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을 정리하러 미용실에 갔다. 집에서 도보 1분 거리에 미용실이 있다. 디자이너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머리가 가벼워지는 동안 늘 그랬듯이 멍하게 있었다. 문득 거울 모서리에 붙은 한 광고 문구가 제 눈을 사로잡았다.
헤어드라이어 광고 카피였다.
광고 카피를 보고 흠칫 놀랐다. 다시 한번 뚫어져라 쳐다봤다.
'글은 이렇게 써야 하는데'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피라이터는 회사의 제품을 대놓고 내세우지 않았다.
"강력한 바람으로 머리카락을 말려보세요."
"세상에서 가장 성능 좋은 헤어드라이어"
처럼 쓰지 않았다. 구매자 입장을 고려해서 썼다. 고객이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했을 때 얻는 이익을 골몰했다. 만약 객관적인 이익을 썼다면 아래와 같이 썼을 것이다.
"머리카락 말리는 시간이 10분 줄어듭니다."
카피라이터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머리카락 말리는 시간이 줄었을 때 얻는 이점을 구체적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머리카락 말리는 시간이 준다. → 출근 준비 시간이 준다.'에 닿았다. 그 결과
으로 카피를 완성했다. 평소에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지 않는 저도 '출근시간이 10분 줄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상상했다. 카피라이터가 고민을 많이 했겠구나 싶었다.
광고 카피의 목적은 하나다. 고객의 관심을 끌고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다. 회사 제품을 한 문장으로 만들어 고객의 이목을 사로잡아야 한다. 카피라이터는 제품을 파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제품을 봤다. 고객이 어떤 광고를 보면 헤어드라이어에 관심을 가질지 궁리했다.
헤어드라이어 광고 문구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읽는 이의 입장을 고려하는 글.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데 들어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저자이면서 동시에 독자이고 싶다.
나는 아직 서투르다. 쓰는 데 심취하다 보면 독자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을 때가 많다. 하고 싶은 말만 한다. 그럴 때는 쓰기를 잠시 멈추고 독자의 마음으로 글을 읽어야겠다. 연습을 반복하면 점점 좋아질 거라 믿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머리카락이 다 잘렸다. 머리를 감고 다시 자리에 왔다. 디자이너 선생님은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려주었다. 물끄러미 헤어드라이어를 쳐다봤다. 왠지 모르게 머리카락이 빨리 마르는 것 같다.
앞으로 광고 문구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카피라이터가 고심 끝에 쓴 문장을 보자. 독자를 바라보는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