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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한중 Mar 01. 2022

'갯벌'(바다)은 하루 두 번 사람의 발길을 허락한다

'지구의 콩팥'이라고도 하는 갯벌은 천년, 만년 영원해야 한다.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는 바다(갯벌, 개펄, 펄)는 미래자원의 보고라고 한다. 지리적으로 동ㆍ서ㆍ남해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어쩌면 해양국가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바다와 매우 가깝지만, 바다에 대한 국민 인식은 다른 분야에 비해 많이 낮은 것 같다.


하루 세 끼 식사 중 적어도 한 번은 조미김 한 조각이나, 멸치 꽁댕이(꼬랑이) 하나라도 다른 반찬과 함께 조화를 이루어 식탁에 올라오고 그것이 우리의 오랜 풍습일 텐데 바다가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는 건 그만큼 바다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함 때문일 것이다.    

 

어찌 되었든 서해 바다는 오늘도 변함없이 하루 두 번씩 들고(밀물) 나면서(썰물) 사람의 발길을 허락해 준다. 수많은 생명체의 삶의 터전이면서 생명을 품을 땅 바다는 6시간 25분마다 물에 잠겼다가 물 밖으로 드러나면서 갯벌(개펄, 펄 또는 간석지)을 제공한다.


헤아릴 수 없는 생명체들의 약육강식의 땅으로, 때로는 상호 공존하며 살아가는 철저한 먹이사슬의 공간으로 그렇게 72억 1천2백43만 명의 세계 인류가 필요로 하는 단백질 공급처로 지구 탄생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왔으며, 이제는 지구 상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황금의 갯벌(바다)이 한 시대는 국가로부터 외면의 대상이자 희생양이었다. 쌀이 주식이었던 우리나라는 1970~'80년대 부족한 농토를 갯벌을 메워 농경지로 조성하고, 국가산단과 임해공단 등이 들어설 수 있는 토지를 오직 갯벌을 메워야만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대규모 간척사업(인천 국제공항, 새만금, 대호 간척지, 간월호, 부남호, 시화호, 대산 산업단지, 포항제철, 광양제철소 등)으로 메워진 땅은 전체 갯벌 면적의 25%를 넘는다고 한다.


조류(밀물과 썰물 때문에 일어나는 바닷물의 흐름)로 운반되는 모래나 점토의 미세입자가 파도와 함께 잔잔한 해역에 오랫동안 쌓여 생기는 평탄한 지형인 갯벌은 제주도와 동해안을 제외한 2,482㎢(여의도 면적의 858배)로 서해안이 83.6%(2,074㎢)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남해안이 16.4%(408㎢)를 점유하고 있다. 서해안의 갯벌이 광활한 것은 해안선의 출입이 심하고 긴 만(바다가 육지 쪽으로 쑥 들어와 있는 곳)의 지형적 특성으로 조차(밀물과 썰물 때의 수위 차)가 크기 때문이다.  



   

생태계 유지에도 꼭 필요한 갯벌(바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으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그 첫째가, ‘어ㆍ패류의 생산 및 서식지 기능(사료 저장창고)’으로 생물이 산란 및 서식 활동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영양염류가 풍부하고 생산성이 높은 공간으로,


두 번째는, ‘오염정화능력(자연 정화조)’이 탁월해 육지로부터 유입된 오염물질을 갯벌 생태계만이 지니고 있는 자정 능력으로 자연정화(갯벌 1㎢에 있는 미생물이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능력은 도시하수처리장 1개의 처리능력과 비슷)를 통해 바다와 환경, 인간에게까지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셋째, ‘자연재해 조절 기능(자연재해 완충지)’도 있어 태풍이나 해일이 연안 가까이 다가오면 이를 일차적으로 흡수하여 태풍의 영향을 감소시키는 천연 방파제 역할과 홍수나 빗물 등 많은 양의 물을 동시에 저장할 수 있는 기능도 있어 인명 및 재산피해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 번째가, ‘심미적 기능’으로 아름다운 경관과 드넓은 갯벌의 조화는 해수욕장, 해양레포츠 그리고 해양 관광 등에 이용돼 대중을 위한 유익한 장소로 제공되고 있다.


다섯째로, ‘문화적 기능’으로 낚시나 해수욕, 휴식, 관광 등을 제공하는 레저 공간으로 자연 교육의 장으로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바다 모래찜질은 신경통 및 관절염 등 피부의 각종 질환에도 그 효능이 크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가치’는 숫자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국민 단백질 공급처로, 어업인들의 삶의 터전으로, 물고기들의 쉼터로, 체험장으로, 철새들의 낙원(백로ㆍ왜가리ㆍ갈매기 등의 휴식 및 먹이 제공처)으로, 산소를 생성하고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이 뛰어난 곳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는 곳이 바로「갯벌」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자연이 준 광활한 땅이자, 천년의 보물 갯벌, 바닷물이 저 멀리 빠져나간 서해안 갯벌은 언제나 풍요롭고 넉넉하다. 갯벌의 온갖 생명체들이 햇볕과 공기를 쏘이고 마시며 자연 속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다.


이때쯤이면 사람들의 손길과 발길도 시간에 맞춰 바삐 움직인다. 바지락과 굴, 백합, 모시조개, 소라, 고동, 낙지, 갯지렁이 등 무수한 갯것들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풍요로운 갯벌은 스스로 알아서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며, 식물성 플랑크톤 → 동물성 플랑크톤 → 작은 물고기 → 큰 물고기들이 넉넉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제공한다.


그곳에는 질서만 존재할 뿐, 먹는 거 걱정, 취업 걱정, 내 차ㆍ내 집 마련 등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미세먼지도 없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같은 질병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토록 빛나는 갯벌이 드디어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21.7월)되는 영예를 않았다고 한다.


충청남도 서천 갯벌과 전라북도 고창갯벌, 전라남도 신안과 보성-순천만 갯벌 등 모두 4곳으로 제주도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어 14년 만의 2번째 자연유산이자, 15번째 세계유산이라고 하니 더없는 기쁨이 아닐 수 없다. 금액으로 그 가치를 환산할 수는 없지만, 대대손손 물려주어야 할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유산으로 가꾸고 보존해야 할 의무가 국민 모두에게 있다.   




 '하루 두 번 사람의 발길을 허락하는 갯벌'(개펄, 펄)은 현대를 사는 우리와 우리 후손들에게 그 이상의 가치를 보답으로 돌려줄 것이 확실하기에 우리는 그곳을 [펄 반 조개 반]인 황금의 땅으로 가꾸어야 한다.


사람들은 떠나도 ‘지구의 콩팥’이라는 갯벌은 천년, 만년 영원할 것이기에 갯벌이 마음 놓고 숨을 수 있도록 훼손해서는 안되겠다. 그것은 갯벌(바다)이 삶의 터전이자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수많은 생명체가 사람들의 발길로 아까운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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