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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슥슥 Nov 19. 2023

마음의 여유

여유는 마음이 노력한 결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일요일 정해진 시간이 되면 글을 쓰기 위해 주제와 글의 흐름을 주의 깊게 생각하는 편인데, 그것이 잘 안 됐다.


갑작스러운 일정 때문이다. 예상치 못하게 강제적인 다음 주말의 일정을 들어버렸다.

“히야, 다음 주 일요일 날 제사래. 일요일이니깐 참석할 수 있지?” 동생의 말은 평화롭던 주말 속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올해 제사는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다음 주 일요일 예약해 둔 기차표는 어떻게 해야지? 취소해야 하나. 그렇다면 월요일 기차표를 새로 잡아야 하는데… 모두 매진이네… 어쩌지? 그냥 일요일 저녁 제사 전까지 돕기만 하다가 기차 시간표에 맞춰 돌아가버릴까? 그러기엔 너무 찝찝한데…아 짜증 나.

마음은 복잡했고, 당연히 글을 쓸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심지어 누군가 날 건드리면 화를 잔뜩 내버릴 준비가 되어있었다. 내 마음은 갑작스럽게 다가온 일정으로 인해 여유가 사라져 버렸다.


난 꽤나 계획적인 사람이다. 계획의 목적이 없더라도, 짜임새 있게 계획을 촘촘히 만들어두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내 계획에 있으며,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도 그렇게 하리라는 계획 때문일 정도이다.


소중한 나의 주말 일정에 생각지 못한 제사가 끼어들었다. 나는 제사가 미워졌다.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우리 집의 문화와 우리나라의 문화까지 싫어졌다. 더욱더 내 마음은 좁아져갔다. 화가 났다. 일요일 한 번을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고 찡찡거리고, 빠져나갈 궁리만을 생각하다 보니 내가 한심해 보였고, 쪼잔해 보였다.


‘참여할 수 있음에도 참여하지 않았을 때 찾아오는 양심의 가책이 너무 싫다. 그래. 그냥 참여하자. 월요일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가면 되는 거지. 그럼 연차를 내지 않아도 돼. 다만 조금 일찍 일어나야 되겠지. 그렇지만 오랜만에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있잖아. 가족들도 내가 제사에 참석해서 기뻐할 거야. 그리고 참석한 날 인정해 줄 거야.’


불과 이런 마음을 먹은 지 몇 분 되지 않았다. 생각의 여지가 확보되는 것 같다. 무언가 날 단단히 옭아매고 있던 답답함이 사라졌다.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다. 생각에 더  박차를 가했다.


‘그래. 좀처럼 보기 힘든 가족들이잖아. 제사를 참석했을 때 느꼈던 기분들도 나쁘지 않았어. 조상님들을 기리는 것은 의미 있는 행동이라 생각했잖아. 오랜만에 못 봤던 가족들과 시간을 더 보내보자.‘


날 설득할 수 있는 생각은 나만 할 수 있다. 난 나를 설득했다. 노력이 한참이나 들고, 한 대 맞은 직후에는 어질어질 하지만, 조금 시간이 주어지면 난 다시 회복할 수 있다.


한편에 이런 생각이 일어났다.


이런 게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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