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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E Jan 03. 2023

안녕, 나의 우주

눈이오면 항상 신났는데.
이제 눈와도 신나서 전화할 사람이 없다.
속모르고 예쁘게만 내리는 눈이 밉다.
오지 말지.슬프게.
이제 팥죽이랑 왕만두도 못먹겠구나.
식어도 맛있다며 팥죽 좋아하셨는데.
비아시장에 장보러가서 둘이 먹었던 팥죽 맛있었는데.
이제 못먹겠구나.
겨울에 김 모락모락 뿜어대는 만둣집은 못지나가겠다.
따끈따끈한 왕만두가 드시고 싶어도 돈아끼느라 참으셨다고 하셔서 눈에 보일때마다 주구장창 사가서 이제 질린다고 하실때까지 드렸었는데.
입원하시기 직전까지 간장게장에 식사를 하셨었다.
열마리든 백마리든 맛있는 간장게장 사다드릴수있는데..먹어줄 사람이 없다.
빵 좋아하셨던 빵순이 할무니.
마트 빵도, 제과점빵도 다 좋아하셨다.
슈크림빵,이름이 어려워서 노란빵이라고 하셨지.
안에 들어있는 노란크림이 맛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붕어빵도 슈크림 들어있는 걸 제일 좋아하셨다.
우리 할머니 주말마다 나 기다리셨는데.
오면 좋아하셨고 가면 꼭 현관앞까지 나오셔서 눈물 글썽글썽 하시면서 서운해 하셨는데.
이젠 내가 할머니를 보내야 하는구나..
인정하고 싶지않다.
아직은 보내고 싶지 않다.
우리 사랑스러운 할무니.
우리한테 욕하셔도 하나도 기분안나빴던,
욕들이 그냥 추임새정도였던 할무니.
남한텐 상냥했던 할머니.

강아지랑 산책하면 온 동네 사람들이 다 감자를 알더라.
할머니가 쌓아두셨던 소중한 인연들.
나는 모르는 할머니만의 산책인연들.

이젠 강아지가 말 안들어도 일러바칠 할머니가 없네.
조금만 다쳐도 뛰어가서 찡찡댈 할머니가 없다.
어떻게하지..
살면서 이런 추억들, 불쑥불쑥 나타나겠지.
툭 하니 생각나서 또 할머니를 그리워 하겠지.
올 겨울만 버텨주지.
올 겨울까지만이라도 같이 있어주지.

지금쯤 할아버지를 만나셨을까
왜 벌써왔냐 싸우시겠네.
나 어릴때 그랬던것처럼 두분이 또 싸우시겠네.
잘 계세요.
나의 추억, 나의 사랑,
나는 할머니의 전부였고, 할머니는 나의 전부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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