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한중 Jan 01. 2023

'넙치, 가자미, 도다리' 삼형제

넙치(광어)와 가자미, 도다리는 분명 다른 어종이다.



2020년 10월 시작한 브런치 글이 어느덧 51편에 이른다. 아직은 구독자 수도 초라하고 관심 작가도 없지만, 조회 수는 그래도 꾸준히 더(+)하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글 중에는 바닷물고기에 관한 내용이 17편으로 33%를 차지하고 있어 수산학을 전공하고 대부분을 해양수산분야에 근무한 나로서는 바다로, 물고기로 마음이 가고, 정이 가는 건 인지상정인 것 같다.


물고기의 삶도 인간의 삶과 비슷한 것 같아, 바다가 그저 사랑스럽고, 물고기들을 이해하고 물고기들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이기에 바다를 생각하는 시간만큼은 더없이 즐겁다.


지구탄생 이후 자연의 섭리를 단 1도 거스르지 않으며 질서정연하게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바다와 물고기, 갯벌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산소공급원으로, 단백질 공급처로, 오염물질 정화장소로 그 역할과 기능은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바다는 오늘도 그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못다 한 이야기,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이번 작품은 “가자미” 그리고 광어로 널리 알려진 “넙치”와 “도다리”다. 누구는 이들의 관계를 ‘친구 사이’라고 하는데, 나는 [삼형제, 삼남매, 세자매] 중 “삼형제”로 부르기로 했다.


학술적으로 생물분류단계인 ‘계문강목과속종’을 굳이 논하지 않아도 크기와 모양(생김새), 삶의 서식 생태계가 비슷해 한 핏줄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넙치(광어)와 도다리는 어느 정도 구별이 가능한데, 가자미와 도다리는 정통전문가들도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그것은 가자미의 종류(문치ㆍ기름ㆍ용ㆍ참ㆍ물ㆍ돌ㆍ홍ㆍ노랑ㆍ범ㆍ줄가자미 등)가 많아 수산생물 학자 역시 실물 앞에선 헷갈릴 수가 있다.


그러니 가자미를 도다리로, 도다리를 가자미로 혼동하여 부르거나, 정식명칭을 가진 도다리가 문치가자미에 밀려 자신이 도다리이면서도 이름을 문치가자미로 둔갑 되어 취급받기도 한다.  

   

혹 간에는 “가자미가 도다리고, 도다리가 가자미 아니냐?”라고 하는데 분명 다른 어종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문어와 낙지 주꾸미’로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넙치는 문어요, 가자미는 낙지요, 도다리는 주꾸미”로 생각하면 다른 어종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넙치(광어)와 가자미, 도다리를 구별하는 방법으로 “좌(左)광우(右)도”라는 말을 사용한다.


많이 들어본 단어지만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기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물고기를 정면에서 볼 때 두 눈이 왼쪽에 몰려있으면 넙치이고 오른쪽에 몰려있으면 가자미 혹은 도다리다.


또 다른 방법은 가슴지느러미를 아래로 놓고 볼 때 얼굴이 왼쪽에 있으면 넙치(광어)이고 오른쪽에 있으면 가자미 혹은 도다리]로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공통적인 특징으로 넙치는 입이 크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으나 가자미나 도다리는 입이 작고 잔 이빨을 가지고 있다.    




[넙치(광어)]는, 우리나라 활어 생산량이나 국민 횟감으로 선두를 유지하는 어종으로 연중 어느 때나 쉽게 먹을 수 있다. 비린내가 거의 없고 병해에도 강하며 비교적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넙치는 별넙치, 점넙치, 풀넙치 등 모두 4종인데 이놈들은 넙치라는 표준어(본명)가 있음에도 광어로 알려진 탓에 횟집에 가서도 대부분 ‘넙치회’가 아닌 ‘광어회’로 주문한다.


너무도 익숙해 넙치회를 시키면 어느 때는 “새로운 물고기인가?”로 착각할 정도다. 맛이나 영양가에 있어서는 자연이나 양식산 둘 다 차이가 거의 없으니 굳이 자연산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한다.


다만 자연산은 배 부분이 ‘흰색’이나, 양식산은 ‘검 녹색(얼룩)’을 하고 있어 ‘백자自흑양養’이라고 하는데 예외인 경우도 있다. 가장 맛있는 부위는 운동량이 많은 ‘날개살’이니 참고하면 좋겠다.  



  

[가자미]는, 어려서는 머리 양쪽에 눈이 있지만 성장하면서 오른쪽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는다고 한다. 체형은 타원형이며, 가자미 미역국과 식해(생선을 토막 내어 흰밥과 소금, 무 등을 넣어 삭힌 음식)는 많이 알려진 음식으로 사람과 밥, 가자미는 미덥고 정겨운 관계라고 한다.


가지미는 경북 경주시의 시어(물고기)이며, 감포읍 청년 마을의 자랑거리 또한 가자미라고 하는데 그 의미가 참으로 이채롭다. ‘가자未(마을의 미래), 가자味(감포의 맛), 가자美(감포의 멋), 가자me(나를 찾아가자)’ 등 「가자 미래로!」로 라는 희망어(단어)를 탄생시켰다.


또 민간에 전하여 내려오는 이야기(민담) 중에는 가자미의 두 눈이 한쪽에 몰려있는 이유가 「어느 날 메기가 꿈을 꾸고는 가자미에게 해몽해달라고 하니 가자미가 ‘그것은 죽을 꿈’이라고 하자


성이 난 메기 가 ‘이 새×, 재수 없는 소리 한다’라며 뺨을 때렸는데 너무 세게 때려 눈이 한쪽으로 쏠렸다」라고 하는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어른들께서 ‘가재미(가자미) 눈뜨지 말라’라고 나무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자랐다. 주로 싸움할 때나 화가 많이 났을 때 눈을 옆으로 째려보는 모습을 마치 가자미의 생김새에 비유하였으니 가자미가 사람들에게는 좋은 인식의 물고기만은 아닌 것 같다. 



   

[도다리]는,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봄철 대표적인 횟감이자 도다리를 만나 환상적인 맛을 내는 쑥국은 음식 궁합의 절정으로 비린내도 잡아주고 봄의 미각을 돋우는데 최고의 음식이라고 한다.


봄철에 세 번만 먹으면 한 해 건강을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양식으로도 손꼽힌다. 도다리는 가자미과의 바닷물고기로 눈은 가자미처럼 오른쪽에 몰려있으며 주로 남해안에 서식한다.


도다리로서는 불쾌하겠지만 뼈째 썰어서 회(세꼬시)로 먹는 대표적인 어종이다. 국물맛도 시원해 허한 기력을 보충하는 데 이만한 음식도 드물다고 한다.


원조 도다리와 우리가 알고 있는 도다리(문치가자미)를 구별하는 방법은 체형인데 도다리는 납작한 마름모꼴이며, 도다리(문치가자미)는 타원형을 하고 있으니 이 역시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




이전 18화 '갯벌'(바다)은 하루 두 번 사람의 발길을 허락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