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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 Jan 30. 2024

에필로그. 나의 낭만, 다시 갈 대만

9월에 만납시다 타이중

에필로그. 대만은 나에게


6월에 대만에 다녀오고 나서, 정말 매일 매일 대만 여행 후기 보고 비행기만 검색했던 기억이 난다. 집에서도 대만 드라마, 대만 영화를 틀고 대만 음악을 듣고, 그냥 이 곳이 대만인 것처럼 살았다. 나에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딱 1년만 대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첫 퇴사했을 때, 모아놓은 돈으로 대만 워킹홀리데이라도 떠날걸. 지금이라도 떠날까? 비자 발행 조건까지 확인하고 나름의 시기를 조율까지 했었다.


무엇이 두려웠는지, 지금도 무엇이 무서운지 모르겠지만 만으로도 30이라는 숫자가 되어 버리는 나는 대만 워킹 홀리데이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아마 3년 뒤에 이 시기를 뒤돌아보면 너무 어린 나이였다면서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 뻔하지만 그래도 포기를 선택하고 이 곳에서 커리어를 쌓는 것에 대한 후회가 덜하길 바란다.


대만은 나에게 그런 곳이었다. 자유를 느끼게 해준 곳. 누군가는 원래 아무도 날 모르는 곳에 가면 자유를 느낀다고. 당연한 말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일상의 탈출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유롭다고 말한다. 이 또한 맞다. 하지만 힘들었던 나의 일상에 대만은 잠시나마 숨 쉴 구멍을 주었고,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 다시 한 번 마주한 대만은 나에게 오랜만에 맛보는 자유를 주었다. 내가 어떤 옷을 입어도, 어떤 행동을 해도 대만에서는 날 아무도 보지 않는다. 다름을 인정하면서부터 나오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대만을 자유롭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예스지 투어를 하면서 가이드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이 난다. 대만은 원체 습한 나라이기 때문에 건물 외관이 금방 낡는다고 한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보면 아름답게 잘 꾸미고 살고 있다고. 그리고 머리 고데기를 하거나 드라이를 해도 습기로 머리가 축 처진다고. 그래서 꾸미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고 그런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겉모습만 보고 쉽게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겉모습만 보고 평가하지마'라고 말하지만, 나 역시 타인을 겉모습만 보고 내 맘대로 쉽게 평가내리고, 그 사람에 대해 알고자 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대만 여행을 다녀오고 나에게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쉽게 겉모습을 평가를 내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어렵다. 너무 어렵지만 그래도 나의 신조에 맞게 살고 싶다.

아름다운 타이베이


대만은 나에게 낭만을 주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고 등줄기로 땀이 흐르는데도 빌딩숲 사이 보이는 푸른 나무들이 청량하게 빛나고 있었다. 비가 미친듯이 쏟아져도 학생들은 농구를 하고, 다안삼림공원에서 산책을 하며 푸른 숲을 즐길 때, 어디에선 태극권을 하고 누군가는 런닝을 하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길을 묻던 나에게 굳이 어플까지 켜가며 친절히 알려준 대만 사람들, 짧은 말동무가 되어준 사람들, 그리고 같이 여행와서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시던 분들까지. 여행을 하며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 대만에 대한 기억을 아름답게 남겨준다.


올해 9월, 난 한번 더 대만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이번에는 드디어 타이중을 간다. 또 어떤 낭만과 자유가 나를 반기고 있을까? 난 기꺼이 그 자유에 내 몸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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