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d. 프랑스에서 보낸 한 달

파리 기숙사의 감동

by 성냥

대학생들의 유럽여행이 필수코스로 부상하기 시작했던 2010년 초반, 나는 복수전공이었던 불어를 빌미로 1년간 프랑스 교환학생을 떠났다. 학교와 협약을 맺었던 대학은 북쪽지역에 있지만, 파리에서도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나는 9월 개학 전 한 달 동안 파리에 있는 'Cité internationale universitaire de Paris'에서 먼저 생활하면서 어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일명 '씨떼 유니벡씨떼'라고 불렀는데, 이곳은 파리에 있는 엄청 큰 국제 기숙사다. 위치는 지하철과 RER역이 정문 바로 앞에 있어서 교통이 정말 편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개인 공원이 있는 재단 소유 건물들로, 수십 개의 기숙사에 각국의 6천 명의 학생들을 수용하고 있는 곳이었다.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파리로 진입한 그 순간, 나는 정말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영화와 사진으로만 보았던 파리의 노란색 건물들과 운치 있는 길거리를 직접 보니 실감이 안 났고, 마치 꿈만 같았다. 그 당시 나는 프랑스에 완전히 푹 빠져 있어서 거의 감동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미리 신청했던 기숙사에 들어서면서 또 한 번 놀랐다. 우선 정문이 거의 놀이동산 입구만큼 웅장했고, 캠퍼스 안 정원의 나무들이 거대했기 때문이다. 도시 한가운데 이런 엄청난 정원기숙사가 있다니!


Cité université 학교 안 공원

나는 한국관에 자리가 없어서 독일관을 사용했다. 파란 눈의 카운터 직원에게 키를 건네받고 나의 작은 방으로 입성했다. 사실 한국의 기숙사만 생각하고 파리에서 산다는 것에 설레서 기숙사 자체에는 별 기대가 없었는데, 방도 정말 쾌적했다.

크기는 원룸 정도 사이즈였고, 우선 방 전체적인 색감이 예뻤다. 입구 오른쪽에는 세면대와 화장실이 나뉘어 있었고, 칸막이로 구분된 침실이 있었는데, 소파 겸 베드로 사용할 수 있는 침대가 한쪽에 있었고, 다른 쪽엔 작은 책상과 의자와 책꽂이가 있었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건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였는데, 2층 방이라서 창문을 열어놓으면 새소리도 들리고 울창한 나무들과 사람들이 운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학교 앞 길 건너에도 울창한 숲과 연못으로 이루어진 공원이 있어서 종종 들렀는데, 난생처음 흑조와 백조도 보면서 샌드위치 한 개 사서 벤치에 앉아서 먹곤 했다.


기숙사 내 방

한 가지 신경 써야 했던 점은 공용 샤워실과 공용 부엌이었다. 한 번은 내가 장을 보고 와서 공용 부엌에 있는 방 번호가 붙은 개인 냉장고에 우유를 넣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그걸 누가 먹은 적이 있었다. 아마 내가 한 달 동안 지내는지 모르고 먹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손대지 말라고 적어놓긴 했는데, 누군지도 모르고 뭔가 찝찝해서 그 뒤로는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았다. 냉장고마다 열쇠가 필요한 듯하다. 그리고 샤워실도 공용으로 사용했는데, 나는 매일 아침저녁 샤워를 해서 샤워실에 가보면 거의 씻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유럽 사람들이 머리를 잘 감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 기숙사 생활은 평소에는 인기척이 안 느껴질 만큼 조용했고 쾌적했다. 서로 배려해서 사용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내가 방에 없는 시간에 청소 아주머니가 와서 쓰레기통도 비워주고, 화장실과 침대도 정리를 해주고 가셨는데, 뭔가 대접을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기숙사에서 첫 식사

프랑스는 외국 유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런 학교시설이 너무 잘 돼있다. 우리나라도 깨끗하게 정돈된 자연친화적 대학시설을 만들어놓으면 학생들의 정서에 참 좋을 것 같다. 물론 학생들의 사용 수준과 꾸준한 관리가 뒷받침이 돼야 하겠지만, 차츰 지성을 키워나가는 성숙한 대학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기숙사에서 지하철로 몇 정거장 떨어져 있는 파리 가톨릭 대학교 부설 어학원이었던 ILCF였는데, 통학할 때마다 파리의 거리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파리의 아침모습이 참 정겨웠는데, 아침 조깅을 하는 사람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할아버지들, 각종 상점이 문 열 준비를 하는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파리의 거리는 인도와 차도가 색깔 구분이 없고, 턱도 높지 않아서 시각적으로 볼 때 오히려 안정적으로 주변과 잘 어우러졌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런 턱없는 도로는 불법차량들이 점령했을 텐데, 파리의 거리는 보행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한산하고 여유로워 산책하기에 좋았다. 그리고 낙엽이 거리에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지저분하기보다는 오히려 운치가 있었다. 파리에서는 뭔가 차분해지고, 한가로이 쉬고 싶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짧은 한 달이었지만, 아직도 가끔 그때 파리에서 과분 하달만큼 누렸던 여유와 거리의 햇살과 냄새가 가끔씩 떠오른다.


파리의 길거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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