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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아이들이 없다면 집은 깨끗하겠지만

by soulsol



꼬물딱 꼬물딱


책 읽고 병원 놀이도 하고

그림 그리고 색종이 접기도 하고

엄마의 어설픈 피아노 반주에

목소리 얹어 노래 부르고


25.1.17. 9:39am


까다로운 요구들에 엄마 열받으면

까칠해진 엄마 눈치 보면서

훌쩍여 보기도 하고

얄미운 엄마는 슬쩍 따돌리고

자기들만의 동굴 방으로 들어가

자기들끼리 또 꼬물딱 꼬물딱 까르르

작당모의를 한다


그 모습을 구경하던 해가

우리 모습을 담아가지고

뉘엿뉘엿 집에 가면

우리 세 여자의 하루도 저문다.


하루하루

사소해 보이는 일상이

실은 눈물 나게 소중하다.


아이들이 없다면 집은 깨끗하겠지만

사랑하는 아이들 없이 깨끗한 집이

나에게 무슨 소용일까


품 안에 눈앞에 맘껏 안아줄 수 있는

의외로 짧은 이 시간들은

너무나 정직하게 성실하게 얄궂게

똑딱똑딱 흘러간다


행복은 좇고 잡고 움켜쥐는 게 아니라

공기처럼 이미 있는 걸 누리는 거라고

안 보이면 허공에 대고

이미 가득한 걸 잡아보려고

뭘 좇는지도 모르는 채

잠자리채를 마구 휘두르는 바보가 된다고


널려 있는 행복이

가만가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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