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성장통
그렇게 믿고 싶다. 성장을 위해서는 아픔이 동반되는 거라고. 지난주 입원했던 그녀가 토요일부터 미열이 있더니, 일요일 들어서는 뜨거움이 전해질 정도로 열감이 올랐다.
돌치레라는 단어를 듣고 있다. 아이가 돌 즈음이 되면 크게 아프다는 의미를 담은 단언데, 미신이라 생각하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2주간 입원과 퇴원 그리고 외래 진료까지 다니다 보니 괜스레 미신으로만 여겨지지 않았다.
다만 별일 아니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부모가 지나치게 걱정한다는 의사의 핀잔이 듣고 싶을 정도였다. 이윽고 순번이 다가왔고, 선생님은 코로나 일 수 있으니 처방해 준 약을 먹고 낫길 바라야 한다고 했다. 만약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다시 와야 한다는 것이다.
입원을 면했다(?) 정도의 안도감을 가지고 집에 와 그녀는 약을 먹었다. 그런데 낮잠 후에도 그녀의 체온은 내려가지 않았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약국에 전화를 걸어 처방해 준 약에 해열제 성분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가 해열제를 구비해 놓고 있다는 믿음에서 의사는 해열제를 처방하지 않은 것일까? 열 때문에 방문한 병원인데 열을 타깃으로 하는 약을 처방해주지 않은 것 같아 의아하고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내 기분이 무엇이 중요하랴. 약사와 연락이 끝나자마자 그녀에게 해열제를 먹였다.
열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해열제를 먹은 그녀는 거의 정상 수준의 체온을 되찾았고, 컨디션을 회복했다.
“다행이다. 진작에 해열제 먹일걸. 열이 있고 없고 이렇게 지아가 달라지다니, 신기하고 또 미안하다.“
성인도 열이 나면 입맛이 없고, 업무 능률이 떨어지며 심할 경우엔 앓아눕기도 한다. 말 못 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그녀에게 열이 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짠해졌다.
지아가 아프니 나도 아픈가 보다. 혹시나 해서 지아를 진료하며 나도 진료받았는데 코로나가 의심된단다.
그녀 몫까지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 아픔을 내가 가져올 수 있다면 강제로 뺏아오고 싶다. 아빠로서 그 정도의 권한은 요구하고 싶다.
돌치레라는 단어는 미신이라 못 믿는다면서 절대자에게 아빠의 권리를 빌고 있는 현실이 아이러니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도 아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