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달 Apr 19. 2024

드디어 내 맘대로 할 수 있게 되었군! 생각하지만


  17개월이 된 둘째는 요즘 부쩍 혼자 하고 싶은 게 많다. 산책을 할 때도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미끄럼을 탈 때도, 엄마는 손 잡지 말라고 내 손을 뿌리친다.

  하나님 앞의 내 모습 같다. 나 혼자 할 수 있어요. 하나님은 가만히 계세요. 저리 가세요.

  그러나 중심을 잡기 어려운 아기는 아장아장 도도도도 혼자 힘으로 아무렇게나 질주하다가 어김없이 넘어지고 까지고 다친다. 나에게 하나님이 필요하듯 아기에겐 엄마가 필요하다.

  하도 고집을 부리기에 내가 손을 놓아주면 아이는 만족하면서 '드디어 내 맘대로 할 수 있게 되었군!' 생각하지만, 엄마는 아이에게서 결코 눈을 떼지 않는다. 아이가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면 아이는 분명 넘어지고 다치고 울 것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이가 넘어져서 으앙-하고 도움을 구하면 곧장 일으켜 세우고 손에 흙을 털어주고 안아줄 수 있는 거리에 선다. 엄마는 아이를 지키고 보호한다.

  하나님도 내게 그러실 거 같다. 내가 하나님의 손길을 거부하고 고집부릴 때 하나님은 잠시잠깐 내 바람대로 정말 내 손을 놓으신다. 어리석은대로 길을 가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시는 것 같다.

  그러면 17개월 아기처럼 나 또한 어김없이 넘어지고 혼란스러워하고 괴로워한다.

  하나님이 나를 진짜로 놓으셨나? 싶지만 하나님은 결코 나를 진짜로 놓지 않으신다. 내가 넘어져서 으앙-하면 언제든 곧장 나를 일으킬 태세를 하고 곁에서, 지키고 보호하신다. 내가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실 때 나는 분명 넘어지고 다치고 괴로움에 신음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고집을 부린다고 손을 놓고 저 멀리 아이를 버리고 가 버리는 부모는 없다. 나의 참 부모이신 하나님도 내게 그러실 것 같다. 인생이라는 산책길에서 부모이신 하나님 손길을 기뻐하며 잡고 다니는 나이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아침 도시락 싸는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