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내는 생일 재미있었는데요. 왜들 다 짠하다고 하는지. 괜찮은 척한 게 아니라 전 정말이었는데요.
사람들과 파티를 하면 왁자지껄 분위기가 우선 활기차니까 신나게 느껴지지만요, 사실 허무해요. 내 생일을
축하하는 것보다는 그걸 핑계로 재미있게 노는 게 목적이지 않습니까. 저는 애초에 친구도 거의 없지만 혼자 하는 생일파티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만.)
일단 그 날은 제가 주인공이니 저를 위한 코스를 준비했어요. 맛있는 식사를 하고 서점에서 순전히 제 취향인 책 2권을 스스로에게 선물하였습니다.(다행히 좋아하더군요.) 그리고 평소라면 잘 안 사지던 음료도 사고 케익도 사 왔어요. 인형 친구들을 초대해서 케익 촛불 끄기도 하구요. 아 물론 소원도 빌었습니다. (혼자 한다고 이런 걸 빼먹진 않지요.) 대망의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그리고 늘 로망이었던 가죽 다이어리를 저에게 선물했습니다. 앞으로 나의 길을 가되, 짜임새 있게 잘 가라는 뜻으로 다이어리 앞에 각인도 넣어 나에게 딱 맞는 다이어리를 주었어요. 지난날 어떻게 살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갈 지 잠시나마 생각도 할 수 있었어요.
침대에 자려고 누웠는데 그 날은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정말이지 나를 위한 좋은 생일파티였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때요, 혼자 하는 생일파티도 나름 해볼 만할 것 같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