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저금통이 사라지고 있다. 행운과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동물로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해오고 있는 정겨운 돼지저금통!
1년여간 모아 배가 불룩해질 때면 손자 녀석 용돈으로 주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음식점이나 카페, 영화관, 마트, 백화점, 버스, 택시, 기차, 지하철, 비행기 어디를 가나, 물건을 구매하거나, 음식을 먹어도 현금은 없어도 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두 해결되니 굳이 은행이나 ATM기를 찾을 이유가 없다. 1원도 송금이 가능한 시대. 반면 500원으로 껌 한 통 살 수 없으니 호주머니에 500원이나 100원짜리 동전이 있으면 오히려 불편을 느낀다.
동전이 필요한 곳은 승용차 바닥 청소 시 이외에는 딱히 필요한 곳이 없는 것 같다. 딸깍딸깍 공중전화기 이용 시 동전 또는 전화카드가 필요했으나 그마저도 1인 1 스마트폰 시대로 찾을 일이 없으니 공중전화기를 보면 오히려 생경하다.
이제 시장 어귀 공중전화 박스는 다른 물건 보관장소로 이용되고 있어 세월의 뒤안길로 저물어 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국민소득 수준과 비례해 10원, 100원, 500원 동전과 1000원권 지폐의 가치는 점점 퇴색되어 간다. AI가 시를 짓고, 노래 작곡을 하는 시대이니 빛의 속도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게 지구촌이다.
동전뿐만 아니라 단돈 1만 원도 호주머니에 없다. 현찰이 필요하면 통장 입금이다. 식당에 가도 AI 로봇이 주문한 음식을 좌석마다 정확하게 배달해 주고, 카페나 햄버거 가게ㆍ음식점에서도 키오스크에 스마트폰으로 결재하면 순서에 따라 주문한 것들이 배달된다.
용돈이나 세뱃돈도 전자거래다. 자장면 배달도, 생활용품이나 음료수, 옷 구매도, 축ㆍ부의금도 언제 어느 곳에서나 스마트폰 하나면 해결이다. 그러니 재래시장도 카드나 온라인 결재가 아니면 손님이 아예 없다고 한다.
적금가입도, 통장개설도, 자금 이체나 아파트관리비ㆍ건강보험료ㆍ가스요금도 모두 인터넷 신청이나 변경 등 소비자가 필요한 시간에 처리하면 된다. 반드시 근무시간에 방문하거나, 달력에 빨간 글씨로 표시된 날을 피할 필요도 없다. 코로나 19로 학교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 강의로 대체한다.
불편한 대면보다, 편한 단절의 시대가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래도 주고받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사회가 너무 삭막한 기분이 든다.
국민총소득 1백 달러(1963년)였던 20세기와 3만 5000달러(2021년)인 21세기는 확연히 다른 세계로 각종 새로운 전자기기들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삶의 방식은 디지털 시대지만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나, 학교 앞 문방구에는 아직도 아날로그식 빨간색 돼지저금통이 걸려있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옛날 가난했던 시절 돼지 한 마리는 집안의 소득원으로 희망이었으며, 꼬마 돼지 한 마리를 사다 100근(60kg)이 되면 팔았는데 어릴 적 기억으로 5만 원을 받았던 것 같다.
가정에서는 그 돼지 한 마리가 살림 밑천이었는지 모른다. 또 돼지는 부의 상징으로 꿈속에 나타나기만 해도 길몽이라 하여 하루 정도는 무슨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들뜬 기분으로 보낸다.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돼지를 뜻하는한자 ‘돈(豚)’과 물건을 사고팔 때 주고받는 ‘돈’은 뜻은 다르지만, ‘소리가 같고 돼지가 재물을 부른다‘하여 돈을 모으는 저금통은 대부분 돼지 모양인 것 같다. 심지어 가정의 쓰레기통 조차도 빵끗 웃는 돼지 쓰레기통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서도 돼지저금통을 쓰는데 그 유래가 유럽에서는 찰흙으로 항아리를 만들어 동전을 보관했는데이 찰흙을 ‘pigg’라고 했으며 돼지를 뜻하는 영어 ‘pig’와 비슷해 시간이 흐르면서 동전 항아리가 돼지 저금통이 되었으며, 또 미국의 한 소년이 한센병 환자들을 돕기 위해 돼지를 키웠고, 여기에 감동해 사람들이 돼지 저금통을 만들어 돕기 시작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돼지는 한 번에 10여 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기간도 114일로 짧아 1년에 2번 이상 임신이 가능하며, 다산의 동물로식량을 얻고 재산을 늘리는데 소중한 동물이었다. 세상은 변해도 자녀한테는 어려서부터 저금통은 필요하다. 돈의 소중함과 귀중함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형광 돼지저금통, 현금인출기 모양의 돼지저금통, 동전을 넣으면 자동으로 금액이 표시되는 저금통, 포켓몬 마니아를 위한 돼지저금통, 나무로 제작된 엽전이 온몸에 붙어있는 나무돼지저금통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돼지저금통이 많이 있다.
형형색색의 예쁜 돼지저금통에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할아버지한테 받은 용돈을 스스로 모으게 하는 건 참 좋은 가정교육이 될 것이다. 동전 한 잎이 100원 되고, 천원이 되어 만원, 십만 원, 백만 원이 되며, 돈 모으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가르쳐야 한다.
성실하게 땀 흘려 모은 돈이어야 떳떳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을 대한민국의 모든 어린이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연말이면 돼지저금통을 들고 불우이웃 돕기 성금함을 찾는 아이들, 코로나 19 기간에도 돼지저금통에 꼬박꼬박 모은 용돈을 주민센터에 들고 온 아이들,
눈 오는 날 초등학생인 형과 동생이 게임기 사려고 모은 용돈이라며 조금 밖에 안되지만 어려운 사람 도와달라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쇼핑백에 담긴 돼지저금통 3개를 파출소에 놓고 사라진 아이들,
기초 생활 수급자인 쪽방촌 주민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모은 돈을 주민센터에 기부한 천사, 기부받은 돈으로 새끼돼지를 사 살이 통통하게 오르도록 키워 판매한 금액을 환자치료비로 써달라며 전달한 천사,
퇴원한 엄마를 위해 꽃을 선물하기 위해 꽃집에 돼지저금통을 들고 온 아이들의 사연을 접할 때마다 돼지저금통이 사람들은 감동을 선사한다.
선행은 선행을 낳는다는 말이 있듯 금액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다. 고사리손으로 한푼 두푼 모은 아름답고 소중한 돼지저금통은 나라가 어려움이 처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국민께 용기와 힘을 주는 수호신이다. 더 예쁘고 하늘만큼 커다란 저금통으로 아이들께 선물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