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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북살롱 Oct 22. 2021

호기심을 갖는 한 인생은 언제나 봄

글: 세잎클로버

도나토 크레티, <Astronomical Observation; the Moon>, 캔버스에 유채, 1711, 51 x 35 cm, 바티칸미술관


    이 그림은 도나토 크레티라는 이탈리아 화가의 8개의 연작 중 하나입니다. 망원경을 통해 본 달과 행성들을 크게 넣은 최초의 그림이라고 해요. 8개의 그림은 각각 태양,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혜성을 그렸는데, 천왕성과 해왕성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던 때라 없답니다. 볼로냐의 백작 루이지 마르 실리가 교황 클레멘트 11세에게 선물로 바치려고 의뢰했는데, 이는 교황청이 천문대를 후원해야 한다고 요청하는 의미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후에 교황청의 후원으로 이탈리아 최초의 공중 천문대가 잠시 후에 볼로냐에 문을 열었다고 하니, 뭔가 의미가 깊은 그림이 아닐까 합니다. 이 그림을 소개하는 이유는, 제가 지금까지도 가지고 있는 우주에 대한 호기심, 그 시작이 바로 달을 관측하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은 조금은 늦다면 늦게, 중학교 때 과학선생님이 보여 주신 망원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망원경으로 본 것이 바로 달이었죠. 그런데 너무 신기한 건, 망원경으로 보고 있으면 달이 어느새 없어진다는 것이었어요. 달이 움직이기 때문에 망원경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선생님의 설명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달이 몇 초 사이에도 계속 움직인다는 것을 직접 본 거잖아요? 그때 처음으로 달이 하늘에 붙박이로 박힌 존재가 아니라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달과 별을 더 많이 알고 싶은 호기심이 꼬리를 물고 생겼습니다. 


노먼 록웰, <Boy and girl gazing at the Moon>, 캔버스에 유채, 1926, 개인 소장


    그러고 보면 호기심이라는 감정은 사물을 지금까지와 다른 관점으로 주목하게 될 때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아주 강력하게 이끄는 힘을 줍니다. 그 호기심 덕분에 국어 선생님을 꿈꾸던 중학생이 소설이나 시집보다 과학책을 더 많이 보게 되었고, 수학을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과학을 전공하게 되었으니 말이죠. 


    제가 앞에서 말씀드릴 때, ‘호기심’은 ‘시작’되었다고 했습니다. ‘생기다’라는 말과도 연결되지요. 호기심이 생기고 나면, 그것은 깨달음과 성취를 향한 강력한 동력이 됩니다. 달에 대한 호기심이 달로 향하는 우주선을 만들게 하고, 바다 깊은 곳에 대한 호기심이 잠수함을 만들게 하며, 미술에 대한 호기심이 저를 도슨트로 이끌었듯이 말이죠. 이렇듯 호기심이 생기면 목표가 생기고, 알아 가는 즐거움이 생기며, 세상이 더 넓어집니다. 그래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눈은 반짝반짝 빛납니다.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는 그런 눈이 되지요. 


    물리적으로는 인생의 어느 시기에 있든,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면 인생에는 언제나 시작하는 시점이 생기기에, 호기심은 인생에 봄을 가져다준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 호기심이 스러지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기를 기원하며, 세상의 많은 것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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