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자라주라
황금 같은 추석연휴 2주가 흘렀다. 그간 그녀를 포함한 가족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어찌어찌 휴가를 써서 약 2주간 가족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다.
매주 집에 갈 때마다 한층 자란 그녀를 보는 게 신기하고, 성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었던 터였다. 이번 2주간은 그녀와 밀착해 더욱 자세히(!) 그녀를 관찰할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냥 같이 있고 싶었다. 그녀를 따라다니며 옷 입히기에 손목이 아프고, 그녀를 안을 때 아이고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더라도 같이 있는 게 좋았다. 기저귀를 채우고 안도의 한숨과 함께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면 보이는 옆지기의 존재가 사랑스럽고 든든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이 길에 돌이켜보면 이번 연휴는 정말 가족에게 집중했던 시간들이었다. 먼저 우리 가족 모두 감기를 앓았다! 그녀의 콧물, 기침 그리고 미열이 아닐까 하는 걱정은 이제 기본적인 사항이 되어 있었다. 처음 지아가 감기를 앓았을 때 조바심보다는 조금 줄어들었다.
그리고 소소한 나들이를 다녔다. 친가와 외가에 가서 그녀는 한껏 애교 섞인 미소를 보였다. 한창이었던 낯가림도 이제는 제법 줄어드는 듯했다. 근교에 있는 경주도 다녀왔다. 근사하고 친절한 브런치 카페에서 그녀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드라이브 겸 괜찮았던 빵집에 들러 빵을 사고 돌아오기도 했다. 그곳은 옆지기와 며칠 전 우연히 들른 곳이었는데 빵 맛이 좋고 값이 합리적이었다.
함께 보낸 시간 중에도 그녀의 성장은 느껴졌다. 이젠 제법 걸음마가 능숙해진 것 같고, 엄마라는 말은 분명하게 한다.
오후에 지아가 보고 싶다고 찾아온 엄마는 지아가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미 몇 번이고 들어온 이야기다. 지아가 너무 빨리 자라는 것 같아서 지나가는 순간들이 아깝다고 했다.
아깝다. 나도 느끼게 됐다. 그녀의 존재는 그대로지만 그녀의 지금 모습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요즘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잘 자라줘서 고마워. 그래도 조금만 천천히 자라주라. 2주간 함께 뒤엉켜 놀아서 즐거웠어 지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