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이름, 두 개의 표준어 / 두 개의 이름, 한 개의 줄임말
[광어ㆍ도미가 뭔가요?]라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무어라 대답할까?” 회? 어류? 물고기? 생선? 사람에 따라 보는 시각에 따라 생각이나 느낌은 다를 수는 있겠으나 그 이면에 물고기 한 마리에서도 [위로와 열정, 생명, 모성애, 일용할 양식] 등 의미가 있음을 함께 공유했으면 한다.
우리나라 회 대중화의 신호탄은 단연 “광어(넙치)”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물고기 중에서 국민이 가장 많이 찾는 ‘광어’는 ‘넙치’라는 이름과 함께 두 개의 이름으로 불리며 대중화되어 있지만 두 개의 이름 모두 표준어가 맞다. 똑같은 명칭이라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해석을 빌리면 이렇다. [’광어'는 넙칫과의 바닷물고기를 나타내는 말로 흔히 '넙치'와 같은 뜻으로 쓰이기는 하나, '넙치'와 완전히 같은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넙치'가 넙칫과의 바닷물고기를 나타내는 말로 쓰이는 것을 보아 '광어'보다는 '넙치' 쪽이 더 우세하게 쓰이는 말이기는 하나, ‘둘 다 표준어’이므로 어느 쪽을 쓰셔도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광어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육상양식어업이 발달하면서부터 넙치가 광어로 대세를 역전시키면서라고 한다.
국립국어원의 해석과는 달리 거래할 때도 넙치보다는 광어(廣魚)가 한자어로 표기할 수 있어 더 고급 어종 대우를 받는다는 점이 표현에 조금 앞서고 있으나 사실 여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다시 말하면 순우리말이냐 한자어냐의 차이라는 것일 뿐 둘 다 ‘넓적한(넓은) 물고기’라는 의미는 같다. 일부 사람들은 광어라는 한자어가 일본어의 잔재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조선시대에도 쓰여 왔기에 맞지 않는 말이라고 한다.
여하튼 횟집의 역사를 바꾼 것도 광어 양식 성공이 발단이었으며, 산소통이 적재된 수송차량(속칭 물차)과 물고기 수조, 여기에 회 전문 요리사까지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한 건 역시 광어 덕일 것이다.
여기에다 광어회 중심으로 전문기술ㆍ요리사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고, 특수부위라 해서 사각한 식감의 광어 ‘지느러미살’은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부위이기도 하다. 살도 많아 수율로 치면 우럭에 비해 1.5배 이상 횟감이 더 나온다고 한다.
광어와 유사한 물고기로는 가자미가 있는데 워낙 생김새가 비슷해 ‘좌광우도’라는 한자어까지 생겼다. 실제로 물고기 머리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했을 때 눈이 왼쪽에 있으면 ‘광어’고, 오른쪽으로 쏠려 있으면 ‘가자미’다.
이제는 국민 공통상식으로 통한다. 등지느러미는 콜라겐이 많아 피부미용에 좋으며, 라이신이 많아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좋고, 지방이 적어 소화가 잘되고, 회로 먹으면 상처를 아물게 하는 효과 등이 있다고 한다. 이야깃거리로 넘기면 좋겠다.
또 옛말에 ‘넙치가 되도록 맞았다’라는 말이 있는데 넙치가 성장하면서 오른쪽에 붙어있던 눈이 왼쪽으로 돌아가는데 이를 비유한 말이라고 한다.
“도미(줄임말 ‘돔’)”는 ‘머리가 유난히 맛있어 어두일미의 주인공, 맛도 영양도 만점인 흰살생선(백어)의 대표주자, 바다의 미녀, 생선의 왕’ 등 다양하게 불리는데 굽고, 찌고, 볶고, 삶고, 회로 먹든 어떤 방법으로 요리해도 맛이 일품인 물고기다.
특히 일본에서는 ‘생선의 제왕’으로 회 하면 최고로 인기가 높으며 장어와 함께 가장 비싼 생선으로 친다. 도미가 비싸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일본 서민들은 도미 대신 우리나라 ‘붕어빵’과 같은 ‘도미빵’을 먹으며 행복해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축제나 고사를 지낼 때 우리나라의 돼지머리 역할 또한 도미가 맡는다고 한다. 머리뼈가 얼마나 단단하면 부딪치는 물체는 모두 깨어지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어느 영화에선가 자기 집 가훈이 '人人人 人人人'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사람이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 다워야 사람이지"라는 것이다.
그런데 믿거나 말거나 그와 비슷한 말이 바닷속에도 있다. 바로 '돔돔돔 돔돔돔'이다. "돔 이름에 돔 붙었다고 다 돔이냐. 돔이 돔다워야 돔이지“라는 의미라고 한다.
‘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물고기는 비교적 많다. 하지만 다 같은 돔(도미)은 아니다. 말려 먹으면 맛있는 옥돔, 찰진 회가 일품인 돌돔(줄돔), 젓갈을 담아 먹는 자리돔, 전설의 물고기 돗돔, 못생긴 흑돔과 호박돔 모두 '이름만 돔'이다.
이 밖에도 참돔, 붉돔, 황돔, 청돔, 감성돔, 벵어돔, 청돔, 백미돔 등도 ‘돔’이라고 하는데 그중에서 「참돔만큼은 도미」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주둥이와 눈아래부위, 뺨과 머리 윗부분은 비늘이 없으며. 이빨이 매우 발달해 조개, 게와 같은 단단한 생물들도 잘 씹어먹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외형적으로 붉은색을 띠고 있어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사랑받는 물고기로 일부 차례 및 제사상에도 올라간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생선으로도 알려져 귀한 손님을 대접하거나 사돈집에 보내는 이바지 음식으로, 생신, 회갑 등 경사스러운 상차림 등에도 빠지지 않는다. 도미의 붉은색 역시 경사스러움을 상징해 축하하는 자리에 요리로 올려지며 수명도 생선치고는 다소 긴 30~40년이나 돼 ‘장수하시라’는 기원을 함께 담는다고 한다.
이러한 등등의 연유로 강태공들도 도미를 잡으면 환호를 한다. ‘봄철도미 머리의 감칠맛과 가을 아욱국은 아내도 쫓아내고 먹는다’란 재미있는 말이 있는데 그 정도로 도미와 아욱의 맛이 참 좋다는 것이다.
참고로 ‘도미회’와 거의 구별하기 어려운 민물고기 ‘역돔회’가 있는데 약물과 항생제 투여가 필요 없을 만큼 악영향의 수질에서도 성장에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붉은 살의 역돔(‘바다 돔’이 아니라 ‘민물 돔’)으로 정식 명칭은 수입 물고기 ‘틸라피아’다. [도미살(회)]로 속여 파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하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