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th. 나에게 허락된 1평

고시원에서 보낸 여름날

by 성냥

프랑스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나는 벌써 취준생의 나이가 되어 있었다. 마음만 급했던 나는 부모님의 허락을 구해 토익학원을 다니겠다며 학교 앞 고시원을 얻었다. 이 고시원에서 학원 수업이 끝날 때까지 딱 한 달 반을 살았는데, 이게 내인생 첫 고시원 경험이었다.


내가 들어간 고시원은 여성전용 고시원이었다. 방은 중앙냉난방 시스템으로 각 방의 환풍기가 24시간 돌아가고 있었고, 책상과 옷장과 침대가 1평의 공간에 다 들어가 있었다. 침대는 한번 누우면 발을 책상 아래로 넣고 자야 했고, 책상에 무릎을 부딪히면서 기상했다. 짐은 정말 필수적인 것들만 최소한으로 가져왔는데도 방 안이 꽉 차서, 생존에 필요한 것들의 우선순위를 매겨야했다. 화장실과 샤워실, 세탁실과 주방은 공용이었고, 복도와 화장실을 매일 청소해주시는 분이 계셨다.

기침소리는 물론, 진동소리까지 모두 공유해야 했고, 창문은 열어도 손바닥 두 개로 가릴 수 있을 만큼 작았다. 심지어 가격이 조금 싼 창문이 없는 방도 있었는데, 곧 창문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디.


그해 여름은 굉장히 더웠는데, 고시원에서 생활을 해보니 취준생이라서 그런 건지, 집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점점 답답하고 위축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고시원 방 안에 누워서 천장을 쳐다보면 나에게 허락된 공간이 이게 전부인가 하는 생각에 괜히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고시원을 통해서 원룸살이에도 감사함을 느꼈고, 그동안 내가 당연히 누려왔던 것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면서 나도 모르게 내공이 쌓여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1평의 조그만 고시원에서 현실을 맞닥뜨리며 그해 여름을 보냈다.


고시원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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