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조각들을 찾아서, 네 번째 조각
세상에 절대적인 건 없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맞는 것도 틀린 것도, 무조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똑같은 화장품도 누군가의 피부에는 좋고 어울리지만 누군가에게는 안 맞다.
똑같은 말도 생각도 상황에 따라 관점에 따라 옳을 수도 그를 수도 있다.
그래서 물품이든, 사람이든 그 대상이 뭐가 됐던 정의를 내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것이 내 기준에서 맞는 건지 좋은 건지 따져보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바라봤던 세상은 흑과 백이 아닌 회색이었고, 나도 점차 색깔을 잃어갔다.
세상은 0과 1로 정의를 내릴 수 없지만
특정 바운더리로 국한 지어 봤을 때에는 0과 1이라는 룰들이 존재했다.
크게는 자연의 법칙부터 헌법, 회사 규정, 또는 우위를 가르기 위한 각종 시험과 대회의 규정들,
작게는 나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인간관계와 나의 일상까지.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칙에 맞춰야 하는 게 맞지만
외부의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를 끼워 맞추려고 하다 보니 어느새 나를 잃었다.
전부 맞출 수도 없고 맞출 필요도 없는데도 말이다.
내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바운더리의 크기에 따라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지만
동시에 선택할 수 있는 것들도 분명 존재했다.
직장도, 인간관계도, 일상 속 수많은 결정과 행동도.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기준들에서 비롯된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관점과 생각이
나와 다른 사람을 구분 짓는 '나의 정체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세상과의 인터렉션은 행동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말지는 0과 1의 문제다.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룰이 필요했고 그것이 곧 '나만의 원칙'이였다.
이젠 더 이상 '아무거나', '난 상관없어'라고 대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