있고, 후각이나 미각 등 감각기관을 마비시키는 기능도 갖고 있어 자기 몸을 외부로부터 지키기 위한 비장의 무기라고 한다.


서식환경 또한 낙지가 비교적 양호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반면, 주꾸미는 생활력이 강해 척박한 환경에도 비교적 잘 견딘다고 한다. 또 낙지는 갯벌에서 구멍을 파고 살거나 바위 밑에 숨어 사는데 원기 회복의 대명사로 영양가는 ’갯벌에서 나는 산삼 또는 인삼’으로까지 비유해 ‘낙지 한 마리가 인삼 한 근과 맞먹는다’라고 하여 예로부터 사람들에게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비린내가 거의 없으며, 질기지도 않고, 힘도 좋아 ‘쓰러진 소도 벌떡 일으킨다’라는 말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자산어보에서는 낙지를 ‘낙제어’라고 하였다는데, 일부 지방에는 아직도 ‘낙제’라고 불러 시험을 치르는 동안에는 수험생들에게 금기식으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낙지는 봄과 가을에 산란하고 겨울에는 펄 속에서 겨울잠을 자는데, 민간에서는 원기 회복을 위해 주로 먹었으며, 그중에서도 손이 가늘다 해서 붙여진 세발낙지(어린 낙지)를 지금도 최고로 친다.


일 년 중 6월 중ㆍ하순부터 7월 말까지 잡히는 세발낙지는 초여름 별미로 맛이 쫄깃하고 부드러워 별미 중 별미다. 세발낙지라고 해서 손가락이 세 개라는 뜻이 아니다. 서해안 지방에서는 보양 음식으로 인기가 높으며, 시원하게 국물과 함께 먹는 ‘연포탕’이나, 통째로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양념장을 발라 구워 먹는 ‘낙지호롱구이’에는 세발낙지가 으뜸이다.


절정기에는 하루에 한 사람이 100여 마리 이상씩 잡는데, 어한기 맨손 어업인들에게는 짭짤한 소득원 중의 하나다. 특히 충남 태안을 여행하게 되면 ‘박속밀국낙지탕’이라는 독특한 낙지 요리법이 인기인데 박속과 파 그리고 다진 양념 등으로 우려낸 국물에 밀국낙지탕을 상품화한 것으로 언제든지 맛볼 수 있다.



    

반면에 주꾸미는 낙지보다 일반적으로 작으며 값이 싸지만(낙지에 비해 싸다는 것이지 결코 싼 음식이 아니다) 자세히 보면 눈 아래에 둥근 금색 테가 선명하게 보이는데 국내산임을 증명해준다.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맛은 기막혀 ‘꿩 대신 닭’처럼 ‘낙지 대신 주꾸미’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낙지만큼 쫄깃하거나 맛이 그렇게 구수하지 않지만,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하며 지방이 거의 없고 몸에 좋은 아미노산이 풍부해 ‘웰빙’ 식품으로도 각광을 받는다.


통통한 몸통과 짤막한 다리도 귀엽다. 그런데 이 미련 곰탱이 같은 주꾸미가 공간(구멍)이나 기어들어 갈 틈만 있으면 들어가는 버릇 때문에 서해안 어부들은 소라껍질을 로프에 매달아 바다 밑에 깔아두었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 건져 올리기만 하면 된다.


어느새 그 속으로 들어가 둥지를 틀고 있는 주꾸미의 습성을 이용한 어획 방법으로 미끼 없이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어업 방법의 하나이지 않나 싶다.   

  

매년 5월이면 서해안 항포구에서는 주꾸미 축제가 열리는데 이때 생산되는 주꾸미는 산란을 앞두고 머리라고 하는 몸통에 영락없이 밥알 모양의 알을 꽉 차게 지니고 있어 이때가 주꾸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그럼 에도 낙지에 밀려 푸대접을 받기도 하는데, 인터넸을 검색하다 보면 가끔 낙지볶음을 배달시켰더니 주꾸미와 섞여 있는 것 같다며 사진까지 올려 “이게 주꾸미 볶음인지, 낙지볶음인지 좀 확인해 달라”라고 하는가 하면,


또 다른 검색창에는 주꾸미가 아예 낙지로 둔갑하여 ‘주꾸미 볶음을 먹고 낙지볶음값을 지불하고 왔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을 가끔씩 접하는데 맘 상하실 필요 없다.


주꾸미에는 오징어의 5배, 낙지의 2배 가까운 타우린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해독역할을 하는 간을 도와 콜레스테롤을 배출시켜주기 때문에 몸의 피로가 싸~악 풀리는 효과가 있어 “바닷속 피로 회복제”라고도 하니 마음 상하셨다면 이해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또한, 샤브샤브로 먹는 주꾸미야말로 ‘열 낙지 안 부럽다’라고 하니 몸 건강을 위해서라면 철 따라 봄에는 ‘주꾸미’ 가을에는 ‘낙지’를 찾아 서해안 바닷가를 여행하는 것도 인생의 작은 행복일 것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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