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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F Oct 11. 2022

백수의 호화로운 호캉스

백수는 처음이라서 02


어차피 출근도 안 하니까 매일매일이 바캉스일 텐데, 무슨 호캉스를 가냐고요?
맞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수는 무척이나 놀러 가고 싶어 졌습니다.


9월 달력을 체크해보았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휴식을 취한 날이 하루에 불과해서 너무나 놀라버렸다. 명색이 백수인데!! 얼마나 바쁜지 가족들 얼굴 보는 시간도 별로 없다. 새벽에 나가서 새벽에 들어오는 날도 몇 날 존재했다. 정말 열심히 사는 백수!


하지만 힘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열정이 샘솟는다. 물론 일련의 모든 일을 어서 마무리 짓고 나면 더더욱 행복하겠지만, 내 미래를 향한 일들이 있기에 차근차근해나가고 있다.


각설하고, 어느 날 약속에 늦어서 택시를 타고 이태원을 가로지른 적이 있다. 이왕 택시비를 내게 된 거 드라이브 기분을 내면서 밖을 보다가, 너무나도 게츠비스러운 분위기의 호텔을 마주하게 되어 당장 카카오 맵을 뒤졌다. 그때 이 호텔을 알게 되었고, 언젠가는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곳이 바로 이번에 호캉스를 다녀온 몬드리안 호텔이다. 5성급 호텔에 걸맞은 점도 있었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체크인을 1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던 건 아쉬웠다. 체크인 시작 시간을 비껴서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 대기가 길어서 당황스러웠다. 와중에 리셉션은 예뻤다!



리셉션에 마련된 대기 좌석도 전부 점령된 상태라, 대기장소를 찾아서 헤매었다. 그때 밖으로 연결된 조그만 문을 열고 나가니, 남산타워를 마주하고 있는 벤치가 있었다. 오히려 좋아! 노래를 틀어놓고 친구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더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고, 어느새 우리 차례가 됐다.


숙소 체크인 땐 꼭 흥얼거려줘야 하는 노래가 있다. 요즘엔 넷플릭스 재생할 때 나는 효과음인 '두둥-!'을 쓴다는데, 그건 도무지 느낌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러브하우스 BGM을 부르며 입실했다.



원래는 체크인하고 조금 누워있다가 이태원에 가서 저녁을 먹고 올 생각이었다. 항상 계획은 완벽하지. 그렇게 뒹굴거리다가 1층에 나갔는데! 비가, 비가... 너무나도 우렁차게 내리고 있었다. 결국 방에서 온전하게 즐기게 된 사람들!


친구가 배달어플로 맛집을 찾아주었다. 호텔에만 있어도 이태원에 왔으니 외국 음식 먹어야 한다며, 홍콩 음식을 주문하였다. 홍콩 영화도 하나도 안 본 사람들은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우선 유튜브에서 속성으로 화양연화를 봤다. 15분 요약본.


그리고 왕가위 무드라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 갑자기 내가 홍콩에 온 것 같은 느낌! 이 아주 조금 들었다.



무엇보다 급하게 찾아서 주문한 음식점이 너무너무 맛있었다. 알고 보니 TV 프로그램에 나온 용산 맛집이었다! 역시 뭐든지 얻어걸리는 게 최고야. 어느새 지하에서 와인도 한 병 사서 올라온 멋있는 사람들.



먹고 수다 떨고 눕고 밖에 보고, 의 과정을 무한 반복했다. 밖을 본 이유는, 이 객실이 남산타워 뷰이기 때문이다. 남산타워가 5성 중에 거의 3성은 채워준 느낌적인 느낌. 서울의 상징은 뭐니 뭐니 해도 광화문과 남산타워지.



배부르게 먹었으니, 이제 작은아씨들을 본방 사수한다. 작은아씨들 정말 재밌고... 정말 멋지고... 다하는 드라마니까, 아직 안 봤다면 꼭 보기를 추천한다. 이날 친구가 이전 회차를 보지 못했다고 했는데, 생생하게 장면 장면 이야기해준 끝에 본방을 같이 사수할 수 있게 되었다.



작은 아씨들을 다 보고 갑자기 시작된 우리만의 콘서트... 아이유 영상을 거의 다 보고, 상반기 노래 결산도 다 보았다. 거의 두 시간을 그러고 있었더니, 마치 우리가 음원 녹음이라도 한 것 마냥 음악이 지겨워졌다. 그렇게 모든 노래를 꺼버리고, 수다를 떨었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다 끌고 와서 하다가, 아까 사 온 컵케이크가 생각났다. 배가 불러도 후식은 먹어야 하는 게 인지상정.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지.


꾸물꾸물 컵케이크를 세팅하고 와인도 다시 따르고, 음악은 지겹지만 배경이 필요하기에 플레이리스트도 틀었다.



사진을 찍자마자 노래는 꺼버리고, 꼬꼬무를 보았다. 평소엔 밝고 사람이 많고 등 뒤가 가려진 곳에서만 보는 쫄보이지만, 친구와 함께니까 볼 수 있었다. 물론 식은땀은 많이 났다.



그렇게 새벽까지 떠들다가 옆방의 코골이 소리가 들려오는.. 놀라운 상황을 마주했음에도, 우리는 잘 잘다. 잘 자고 잘 일어나서 조식도 왕창 먹고, 다시 들어가서 체크아웃 시간까지 유튜브도 보다가 나왔다.


즐겁고 편안했던 호캉스! 다음엔 돈 많이 벌어서 해운대 힐튼에 가기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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