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아주 오랜만에 잴 것 없이 성질을 냈다. 뭐 그렇게 큰일도 아닌데 질러놓고 속 시원함에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오랜 시간이 만들어낸 앙금 따위 없는 한 낮 대로변의 버럭질.
6.10 하루살이 무리를 지나가다 결국 한 마리가 내 콧구멍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해거름이니 하루살이치고 호상이라 해야 할까. 전생의 업을 씻는 윤회의 길목이라면 기꺼이 또 내드릴 수 있다. 오라, 내 콧구멍으로.
6.12 이석증이 도졌다. 긴 낮잠 끝에 결국 병원으로 달려갔고, 아주 약하게 이석증이 왔다는데 난 불편했다. 내 발 딛고 선 땅하나 믿을게 못된 흔들림이라면 어디에 맘 붙이고 살아야 하는 건가 싶은 자조를 느낄 새도 없이 말끔해졌다. 나이 먹어 좋은 건 이리저리 아픈 이유가 그닥 궁금하지 않다는 것.
6.15 급작스런 더위 끝에 비가 내렸다. 폭풍처럼 쏟아지다 말끔해지다 쉴 새 없이 반복하며 하루가 지나간다. 여기 뭐 동남아세요? 지구 온난화가 끝나고 끓는 시기가 시작 됐다더니 뭐든 화끈하게 중간이 없다. 내 조카들의 세상이 점점 혹독해짐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