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없다면 집은 깨끗하겠지만
꼬물딱 꼬물딱
책 읽고 병원 놀이도 하고
그림 그리고 색종이 접기도 하고
엄마의 어설픈 피아노 반주에
목소리 얹어 노래 부르고
까다로운 요구들에 엄마 열받으면
까칠해진 엄마 눈치 보면서
훌쩍여 보기도 하고
얄미운 엄마는 슬쩍 따돌리고
자기들만의 동굴 방으로 들어가
자기들끼리 또 꼬물딱 꼬물딱 까르르
작당모의를 한다
그 모습을 구경하던 해가
우리 모습을 담아가지고
뉘엿뉘엿 집에 가면
우리 세 여자의 하루도 저문다.
하루하루
사소해 보이는 일상이
실은 눈물 나게 소중하다.
아이들이 없다면 집은 깨끗하겠지만
사랑하는 아이들 없이 깨끗한 집이
나에게 무슨 소용일까
품 안에 눈앞에 맘껏 안아줄 수 있는
의외로 짧은 이 시간들은
너무나 정직하게 성실하게 얄궂게
똑딱똑딱 흘러간다
행복은 좇고 잡고 움켜쥐는 게 아니라
공기처럼 이미 있는 걸 누리는 거라고
안 보이면 허공에 대고
이미 가득한 걸 잡아보려고
뭘 좇는지도 모르는 채
잠자리채를 마구 휘두르는 바보가 된다고
널려 있는 행복이
가만가만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