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짓게 하는 당신
당신이라는 표현을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오늘 쓰는 당신이라는 단어는 적당한 높임과 거리감 그리고 존중을 포함한다. 이번글 소제목의 ‘당신’은 부모님을 뜻한다.
이번주 당신은 여행을 앞두셨다. 지인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가기로 하셨다는 이야기와 함께 인천에서 이른 아침 출발을 위해 새벽 시간에 터미널까지 태워달라 부탁하셨다.
토요일 심야시간에 잘 보는 TV 프로그램을 보다 뒤로하고 당신을 모시러 갔다. 여행으로 조금은 들뜬 어조와 말투셨다. 여행길에 나선 직후야말로 여행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커지는 시기라는 걸 알기에 최대한 들뜬 기분을 유지하시도록 흥을 맞추었다. 그러고 있자니 나 또한 여행을 가는 것처럼 기분이 들뜨는 것 같았다.
여행지기들에 대해 이야기하시던 중에 갑작스럽게 함께 가지 못하게 된 지인에 대해 말씀하셨다. “수술하고 나서 바로 퇴원해서 여행 갈 수 있을 줄 알았데. 그런데 막상 수술하고 보니 작은 수술이 아니었던 거야. 의사한테 비행기 타고 여행 다녀와도 되냐고 물었더니 글쎄 의사가 자기를 미친놈 쳐다보듯 보더라는 거야. 어쩔 수 없지. 우리 나이가 되면… ”
당신이 좋아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어느덧 터미널에 도착했다. 일찍 나섰기에 약속시간까지 20분은 족히 남은 시간이었다. 트렁크에서 짐을 내려 드렸다. 꽤나 가벼웠다. 웃으며 난 인사를 드렸고, 당신은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꽤나 표현을 잘하는 당신이지만 부끄러워하는 느낌이었다.
캐리어를 끌고 새벽녘 터미널로 들어가는 당신의 모습이 무서워졌다. 갑작스러웠다. 여행의 기대를 가진 뒷모습이 날 미소 짓게 할 수도 있었지만… 무서워졌다.
“우리 올해 가기로 했던 여행에 부모님… 모시고 가자. 앞으로 함께 여행 가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언제까지 함께 계실지 모르잖아. “
옆지기에게 이야기를 꺼내며 내 감정을 알아차렸다. 눈물이 울컥 솟았다. 당신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걱정, 칠순이 넘은 지금, 언제 건강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걱정이 무서움으로 다가왔다. 갑작스러운 눈물이라 당황해 말 끝에 눈물을 숨겼다. 조용히 눈물지으며, 운전에 집중했다. 혹시나 내 이런 감정으로 주말 저녁 옆지기의 편안한 마음을 해치고 싶진 않았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꺼내며 옆지기의 얼굴을 쳐다본 순간… 그도 같았다. “왜 울고 그래… 우리가 앞으로 잘해드리면 되지. “ 상대를 안심시키고자 건넨 말이지만, 나에겐 더 이상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눈물이 더 거칠게 흘렀다. 덕분에 눈이 꽤나 아팠다. 한참을 참았기에 더 아팠던 것 같다.
운전 중에 읊조렸지만 여기에도 남긴다.
감사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당신의 발끝에 못 미칠 수 있지만 조금 더 신경 쓰겠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