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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y Jul 09. 2021

1년마다 새로운 곳에서 산다는 건

호주 스페인 제주도

2018년- 호주, 2019년- 스페인, 2020년- 제주도


2018년에 호주를 시작으로 1년마다 새로운 곳에 가서 살았다. 매년 낯선 곳으로 가서 지내는 것은 두려움과 설렘을 같이 느끼게 한다. 떠나겠다고 마음먹은 후부터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 가는 순간까지도 '낯선 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일자리는 구할 수 있을까?' '집은 구할 수 있을까?' 등의 생각으로 떠나는 것이 두려웠다. 가끔은 너무 두려워서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두려운 감정을 느낄 때마다 그 도시에 가서 하고 싶은 목록들을 적었고, 그곳에서 경험할 멋진 순간들을 생각하며 설렘으로 두려운 생각과 감정을 흐리게 하여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곤 했다.


호주에서의 1년 살이는 많은 도전을 하고 나 자신과 대화를 하며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해 줬다. 

바리스타 경험이 전혀 없었던 내가 100번의 도전을 통해 바리스타로 일하게 되는 경험, 전 재산이 6만 원으로 살아가는 경험,  돈이 생겼지만 같이 사용할 주변 사람이 없어 우울증에 걸리는 경험 등. 이렇게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힘들어하고 나 자신과 대화를 하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힘든 상황에서 벗어났을 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스페인에서의 1년 살이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친구를 얻게 되는 경험을 하게 해 줬다.

바르셀로나에서 지낸 지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호주에서 만큼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하고 얻는 것 없이 스페인 워킹홀리데이가 끝나버리는 꿈을 꾸기도 하며 불안에 했고 일자리를 바꾸면서 다양한 곳에서 일을 해야 하나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스페인에서의 삶을 돌아봤을 때 호주에서만큼 다양한 도전에 대한 경험은 없었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의 인생 이야기를 공유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주에서 한 경험과 스페인에서 한 경험은 달랐고, 두 곳에서 한 경험들 모두 멋진 경험이었다.


제주도에서의 1년 살이는 요가를 배우면서 삶의 방식에 대해 배웠다.

제주도에는 요가를 배우고 싶어서 온 이유가 가장 컸다. 그래서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요가원을 찾아 요가를 배우기 시작했다. 새벽 6시 30분 요가 수업을 들으면서 아침에 몸을 이완하고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상상하면서 시작하는 하루는 많은 에너지를 느끼게 해 줬다.  요가를 배우면서 내 몸 상태와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는 경험을 하면서 삶에 대한 태도와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1년마다 새로운 곳에서 살면서 그 도시의 문화를 배웠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관찰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동 떨어진 시선으로 한국의 문화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래서 한국의 좋은 문화와 안 좋은 문화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좋은 문화는 받아들이고 안 좋은 문화는 안 받아들이고 버리려고 노력했다. 어느 나라이든 좋은 문화와 안 좋은 문화가 공존한다. 좋은 문화를 배우고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면서 자신만의 살아가는 방법을 만들면 더 자신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1년마다 떠나면서 짐이 더욱 가벼워졌다. 처음 호주로 떠날 때는 큰 캐리어와 가방을 가지고 한국에 있던 짐을 모두 가지고 갔다. 하지만 짐을 많이 가지고 가면 이동하는데 불편했고, 살아가는데 많은 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스페인을 갈 때는 큰 배낭 하나와 가방 하나를 가지고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도 많이 가지고 간 것 같다. 이제는 더 작은 배낭을 가지고 더 적은 짐으로 갈 생각이다. 많은 짐을 들고 다닐 수가 없으니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지 않게 되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들만 가지려고 했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무언가를 사지도 않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필요한지를 알게 되니, 사고 후회하는 경우가 없게 되고 돈을 사용하는 가치를 알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2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1. '잠시 머물러가는 이 세상에 많은 것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2. '아무것도 가지고 태어나지 않은 우리가 무언가를 가지고 소유하려고 하는 것은 괜찮은 걸까?' 


잠시 머물러가는 이 세상에 우리는 잠시 빌려가는 것일 뿐이다. 
무엇 하나 가질 수 없고 잠시 빌려갔다가 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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