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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한중 Mar 01. 2023

'꽁치'와 '학꽁치'로 살아가기

한 때는 대한민국 Number1 '국민생선'이었다.


횟집이나 한정식집에 가면 가장 먼저 식탁에 오르는 친숙한 생선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저평가되고 있는 물고기로 너무 흔해서 귀한 대접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생선 계의 만년 조연이자 쓰키다시(기본)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바로 [꽁치]다. 


고등어와 더불어 가성비 최고의 값싸고 영양가 만점으로, 어머니와 친구처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등 푸르고 붉은 살의 생선으로 큰 인기가 있지만, 가격은 고등어보다도 저렴하다. 한때는 대한민국 넘버 1 국민 생선으로 빛날 때도 있었다. 




성질이 급해서 죽음과 부패가 빨라, 주로 구이용이나 통조림용으로 많이 사용하지만, 주산지인 울릉도 등 동해안에서는 싱싱한 꽁치를 물회로 먹기도 한다. 


이 밖에도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꽁치 된장국, 꽁치찌개, 꽁치 다대기국, 꽁치추어탕, 꽁치 김밥, 꽁치 과메기’ 등도 지역에 따라 사람들 식성에 따라 용도를 달리하고 있다.   

   

가치 면에서는 여느 물고기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웬만큼 잡아도 개체수가 좀처럼 줄지 않는 번식력과 풍부한 영양을 지니고 있어 어느 학자는 꽁치를 ‘신이 인간에게 내린 바다의 축복’이라고도 했다. 


부레가 없어 바다에서 건져지면 바로 죽음을 맞지만, 찬 바닷물을 좋아하는 물고기이기에 왕성한 번식력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어획량이 급감해 식당 등에 유통되는 꽁치는 대부분 북태평양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꽁치가 가격이 올라 최근에는 쓰키다시는커녕 주 반찬에도 오르지 못하는 것 같다. 또 ‘고등어, 정어리, 전갱이’ 등과 함께 서민의 생선이자 등 푸른 생선 4 총사로 통하는 꽁치는 지방 함량이 높아 서양에서는 ‘기름 생선’이라고 부를 정도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전체 지방의 82%가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산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꽁치가 나면 안마사가 굶는다’라고 할 정도로 비타민, 칼슘 등 영양가가 풍부한 생선으로 신선한 꽁치의 경우에는 내장까지도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수산 시장 어귀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연탄불 위에서 구워지는 맛있는 냄새가 시장 전체를 휘감고 돌아 멀리서도 이 냄새 맡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 주인공이 바로 꽁치다.  

   

한때는 울릉도 근해에서 꽁치가 하도 많이 잡혀 몰려드는 꽁치 떼로 다른 물고기를 잡는 데 장애가 된 때도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짐작이 간다. 


잡는 즉시 젓갈로 담았다가 김치를 담글 때 사용하였다고 한다. 봄 꽁치는 산란을 앞두고 있어 살이 통통하고 알이 꽉 차 고소하면서 담백해 4~5월경 통째로 담은 꽁치젓갈은 1년이 경과하면 꽁치 액젓이 된다. 어쨌거나 꽁치회부터 과메기까지 꽁치가 채워준 우리 밥상, 국민이 얕본다면 “나도 한때는 국민 생선 1위였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것만 같다.   

  



꽁치와 비교적 친밀한 관계로 크기나 생김새가 꽁치와 형제지간이라고 할 정도로 비슷하지만 맛이나 쓰임새가 다른 물고기가 있는데 이놈이 [학꽁치]다. 


언젠가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히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새우채집망에 잡힌 처음 보는 물고기라며 사진을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아시는 분은 알려달라”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그만큼 ‘모르는 국민도 가끔 있다’라는 것이다. 학꽁치는 은백색으로 고고한 학을 연상케 하며, 학의 부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사요리’라고도 하는데, 우리말로는 ‘학꽁치, 공미리, 공매리, 청갈치, 침어, 침구어’ 등 다양하다. 




흰살생선으로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하며 살은 단맛이 나는데 원래는 ‘학공치’였으나, ‘학꽁치’와 함께 표준명으로 사용한다. 어미가 되어도 주둥이가 작아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자란다. 


찬 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윤기가 가득한 겨울 맛의 진객이지만 모르는 이들은 꽁치와 헷갈리기도 한다. 초밥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학꽁치가 국민 초밥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인기나 가치가 높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본만큼 높지 않다. 


외모는 번듯하나 속이 검고 엉큼한 사람을 가리켜 '학꽁치 같은 사람'이라고도 한다는데 낚시인들 사이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 낚시의 대표적인 물고기로 굳건히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크기에 따라 ‘볼펜급, 매직급, 형광등급’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겨울철 어한기에도 학꽁치 낚시만큼은 빈손으로 귀가하는 일이 거의 드물다. 그만큼 어느 바닷가에서든 학꽁치 철이면 방파제 가득 낚시 객들로 빼곡할 정도다. 




현장에서 바로잡은 학꽁치 회를 먹는 사람들은 ‘낚시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이 맛을 어떻게 알겠냐며, 아는 사람만 알 것’이라고 한다. ‘입안에서 회가 톡톡 튀는 그 느낌으로 바로 잡아서 먹는 것이다’라며 학꽁치의 진가를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어느 유튜버는 낚시는 손맛으로 하는 것인데 학꽁치 낚시는 순전히 ‘입맛’ 때문에 하는 낚시라며 ‘재미난 학꽁치 낚시 무료 체험단 모집’을 해보니 그 인기가 대단하였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회나 초밥의 재료 혹은 구이, 튀김, 조림, 포, 국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학꽁치를 즐겨 먹지 않는다   



  

바다는 무한한 국민 식량 창고다. 값비싼 물고기이거나 저평가되고 있는 물고기이거나, 꽁치나 학꽁치나 모두 우리나라의 주요한 수산자원이자 국민이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단백질 공급원이기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생선이다. 


‘어식백세(魚食百歲)’라고 했다. ‘수산물을 먹고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아가자’라는 얘기다. 그만큼 어떠한 생선이든 우리 몸에 이로운 것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요즘에는 꽁치라는 이름을 가진 ‘반려견’이나 ‘반려묘’도 많은 걸 보니 참 좋은 이름을 가진 물고기 중의 물고기인 것 같다. 


많은 사람에게 손맛과 입맛, 추억을 선사하는 [‘꽁치’와 ‘학꽁치’] 아무리 잘 먹어도 살만 찔 뿐 고래는 될 수 없다. 평생 꽁치와 학꽁치로 주어진 약육강식의 바다에서 처절하게 살아가야 한다. 


그래도 우리 바다를 빛낼 수 있다. 그렇게 살아가 주기를 열렬히 응원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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